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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유가, 엔화…본격 리세션 알리는 신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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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유가, 엔화…본격 리세션 알리는 신호들

미 연준 금리인상 지속할지 내주 결정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 한 증권업체 모습. 출처: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 한 증권업체 모습. 출처:연합뉴스


전세계적 경기 침체가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경기 침체를 알리는 경고등이 계속 켜진다. 미 국채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소위 안전자산으로 간주되는 엔화가 갑작스레 평가절상됐다. 공급을 동결하거나 심지어 감산한다는데도 국제 유가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뉴욕 채권시장에서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전 거래일 대비 0.7% 오른 연 4.3420%,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2.66% 떨어진 연 3.5860%를 기록했다. 2년물 국채 금리가 10년물보다 0.76%p 높다. 전일의 0.84%p 대비 다소 격차는 줄었지만 채권 금리의 역전, 그것도 0.5% 이상 큰 폭의 역전은 폴 볼커 연준 의장이 물가를 잡는다며 기준금리를 연 22%까지 올렸던 지난 1981년 이후 처음이다.

채권은 예금과 마찬가지로 만기가 길면 금리가 높다. 너무도 당연한 경제 상식이 지금 흔들렸다. 연준은 올들어 규모도 크고(자이언트스텝 0.75%p), 횟수도 잦은(4회) 연속 조치가 물가 급등세를 잠시 멈추게 했고 그 사이 경기 악화 분위기를 공유한 투자자들이 단기 채권보다는 안정적인 장기 채권, 특히 10년 만기채 물건으로 대폭 갈아탄 것이다.

월가 ‘채권왕’으로 불리는 더블라인캐피털의 CEO 제프리 건들락은 최근 미국 CNBC에 출연해 “주택시장 가격이 지난 1년간 믿을 수 없을만큼 추락했다”며 “인플레이션이 분명 내려가고 있어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상을 번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자산의 대명사인 일본 엔화 가치도 뛰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하순 ‘1달러=150엔’ 선이 32년 만에 무너지는 엔화 초약세 현상이 벌어졌는데 이후 엔화 수요가 늘면서 지난 9일는 달러당 136.93엔을 기록했다. 한 달 반 만에 9.2%가 오른 것이다.

국제 유가 흐름은 지표만 놓고 보면 생산량 유지 방침에도 가격이 하락하는 이례적 상황이다. 이번 주에 6거래일 연속 하락해 11% 이상 떨어졌다.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 거래 내년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44센트(0.62%) 하락한 배럴당 71.02달러를 기록했다. 2021년 12월20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작년 12월 21일 이후 최저치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한때 120달러대를 돌파했던 것에 비해 42% 급락한 것이다.

주요 선진 7개국(G7)과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원유 가격상한제 시행, EU와 영국 등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가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파는 전형적 거래를 만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서방의 가격상한제에 대응한 생산 감축” 위협은 통하지 않았다.
미국 국채 장·단기 금리 역전, 엔화 가치 급등, 국제 유가 하락은 세계 경제의 빅 둠(Big Doom 강한 침체) 전망을 부추긴다. 시기와 강도, 기간에 대해서도 역대급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미 연준이 주도하는 금리 인상 레이스에 대한 자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단 시장의 관심은 침체의 규모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허리케인’급 경착륙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같은 이는 연착륙을 말하고 있지만 미국 고용시장 지표는 판단을 어렵게 한다.

아마존, 메타, 펩시, 애플, 테슬라, 워너브러더스 등 주요 대기업들이 감원하겠다고 나서는데 전체 일자리 통계는 양호하다. 아직 상당수 기업이 구인에 애를 먹고 있다는 통계도 나오는데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늘고 필요 일자리 수도 늘고 있다.

긴축 누적에 따른 충격이 실물경제에 제대로 영향을 미치면 노동시장이 연준의 목표대로 균열될 것이지만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연준은 기업들의 과도한 생산비용의 가계 전가라는 부분을 정책의 고려 대상에 넣고 정책의 판을 새로 짜야 할지도 모른다. 금리 인상은 연준의 판단 미스라는 경제학자들의 충고를 받아들이면서 말이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한 중국 경제의 향방도 연착륙 여부도 세계 경제의 중요 변수다. 다만 중국 경제의 재가동이 에너지 가격 상승과 미국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면 연준은 피벗(금리인상 방향 전환) 시행에 주춤할 것이다. 이 경우 고금리 기간 장기화로 빚 내 투자한 기업과 개인의 고통이 커질 것이다.

국내 시장은 이미 영향을 받고 있다. 국내 채권 시장에서 3년물금리가 10년물 금리보다 높은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2주간 이어지고 있다. 9일 기준 3년물과 10년물 간 금리 역전폭은 0.166%p로 전날(0.146%p) 보다 확대됐다. 지난 9월26일(0.213%p) 이후 사상 두 번째 큰 폭이다. 보통 장단기 수익률 역전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 해석된다. 역전 이후 흔히 1~2년 안에 경기 침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주요 투자은행들의 잇다른 경기 침체 경고도 글로벌 시장, 국내 시장 모두에서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3분기까지의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고, 웰스파고는 경제 둔화가 확실히 발생 중이라고, JP모건은 인플레이션이 불황을 부추기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다음주 발표될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나 미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발표 속에 포함될 수치들이 연준의 피벗 확정과 이에 따른 경기 침체의 폭과 깊이를 파악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종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jk5432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