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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전술핵·핵무장 하나만 이뤄도 역사적 큰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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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전술핵·핵무장 하나만 이뤄도 역사적 큰 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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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지난 11일 전술핵과 핵무장의 필요성을 전격 제기해 세계를 놀라게 한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동아시아의 바다를 지나는 신의 옷자락을 잡아채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국민적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19세기 프러시아 재상 비스마르크는 “정치가는 역사의 급류에서 신의 발자국 소리에 귀 기울이다가 그가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에 옷자락을 잡아챔으로써 민족적 과업을 이루어야 한다”고 했다. 한 질서가 다른 질서로 대체되거나 그 가능성이 높을 때 열리는 위기의 문과 기회의 문 중 후자를 여는 것이 ‘신의 옷자락을 잡아챈다’로 비유되는 지도자의 역사적 소명인 것이다.
한반도의 질서 교체 위기는 북한이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호 시험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한반도의 안보 구도가 한·미 우위에서 북·중 우위로 바뀔 수 있다는 데서 말미암는다. 한국의 북핵 인질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본토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핵 공격 위협은 물론 북한의 핵 공격 위협에 대한 직접 억제도 강화해야 함에 따라 재래식 전략자산 중심의 한·미 확장억제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높은 수준 핵 공유는 기회
북한과 전략적 균형 회복
윤석열 대통령 강한 의지

한반도 질서가 이처럼 위험한 상황에 몰리면서 열리는 위기의 문과 기회의 문은 무엇인가. 위기의 문은 한·미가 핵탄두 없이 운반수단만 참여하는 연합훈련이라는 확장억제를 강화하려다가 뜻대로 안 돼 한국이 북핵 인질로 완전 전락하는 것이다. 반면 기회의 문은 전술핵 배치를 통한 높은 수준의 핵공유를 달성함과 동시에 북핵 인질 위기 심화에 대한 미국의 양해를 얻어 핵비확산조약(NPT)에서 탈퇴해 자체 핵무장을 추구하는 것이다.

왜 전술핵 재배치와 자체 핵무장 추구가 기회의 문인가. 전술핵 재배치를 통한 높은 수준의 핵공유는 김정은에게 공포감을 줄 수 있는 전략적 균형을 회복할 수 있다. 자체 핵무장의 경우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우리도 핵을 포기한다는 조건부로 추진하면 북한의 비핵화가 실현돼 한반도 비핵화라는 염원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미국이 권하는 문은 위기의 문이고 반대하는 문은 기회의 문이라는 데 있다. 국방부가 미국을 의식한 나머지 한·미 확장억제 강화만 외쳐 온 탓에 많은 국민이 윤대통령이 과연 미국과의 갈등을 무릅쓰고 기회의 문을 열려고 할 것인지 의구심을 품어 온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윤대통령은 지난 11일 국방부 업무보고를 받고 난 후 그 같은 의구심을 순식간에 날려 버렸다. 국민이 원하는 기회의 문을 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다. ‘(북핵) 문제가 심각해지면’이라는 조건을 달긴 했으나 그가 전술핵 재배치와 자체 핵무장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은 신의 옷자락 붙잡기에 사실상 나섰음을 의미한다.

윤대통령이 문제의 언급이 공개되면 큰 파장을 낳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고 본다면 그가 이 발언을 통해 노린 전략 목표들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크게 두 가지 정도가 읽힌다.

전 국민적 기대감 높아
미 학계는 공감 분위기
북·중 '韓核' 가능성에 긴장

하나는 조만간 전술핵 재배치와 자체 핵무장을 추진해서라도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겠다는 통치자의 신뢰를 보여주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클라우제비츠가 “전쟁은 국내 정치의 연장이자 또다른 수단”이라고 말한대로 그 역시 ‘자체 핵무장론’을 국내 정치 연장으로 제기했을 개연성이 높은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미 압박을 높이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윤대통령은 2일 조선일보 신년 회견에서 전술핵 도입은 안 하더라도 전술핵 사용의 기획과 운영을 한·미 공동으로 하는 방안을 미국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튿날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전술핵 연습을 논의하느냐는 기자의 질의에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논란은 미국이 토의식 연습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가라앉았다. 그러나 윤대통령은 이 논란을 계기로 전술핵운영협의권을 확실하게 받아내기 위해서는 전술핵과 핵무장론으로 미국을 압박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는 것이다.

윤대통령의 전술핵과 핵무장론을 접한 백악관은 미국의 목표는 한반도 비핵화라며 견제하고 있으나 미 학계는 공감 분위기다. 이는 미 3대 싱크탱크 중 하나인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18일 발표된 '대북정책과 확장억제'라는 제하의 보고서에서 "향후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가능성에 대비해 관련 준비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제안한 데서 확인된다. 동 보고서는 "지금 상황에서는 미국이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하거나 한국의 핵무기 획득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전제하면서도 "미래 어느 시점에 저위력(전술) 핵무기 등을 한국에 재배치할 가능성에 대비해 준비 작업과 관련한 모의(table-top) 계획 훈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동 보고서는 이어 한미 핵계획 훈련의 구체 방안으로서 전술핵 재배치 환경 영향 연구, 핵무기 저장 시설 건설, 핵 안보 관련 합동 훈련, 주한미군 F-16 전투기의 핵임무 수행 인증 작업 등을 제안했다. 끝으로 동 보고서는 한미 확장 억제 강화를 위해 나토 핵기획그룹과 같은 형태의 핵공동기획협의체를 신설하고 핵잠수함과 전략폭격기 등을 한반도 주변에 상시 전개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반면 평양과 베이징은 ‘한핵(韓核)’의 등장 시 역내 세력균형 구도가 어떻게 바뀔지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은 윤대통령이 신의 옷자락을 잡아채기를 적극 응원하고 있다. 따라서 그가 임기 동안 이 의제의 실현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많다. 그가 전술핵 재배치와 자체 핵무장 중 하나만이라도 달성하면 최대 업적을 넘어 역사적 업적이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대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