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의 자리를 지켜온 유튜브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세로 영상’으로 대박을 터뜨려 유튜브의 아성을 위협해온 중국계 짧은 동영상 플랫폼 틱톡이 가로 영상까지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만 틱톡이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미국에서 틱톡이 미국인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국 정부는 물론 정치권 차원에서도 틱톡 서비스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 테크크런치 “틱톡, 가로 영상 시범 서비스 중”

미국 IT매체 테크크런치는 틱톡에 오르는 동영상을 가로 화면으로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옵션을 틱톡이 전 세계적으로 선정한 그룹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 중이라고 14일(현지 시간) 단독 보도했다.
테크크런치는 “틱톡이 가로 영상 모드를 테스트 중이라는 것은 세로 영상에 기반해 운영되는 유튜브 사용자를 대거 빼앗아 오겠다는 전략적인 수순을 밟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세계 최대 짧은 영상 플랫폼으로 이미 입지를 굳힌 틱톡이 앞서 지난 3월 최대 3분이었던 틱톡 영상의 길이를 최대 10분으로 늘린 조치의 연장선이라는 것.
테크크런치는 “틱톡이 아직 장악하지 못한 대상이 긴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들이었다”면서 “이 같은 일련의 조치를 통해 틱톡에서도 세로 화면의 긴 영상을 볼 수 있게 함으로써 유튜버들이 짧은 영상만 올릴 수밖에 없어 외면했던 틱톡에서도 활동할 수 있게 멍석을 까는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직은 시범 서비스 단계이므로 틱톡 사용자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틱톡의 가로 화면 제공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짧은 영상으로 맞불 놓은 유튜브 ‘닭 쫓다 지붕 쳐다보는 개’ 신세

‘유튜브 쇼츠’라는 대항마를 내세워 경쟁해왔던 유튜브는 ‘닭 쫓다 지붕만 쳐다보는 개’ 신세가 됐다는 지적이다.
틱톡이 짧은 영상으로 대박을 터뜨린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아성까지 위협할 정도가 되자 유튜브 버전 짧은 영상인 유튜브 쇼츠를 지난해 말부터 선보이면서 틱톡을 견제해왔기 때문이다.
짧은 동영상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를 잡기 위한 포석이기도 했지만, 틱톡이 유튜브의 전매품처럼 여겨졌던 가로 화면 모드를 적용키로 한 것은 유튜브 입장에서는 허를 단단히 찔린 셈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 틱톡이 ‘가로 영상’에까지 손 뻗친 배경

틱톡이 가로 영상까지 제공하는 행보에 나선 배경에는 세로 영상 분야에서 이미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테크크런치가 콘텐츠 제어 소프트웨어 업체 쿼스토디오와 손잡고 미국인의 틱톡과 유튜브 이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0년 6월부터 4~18세 사이의 어린이 및 청소년층에서는 틱톡을 이용하는 사람이 유튜브 이용자를 사상 처음으로 추월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어 지난해 9월에는 틱톡 이용자가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을 돌파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실시된 조사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지구촌적으로 더욱 뚜렷해져 전 세계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틱톡을 매일 이용하는 시간은 평균 91분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유튜브는 평균 56분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틱톡이 월간 활성 사용자(MAU) 기준으로 세계 6위의 소셜미디어로 부상, 세계 2위 소셜미디어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튜브와의 격차를 빠르게 줄여가고 있는 것도 틱톡이 서비스 다변화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페이스북의 MAU가 29억1000만 명 정도로 으뜸을 차지한 가운데 틱톡의 경우 지난 8월 10억 명을 돌파해 세계 6위 자리에 올랐고 유튜브는 25억6000여만 명으로 2위를 기록했다. 유튜브와 틱톡 사이에는 메신저 앱인 왓츠앱, 이미지 중심 소셜미디어인 인스타그램, 중국판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위챗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본격적인 동영상 플랫폼 형태의 소셜미디어끼리만 비교하면 유튜브의 턱밑까지 틱톡이 치고 올라온 셈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