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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친환경 산업 보조금 싸움에 "한국산 제품 등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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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EU 친환경 산업 보조금 싸움에 "한국산 제품 등터진다"

미국 IRA 강행 엎친 데 EU 그린딜 계획 덮친 격
탄소중립 분야 세액공제 한국 기업 차별 '불보듯'
美·EU 장관급 회담 개최 새 통상 전쟁 돌입 조짐

EU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맞서 그린딜 산업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의 IRA와 EU의 그린딜 산업계획에서 혜택을 보지 못하고 직격탄을 맞을 위기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EU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맞서 그린딜 산업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의 IRA와 EU의 그린딜 산업계획에서 혜택을 보지 못하고 직격탄을 맞을 위기다. 사진=로이터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친환경 산업 육성을 명분으로 한 정부 보조금 지급 경쟁이 한국으로 불똥이 튀었다.

미국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북미산 전기차에만 7500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해 한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현대·기아가 직격탄을 맞았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에 맞서 지난 1일 '탄소중립 시대를 위한 그린딜 산업계획'(그린딜 산업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미국의 IRA에 맞서 역내 산업 보호 및 투자 육성을 목표로 한다. EU는 까다로운 기존 보조금 지급 규정을 일정 기간 완화해 탄소중립 분야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려 한다. 특히 '전략적 탄소중립' 분야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을 주겠다는 게 EU의 방침이다.

한국은 미국의 IRA 시행에 따른 한국산 전기차 차별 해소를 위해 외교력을 집중해 왔으나 이제 전선을 유럽으로까지 확대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강재권 한국 외교부 경제외교 조정관은 지난 6일 마리오 마틴-프랏 EU 통상총국 부총국장을 만나 EU가 추진 중인 경제 입법으로 한국 기업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EU가 추진하는 그린딜 산업계획, 핵심 원자재 법(CRMA), 탄소국경세 조정제도(CBAM)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규범에 합치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역외국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포함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정해야 한다는 게 한국 측 주장이다.

미국과 EU는 7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장관급 회담을 개최해 IRA와 그린딜 산업계획 등 통상 현안을 협의한다.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경제 재정부 장관과 로버트 하벡 독일 경제부 장관은 IRA에 따른 보조금 지급 규정 완화를 요구할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두 장관은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을 만난다. 그러나 미국이 두 나라의 요구를 들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미국과 EU는 정치 외교 분야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공동 전선을 구축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조 바이든 정부의 IRA 시행을 계기로 미국과 EU가 새로운 통상 전쟁에 돌입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IRA는 단순히 미국산 전기차에 정부가 보조금을 제공하는 내용만 담고 있는 게 아니다.

미국 정부가 전기차를 포함해 친환경 비즈니스에 모두 3690억 달러의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캐나다 등의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려고 자국 대신 미국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미국 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전기차가 미국에서 만들어졌거나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장착해야 한다.

미국의 IRA는 보호주의 무역정책의 표본이다. EU가 이에 맞대응하려는 그린딜 산업계획도 마찬가지이다. 미국과 EU가 보호주의 무역정책으로 정면충돌하면 WTO 체제가 붕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WTO는 국내 산업에 정부가 보조금을 줘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서방의 양대 경제 블록인 미국과 EU가 앞장서서 WTO 체제를 무력화하고 있는 셈이다. 세계적인 기후변화에 대응하려면 국제 사회가 긴밀한 공조 체제를 가동해야 함에도 이와 정반대로 친환경을 내세워 자국 우선주의에 매몰되고 있다.

EU는 미국의 IRA 시행에 따른 외국산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차별 문제를 WTO에 제소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EU와 미국에 IRA 문제를 WTO가 아닌 양자 간 협상을 통해 해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WTO의 핵심 기능인 무역 분쟁 조정 장치를 마비시킨 상태로 방치하고 있다. WTO에서 무역 분쟁을 최종 심리하는 상소기구는 판사 격인 상소위원 3명이 분쟁을 심리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2019년 말 상소위원 후임 선임을 저지함으로써 이 기능을 정지시켰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이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활용해 여러 혜택을 받는다는 이유로 WTO를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바이든 정부상소위원을 선임하지 않고, WTO 제도 개혁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