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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연준과 월가 '치킨 게임' 격화…'최종 금리' 누구 손 들어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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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연준과 월가 '치킨 게임' 격화…'최종 금리' 누구 손 들어줄까?

연준은 5~5.25% 제시…월가는 5% 이하에 베팅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 증권 거래소. 사진=로이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와 월가가 치열한 치킨 게임을 계속하고 있다. 새해 들어 미국의 경제 활동이 둔화하고, 인플레이션이 내려가는 조짐이 나타남에 따라 양측이 미국 경제 진로를 놓고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서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연준과 월가의 기 싸움이 불을 뿜을수록 미국 경제가 더 불확실해질 수 있다. 연준은 통화 정책 변화에 대한 월가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수그러들지 않으면 애초 구상했던 것보다 금리 인상 수위를 더 높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올 하반기에 미국이 약 2분기 동안의 비교적 ‘짧고, 약한 침체’를 겪을 것이라는 현재의 예상과는 달리 ‘길고, 깊은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연준은 월가가 성급하게 기대를 하지 않도록 긴축 통화 정책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월가는 연준이 곧 금리 인상을 중단하고, 올해 말에는 다시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데 베팅한다.
미국 뉴욕 증시의 간판인 S&P500 지수는 올해 약 4.4%가량 올랐다. 이는 월가의 투자자들이 연준의 금리 인상 조기 중단 가능성과 미국 경제의 짧고, 가벼운 침체 시나리오를 믿기 때문이다.

연준 고위 관계자들은 최근에 미국의 기준 금리가 5%를 넘을 것이고, 올해 안에 금리를 다시 내리는 ‘피벗’(pivot)이 없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특히 지난 70년대와 같은 ‘스톱 앤드 고’ 정책을 다시는 동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연준은 그 당시에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려고 금리를 올렸다가 인플레이션이 둔화하는 조짐이 나타나자 서둘러 금리를 내렸고, 그 결과 다시 인플레이션이 치솟았다. 미국 경제는 그 여파로 1980년대 초에 더블 딥(이중 침체)에 빠졌다.

월가는 연준의 확고한 긴축 통화 정책 기조에 여전히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기준 금리는 4.25~4.5%이다. 시카고 상품 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올해 들어 처음으로 오는 1월 31~2월 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다시 0.25% 포인트 올릴 게 거의 100% 확실하다고 본다. 연준 고위 관계자들도 0.25% 포인트 인상안을 지지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연준이 2월 1일에 0.25% 포인트를 더 올리면 기준 금리가 4.5~4.75%가 된다.

문제는 그다음 순서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공개한 점도표를 통해 ‘최종 금리’(terminal rate)가 5~5.25%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최종 금리에 도달하려면 연준이 오는 2월 1일에 금리를 0.25% 포인트 올린 뒤 한 번 더 0.25% 포인트를 더 올려야 한다. 연준이 2월 1일에 이어 3월 21~22일에 열리는 FOMC에서 마지막으로 금리를 0.25% 포인트 올려 최종 금리 예상치 5~5.25%에 이르면 더는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CME 그룹의 페드워치가 예상했다.

AP 통신은 “연준이 점도표를 통해 제시한 5~5.25% 금리 전망치를 선물 투자자 다수가 실제로 믿지 않는다”면서 “투자자들은 최종 금리가 아무리 높아도 4.75~5%를 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보도했다. AP는 “월가의 투자자들은 연준이 대체로 물가를 통제하는 데 성공했기에 더는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월가는 지난해 12월 6.5%였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내에 연준의 목표치인 2%대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AP가 도이치방크의 통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연준은 이와 반대로 연말 CPI 예상치를 3.1%로 잡고 있다. 연준은 현재 3.5%인 실업률이 올해 연말에 4.6%로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미국에서 실업자가 150만 명가량 쏟아져 나온다고 AP가 지적했다.
만약 연준이 월가의 기대감에 부응하면 주가가 급등하고, 이것이 소비를 부추겨 다시 인플레이션이 오를 수 있다. 이는 연준이 피하려는 최악의 시나리오이다. 연준이 월가가 그런 기대를 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하는 차원에서 월가의 예상치보다 금리를 더 높게 올리는 과잉 대응을 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