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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월가 CEO들, 美 정부 무시한채 대거 사우디 집결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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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월가 CEO들, 美 정부 무시한채 대거 사우디 집결 이유는

실권자 MBS 주도 '사막의 다보스 포럼'에 참석…사우디 국부펀드 등 투자 유치 모색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 사진=로이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정부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플러스’의 원유 감산을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미국 기업의 사업 확장 자제를 권고하려고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금융계 지도자들이 대거 사우디로 몰려가고 있다.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가 이번 주에 개최하는 ‘사막의 다보스 포럼’으로 불리는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콘퍼런스’에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 삭스 CEO,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의 스티브 스와즈만 CEO, 미국 투자은행 모엘리스 앤드 컴퍼니의 켄 모엘리스 창업자,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 등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라고 미국 언론이 23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스티브 므누신 전 재무장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 제러드 쿠슈너 등도 참석할 예정이다.

유럽에서는 노엘 퀸 HSBC 홀딩스 CEO, 프레데릭 오데아 소시에테 제네랄 은행 CEO, 빌 윈터스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 CEO 등이 참석한다. 또 중국에서도 사상 최대 규모로 80여 명의 경제·금융계 인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사우디의 주도로 11월부터 OPEC 플러스가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를 감산하기로 함에 따라 전통적인 우방이었던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급랭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사우디와의 관계 재정립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유가 안정을 위해 사우디의 인권침해 논란을 무릅쓰고 지난 7월 사우디를 방문해 실권자 MBS와 회동했다. 그러나 사우디가 원유 감산 결정을 내리자 바이든 대통령의 빈손 외교가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바이든 정부와 의회는 사우디 제재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MBS가 주도하는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콘퍼런스'에 미국 정부 대표를 보내지 않기로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상무부 장관을 보냈고,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에 상무부 부장관을 보냈다.

그러나 월가는 사우디와 MBS에 주목하고 있다. 사우디는 주요 20개국 (G20) 회원국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 성장을 하고 있다. MBS는 사우디가 오는 2030년까지 세계 15대 경제대국으로 도약하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가 이끄는 사우디는 원유 수출국에서 벗어나 지역의 교통, 물류, 디지털 인프라, 저탄소 에너지원 중심 국가로 탈바꿈하려고 한다.

월가는 세계 주요국들이 고물가·고금리 사태를 맞아 경기침체 위기에 몰리면서 사우디의 국부 펀드와 같은 돈줄을 찾아 나서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알왈리드 빈 탈랄(Alwaleed bin Talal) 왕자의 투자회사인 킹덤 홀딩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월 24일 전후에 가스프롬, 로스네프트, 루코일(Lukoil) 등 러시아 에너지 기업에 5억 달러가량을 집중적으로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단행하고,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앞다퉈 철수한 것과 달리 킹덤 홀딩은 러시아 에너지 기업에 대규모로 투자했다.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지난 5월에 킹덤 홀딩의 지분 16.9%를 15억 달러에 인수했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MBS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의 국가 공인 펀드로 약 5000억 달러 규모의 기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이든 정부는 사우디 때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안보 분야 선임 고문인 아모스 호흐슈타인 특사는 23일 CBS 방송에 출연해 OPEC 플러스의 원유 감산 계획에 대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나 이는 정치적 결정에 더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는 OPEC 플러스 감산 결정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와 물밑 대화를 진행했던 인물이다.

호흐슈타인 국무부 에너지안보 특사는 OPEC 플러스의 실제 감산 규모가 애초 발표한 200만 배럴의 4분의 1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호흐슈타인 특사는 원유 감산 결정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극도로 실망했고, 그 결정이 실수라고 생각한다”면서 “누구도 그것이 경제적 이유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