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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는 '순차 침체' 진행 중…경·연착륙 구분 의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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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는 '순차 침체' 진행 중…경·연착륙 구분 의미없다"

견고한 노동시장은 유지
주택시장 분야 침체 상태
제조업 지속적 업황 위축

올해 미국 경제가 경착륙이나 연착륙 대신에 침체나 소강상태에 빠지지 않고 상당 기간 호황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지만 주택시장, 제조업의 침체로 순차 침체가 시작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올해 미국 경제가 경착륙이나 연착륙 대신에 침체나 소강상태에 빠지지 않고 상당 기간 호황을 유지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지만 주택시장, 제조업의 침체로 순차 침체가 시작됐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미국 경제 진로를 놓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경제가 올해 경착륙(hard landing)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고강도 금리 인상을 계속함에 따라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지고, 이때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국의 노동 시장이 지난해에 비해 더욱 뜨거워져 경착륙보다는 연착륙(soft landing)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왔다. 연준이 대량 실업 사태 없이 경제를 안착시킬 것이라는 낙관론이 확산했다.

최근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향후 미국 경제가 침체나 소강상태에 빠지지 않고 상당 기간 호황을 유지할 것이라는 '노랜딩(무착륙)' 시나리오를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미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1월 비농업 일자리는 51만7000개 증가해 시장 전망치를 3배 가까이 웃돌았고, 실업률은 3.4%로 54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가 향후 12개월 내 불황에 빠질 확률을 35%에서 25%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3% 선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SJ는 노랜딩 시나리오아직 소수설이라고 지적했다. 더 많은 전문가가 경기 침체나 소강을 예측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는 “경착륙·연착륙은 잊고, 순차 침체(rolling recession)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순차 침체가 일종의 하이브리드와 같은 것”이라며 “산업의 한 분야가 위축되면 그것이 다른 산업에도 영향을 미치는 식으로 침체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이때 미국 경제 전체가 침체에 빠지지는 않으면서 노동 시장이 대체로 무너지지 않는 상태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순차 침체가 오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몇 분기에 걸쳐 마이너스로 내려가지 않지만, 주택이나 제조업, 기업 이익 등 경제의 일부분이 마치 침체에 빠진 것처럼 느껴진다.

정확한 경제 예측과 분석으로 ‘월가의 족집게’로 불리는 손성원 미국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에서 이미 순차 침체가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손 교수는 글로벌이코노믹에 “지금 미국의 노동 시장은 ‘불씨(tinder box)처럼 뜨겁다”면서 “연준이 이 불씨를 제거하려면 더 거센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1월에 51만7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난 것은 지난 57년 만에 최고치이고, 미국인 구직자 1명당 1.9개의 일자리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그렇다고 하늘이 모두 청명한 게 아니다”면서 “순차 침체가 이미 시작됐고, 첨단 기술 분야 대량 해고 사태가 산업의 다른 분야로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교수는 “미국의 주택시장과 관련 분야가 이미 침체 상태에 빠졌다”면서 “주택과 금리에 민감한 분야가 바닥으로 치달으면 인플레이션과 초과 저축 감소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져 소비가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순차 침체 프레임이 포스트 팬데믹 경제의 난해한 경제 상황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지난해 3월 이후 연쇄 금리 인상이 미국 경제에 미치고 있는 현상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이 지속해서 금리를 올림에 따라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치솟아 미국의 주택시장이 가장 먼저 침체 조짐을 보인다. 미국의 주택 매매 건수는 지난해 12월까지 4개월 연속으로 줄었다.

주택시장 다음으로는 제조업 침체로 이어졌다고 비즈니스위크가 지적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올해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7.4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팬데믹 직후였던 2020년 5월 이후 2년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ISM의 PMI 지수는 석 달 연속 '50'을 밑돌며 지속적인 업황 위축을 시사했다.

올해 1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 확정치는 46.8로 집계됐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업황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미국의 서비스업 PMI는 일곱 달 연속 위축세를 나타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