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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월가, 파월의 금리 추가 인상 경고 '위장 쇼'로 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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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월가, 파월의 금리 추가 인상 경고 '위장 쇼'로 보는 이유

파월 2~3차례 금리 추가 인상 예고 월가는 3월 동결 후 9월 인하에 베팅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사진=로이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속적인 긴축 통화 정책을 예고해도 시장이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파월 의장이 1일(현지 시간) 올해 들어 처음으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올해 두어 차례 금리를 더 올릴 것이고, 올해 안에 금리를 다시 내는 피벗(pivot·정책 전환)이 없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그의 매파적 발언에도 1, 2일 연속으로 뉴욕증시의 주요 주가가 뛰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의도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아직 충분한 제한 정책을 쓰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고, 이것이 추가 금리인상이 적절하다고 말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는 곧 명백한 추가 금리인상 예고이다.
2일 로이터 통신은 “월가의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3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더 올린 뒤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또 “파월 의장이 인플레이션 하락이 시작됐다고 말한 것을 근거로 올해 9월부터 연준이 금리를 다시 내릴 것으로 트레이더들이 예상한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연준이 올해 9월에 금리를 다시 인하할지, 아니면 내년까지 기다릴지 결정하는 것은 연준이 그동안 피벗을 단행한 시기 범위 내에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은 1997~1998년 당시에 금리를 올렸다가 다시 내리는 결정을 하는 데 18개월을 기다렸다. 그러나 1995년에는 5개월 만에 피벗을 단행했다. 연준이 앞으로 금리를 내리는 시점은 짧으면 5개월, 길면 18개월이 걸릴 수 있다는 게 로이터의 지적이다.

문제는 월가가 파월 의장이 이끄는 연준과 기싸움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가가 금리인하에 베팅하면 연준의 금리인상 효과가 상쇄된다고 로이터가 강조했다. 파월 의장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인정만 해도 지금까지 올린 금리인상 효과가 물거품이 된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이 점을 의식해 미국의 기준금리가 지난해 연준이 예고한 대로 5% 이상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미국 언론 매체 마켓워치는 “월가가 파월 의장에게 ‘우리는 당신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켓워치는 “파월 의장이 앞으로 금융 시장에서 더 큰 고통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시장은 행복감에 젖어 있다”고 전했다. 파월 의장은 지나치게 비둘기파적인 정책으로 인한 위험보다는 지나치게 매파적인 데 따른 위험을 선택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고 마켓워치가 강조했다.

그렇지만, 시장은 파월 의장 입에서 나온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인플레이션 완화) 한마디에 환호성을 질렀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 내려오기 시작했다는 것은 뉴스가 아니다. 미국 노동부가 집계하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해 7월에 9.1%로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12월에는 6.5%로 내려갔다. 월가는 파월 의장이 디스인플레이션을 언급한 것을 금리인상 종료 신호탄으로 받아들인다. 파월 의장은 금리인상 조기 동결 또는 금리인하 기대감을 잠재우려고 매파적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곧 금리인상을 멈출 것으로 투자자들은 여전히 판단하고 있다.

연준은 전날 기준금리를 4.50~4.75%로 0.25%포인트 올렸다. 미국 기준금리는 2007년 이후 최근 16년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연준은 FOMC 회의를 마치면서 발표한 성명에서 소비와 생산 측면에서 완만한 성장이 이어지고 있고, 노동시장도 견고하다”고 밝혔다. 연준은 이어 “인플레이션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상승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