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美·EU, '눈에는 눈, 이에는 이'…전기차 등 '클린 테크' 보조금 정면 충돌

공유
0

[초점] 美·EU, '눈에는 눈, 이에는 이'…전기차 등 '클린 테크' 보조금 정면 충돌

EU, 미국 IRA 맞서 상호주의 대응 강조

덴마크, 스웨덴, 독일에 걸쳐 있는 발틱해 풍력 발전 시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덴마크, 스웨덴, 독일에 걸쳐 있는 발틱해 풍력 발전 시설. 사진=로이터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친환경 에너지 분야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정부 보조금 지급 문제를 놓고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의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경쟁정책 담당 부위원장은 25일(현지시간)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으로 미국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유해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EU가 상응 조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베스타게르 부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청정에너지 콘퍼런스에서 “EU가 제정할 법이 강력할 것이나 상호주의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EU가 유럽산 전기차와 유럽에 생산 시설이 있는 친 환경 기업에만 보조금을 주는 입법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IRA는 단순히 미국산 전기차에 정부가 보조금을 제공하는 내용만 담고 있는 게 아니다. 미국 정부가 전기차를 포함해 친환경 비즈니스에 모두 3690억 달러의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유럽연합 27개 회원국, 캐나다 등의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려고 자국 대신 미국에 공장을 짓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역내 친환경 산업 육성을 위해 '탄소 중립법' 제정 추진을 공식화했다. 친환경 산업 관련 공급망 전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EU 내 청정 기술 생산시설 확대를 통해 미국 IRA에 대응하기로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8일 유럽의회 본회의에 출석해 청정 기술 산업 관련 규모를 빠르게 늘리고, 좋은 산업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규제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를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탄소중립 산업법'(Net-Zero Industry Act)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이에 맞서 유럽연합 소속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IRA에 따른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과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야 할 것이라며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전날 월스트리트 저널(WSJ)과 인터뷰에서 IRA의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 요건을 언급하면서 일본과 EU에 미국과 새로운 무역 협정 체결 필요성을 제기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들 국가와 산업 전반에 걸친 FTA 체결을 요구하기보다는 전기차 부품 생산에 필요한 특정 광물 등으로 범위를 좁힌 무역 협정 체결을 바라고 있다고 WSJ이 전했다. 옐런 장관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은 EU, 일본과 FTA로 간주할 수 있는 협정을 맺지 않은 상태”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미국산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 보조금을 주는 내용이 들어 있는 IRA에 서명해 발효시켰다. 이 법에 따른 보조금 혜택을 받으려면 전기차가 미국에서 만들어졌거나 미국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장착해야 한다.

이 법은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은 핵심 광물, 부품을 사용한 전기 자동차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을 줄이도록 했다. 이 법에 따르면 보조금으로 지급되는 세액공제 금액의 절반은 구매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에 사용된 리튬, 코발트, 니켈 등 광물이 어디에서 생산됐는지에 따라 차등해서 적용하도록 했다. 이 법은 핵심 광물 40%가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맺은 나라에서 채굴 또는 가공돼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이 비율은 2024년엔 50%로, 2027년엔 80%로 올라간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