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이 우크라이나에 전차 등 중무기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가운데 러시아 주요 정치인들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비롯한 위협을 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최근 고위관계자 회의에서 "키이우에 공격용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세계적인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발언했다. 그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평화로운 도시를 공격하거나 우리 영토를 점령하는 데 쓰이는 무기들을 공급한다면, 이는 더 강력한 무기를 이용한 보복을 촉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핵보유국이 과거에 지역적 분쟁에서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유지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푸틴은 또 "미국과 유럽연합이 세계를 비참한 전쟁으로 내몰고 있다"며 "러시아 무기의 기술적 우월성을 고려한다면 서방 정치인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자국을 쓸어버릴 세계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에 앞선 전직 러시아 대통령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도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전차 등 중화기를 지원하려는 유럽 국가들을 비난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지난 20일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기지에서 열린 서방 50여 개국의 '우크라이나 방위 연락 그룹(UDCG)' 회의를 두고 "적들이 우리를 끝없이 파괴하려 한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들은 충분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 우크라 전쟁이 장기화하면 어느 시점에 미국인들에게 짜증을 내는 국가들로 구성된 새로운 군사동맹이 나타날 수 있다"며 "미국이 유럽을 포기할 때 세계는 다시 안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측의 이런 반응은 유럽 여러 나라가 자국이 보유한 독일제 주력 전차 레오파드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기 위해 중화기가 필요하다며 레오파드2 전차 등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해 왔고, 최근 폴란드와 핀란드, 덴마크가 지원을 약속했다. 폴란드는 레오파드 전차 14대를 키이우에 보낼 준비가 돼 있다면서 독일의 분명한 승인을 기다린다고 발표했다. 레오파드 전차는 독일제로 우크라이나에 보내려면 독일의 재수출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20일 람슈타인에서 이에 관한 회의가 열렸다.
미국 정부 당국자는 전날 아나돌루 통신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에이브럼스 전차 지원을 이번 주에 발표할 것"이라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번 지원 패키지에는 대대급 규모인 30~50대의 에이브럼스 전차가 포함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M1에이브럼스 전차를 지원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이번 주 내에 공식 발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매체 폴리티코도 미국이 추가 군사 지원의 일환으로 에이브럼스 전차 30대 이상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M1에이브럼스는 독일의 '레오파드2'와 함께 서방 국가들이 운용하는 현대식 주력 전차다. 영국은 지난 14일 서방국 가운데선 처음으로 자국 주력 전차 '챌린저2' 14대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독일은 또 유럽 각국에 수출한 레오파드2 전차의 재수출을 승인해 폴란드를 비롯한 NATO 다른 동맹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 길도 열어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르웨이 정부도 독일제 레오파드2 전차의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NATO 회원국 노르웨이는 보유 중인 36대의 레오파드2 전차 가운데 4대나 8대 정도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있다고 노르웨이 일간 다겐스 내링스리브가 전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대사는 관련 논평에서 "미국이 계속해서 자신의 꼭두각시(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수위를 높이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에이브럼스 지원 결정이 내려지면 미국 전차들은 다른 모든 NATO 무기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군에 의해 제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전차 제공을 결정한다면 그러한 행보를 방어무기 제공이라고 정당화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이는 러시아에 대한 또 다른 아주 명백한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