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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가격인하 팔걷은 테슬라, 순익 얼마나 '넘사벽'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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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가격인하 팔걷은 테슬라, 순익 얼마나 '넘사벽'이길래

주요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차량 1대당 순이익 비교. 사진=비주얼캐피털리스트이미지 확대보기
주요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차량 1대당 순이익 비교. 사진=비주얼캐피털리스트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테슬라발’ 가격인하 전쟁이 사실상 시작됐다.

가격 할인과는 담을 쌓기로 유명했던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업체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최대 20%까지 가격을 낮추는 매우 이례적인 행보를 이어가면서 가격 경쟁에 불을 당겼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완성차 제조업체들을 모두 제치고 전기차만 만드는 기업이 이처럼 공격적인 전략을 들고 나오면서 테슬라가 도대체 얼마나 이익을 내고 있길래 이같은 행보를 지속하고 있는지에도 자연스레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의 시장정보 조사업체 비주얼캐피털리스트에 따르면 테슬라의 가격인하 공세 배경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넘사벽’ 수준의 이익 규모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 사이에 테슬라 전기차의 수요를 적극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라는데 큰 이견이 없음은 물론이다.

◇테슬라 차량 1대당 총이익‧순이익 공히 압도적 1위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이익 및 순이익 현황. 사진=로이터/비주얼캐피털리스트이미지 확대보기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총이익 및 순이익 현황. 사진=로이터/비주얼캐피털리스트


로이터통신이 지난해 3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주요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의 매출 총이익과 순이익 현황 등을 취합한 것을 비주얼캐피털리스트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테슬라는 차량 1대당 총이익과 순이익 규모에서 다른 업체들과 비교가 되지 않은 압도적인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내는 이익은 흔히 세가지로 표현된다. 총매출(매출액)에서 매출 원가(제품 원가)를 뺀 이익을 말하는 매출 총이익이 있고 이 총이익에서 매출 원가와 판매 관리비를 아우르는 영업 비용을 제하고 남은 영업이익이 있다. 순이익은 총이익 중에서 영업외 손익을 반영하고 법인세 비용을 뺀 이익을 말한다.

영업이익이 기업의 장기적인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라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회사의 이익은 총이익이나 영업이익이 아니라 순이익을 가리킨다.

비주얼캐피털리스트가 로이터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테슬라의 지난해 3분기 기준 차량 1대당 총이익은 1만5653달러(약 1960만원), 1대당 순이익은 9574달러(약 1200만원)로 각각 집계돼 두 항목에서 어느 업체도 따라올 수 없는 월등한 성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미국 최대 완성차 제조업체인 GM의 경우 1대당 총이익은 3818달러(약 480만원)로 거의 바닥권을 기록한 반면, 1대당 순이익은 2150달러(약 270만원)로 테슬라에 이어 2위를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단기적으로는 GM도 상당한 이익을 냈지만 테슬라와 격차는 매우 컸다는 뜻이다.

◇니오, 샤오핑 순이익은 바닥권


테슬라 다음으로 1대당 총이익 규모가 큰 기업은 중국 3대 전기차 업체에 속하는 니오로 8036달러(약 1000만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으나 니오의 1대당 순이익은 정반대로 마이너스 1만9141달러(약 2400만원)로 조사 대상 업체 가운데 최악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형과는 다르게 실속이 가장 없었다는 뜻이다. 비야디와 함께 중국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샤오펑의 대당 순이익도 마이너스 1만1735달러(약 1500만원)로 밑에서 두 번째를 기록했다.

GM에 이어 1대당 순이익을 많이 낸 업체는 비야디(BYD)로 1550달러(약 190만원)를 기록했고 토요타가 1197달러(약 150만원)로 3위, 폭스바겐이 973달러(약 120만원)로 4위를 각각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차의 경우 대당 총이익은 5362달러(약 670만원)로 폭스바겐과 비야디에 이어 5위를 기록한 반면, 대당 순이익은 927달러(약 110만원)로 비교적 낮은 수준을 보였다.

◇테슬라 가격인하, 역풍 있지만 중국 시장 잠식 가능성 커


테슬라의 이례적인 가격인하 드라이브가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다.

가격이 할인되기 전에 테슬라 전기차를 샀던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의 경우 분노한 소비자들이 테슬라 매장에서 난동을 부릴 정도로 역풍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비주얼캐피털리스트는 “최근 중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가 올초 중국 내수용 전기차 가격을 인하한 뒤 사흘만에 무려 신규 주문이 3만건이나 쏟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테슬라의 가격인하 전략은 특히 중국 시장에서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시장으로 그 어느 지역보다 경쟁이 치열한 중국에서 3대 전기차 업체에 속하지만 업계 최악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난 니오와 샤오펑이 테슬라가 불지른 가격인하 경쟁에 가세하기 매우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컨설팅업체 오토모빌리티의 빌 루소 애널리스트는 “막대한 순익을 등에 업고 테슬라가 중국 시장에서 순익 구조상 가격경쟁에 뛰어들기 어려운 하위 업체들을 몰아내기 위해 핵폭탄을 터뜨린 격”이라고 밝혔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