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IRA는 단순히 미국산 전기차에 정부가 보조금을 제공하는 내용만 담고 있는 게 아니다. 미국 정부가 전기차를 포함해 친환경 비즈니스에 모두 3690억 달러의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캐나다 등의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려고 자국 대신 미국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역내 친환경 산업 육성을 위해 '탄소 중립법' 제정 추진을 공식화했다. 친환경 산업 관련 공급망 전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EU 내 청정 기술 생산시설 확대를 통해 미국 IRA에 대응하기로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8일 유럽의회 본회의에 출석해 “청정 기술 산업 관련 규모를 빠르게 늘리고, 좋은 산업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규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탄소중립 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에 맞서 유럽연합 소속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과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야 할 것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전날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인터뷰에서 IRA의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 요건을 언급하면서 일본과 EU에 미국과 새로운 무역 협정 체결 필요성을 제기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들 국가와 산업 전반에 걸친 FTA 체결을 요구하기보다는 전기차 부품 생산에 필요한 특정 광물 등으로 범위를 좁힌 무역 협정 체결을 바라고 있다고 WSJ이 전했다. 옐런 장관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은 EU, 일본과 FTA로 간주할 수 있는 협정을 맺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미국산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 보조금을 주는 내용이 들어 있는 IRA에 서명해 발효시켰다. 이 법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면 전기차가 미국에서 만들어졌거나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장착해야 한다.
이 법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핵심 광물, 부품을 사용한 전기 자동차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도록 했다. 이 법에 따르면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세액공제 금액의 절반은 구매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사용된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광물이 어디에서 생산됐는지에 따라 차등해서 적용하도록 했다. 이 법은 핵심 광물 40%가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에서 채굴 또는 가공돼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이 비율은 2024년엔 50%로, 2027년엔 80%로 올라간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