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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1조 달러 연기금 시장 붕괴 땐 '금융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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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1조 달러 연기금 시장 붕괴 땐 '금융위기'

영국 런던의 영국중앙은행 앞 사람들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영국 런던의 영국중앙은행 앞 사람들 모습. 사진=로이터
연기금은 단순한 목표, 즉 은퇴자들에게 급여를 지급할 정도 수준의 충분한 돈을 벌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성급한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냉철한 판단을 우선해 투자한다.

지난주 영국 연기금 기관들은 영국은행이 금융시스템 붕괴 방지 및 안정을 위해 적극 개입에 나서도록 촉구해야 하는 위기의 순간에 직면했다고 CNN 등 외신이 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큰 충격은 콰시 콰르텡 재무장관이 9월 23일 감세조치를 위해 차입금을 늘릴 계획을 발표한 직후 투자자들은 파운드와 영국 국채를 투매하여 그 국채 중 일부에 대한 수익률을 기록상 가장 빠른 속도로 치솟게 했다.

파생상품을 이용해 베팅 헤지를 하는 투자 전략을 뒤엎어 많은 연기금에 엄청난 압력을 가했다. 국채 가격이 폭락하면서 수십억 파운드를 담보로 추가 요구받자 자금 조달을 위해 투자 관리자들은 그들이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팔아야 했다. 어떤 경우에는 더 많은 국채가 시장에 나오면서 수익률을 훨씬 더 높게 상승시켜 또 다른 담보 요청의 물결을 촉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영국은행은 곧바로 위기 상태에 들어갔다. 9월 27일(화) 심야까지 대처하면서 다음 날 필요하다면 최대 650억 파운드(730억 달러)의 채권을 매입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시장 개입에 나섰다. 그로 인해 당장 출혈을 멈추었고, 중앙은행은 이후 의회에 "스스로 심화되는 소용돌이"와 "광범위한 금융 불안"이라는 최악의 공포를 피했다고 보고했다.

영국 중앙은행은 이번 주 영국 의회 재무위원회 위원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당시 중재하지 않았다면 다수의 자금이 디폴트(채무불이행)됐을 것"이라며 "그 개입이 핵심 시장 기능 회복을 위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지금 연기금은 재원을 충당할 자금을 모으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10월14일 영국은행의 긴급 채권 매입이 끝나기 전에 연기금들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그리고 위기일발의 상황(Near-Miss)이 더 넓은 범위의 투자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빠르게 오르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시장에서 사고가 나기 쉽다.
영국 파산기업들의 연기금 관리업무를 담당한 연금보호기금의 배리 케네스 최고투자책임자는 "지난 2주 동안 시장에 훨씬 더 많은 변동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줬다"며 "모든 것이 상승하고 있을 때는 투자가 쉽지만, 떨어지는 칼을 잡으려고 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할 때 투자는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이른바 '부채 연계 투자', 즉 LDI에 집중하는 연기금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 문제의 첫 징후가 나타났다.

LDI는 간단한 전제하에 이루어진다. 연금은 은퇴자들에게 빚진 것을 미래에 잘 갚을 수 있는 충분한 돈이 필요하다. 30년 또는 50년 후의 지급 계획을 위해 그들은 장기 채권을 사는 반면, 이러한 베팅을 헤지하기 위해 파생상품을 구매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담보를 붙여야 한다. 채권 수익률이 급격히 상승하면, 그들은 "마진 콜"로 훨씬 더 많은 담보를 요구받는다. 영국은행에 따르면, 이 모호한 시장 구석은 최근 몇 년 동안 빠르게 성장하여 1조 파운드(1조1000억 달러) 이상의 평가 규모에 이른다고 밝혔다.

채권 수익률이 천천히 상승할 때는 연기금이 LDI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으며, 실제로 그들의 재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채권 수익률이 매우 빠르게 상승한다면, 그것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이다. 영국중앙은행에 따르면 시장 개입 전 채권 수익률의 움직임은 "전례가 없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30년 만기 영국 국채의 4일 변동폭은 팬데믹 기간 가장 컸던 시기에 보였던 것의 두 배 이상이었다.

마진 콜이 계속해서 들어왔고, 연금보호기금은 16억 파운드의 현금 요구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그 기금은 자산을 투매하지 않고 지불할 수 있었지만, 다른 기관들은 달랐다. 돈을 마련하기 위해 국채와 회사채, 주식 투매에 내몰렸다. 영국 연기금 컨설팅사인 XPS의 투자 책임자 벤 골드 씨는 자문 중인 400개의 연금 프로그램 중 적어도 절반이 담보 요청에 직면했으며, 현재 업계 전반에 걸쳐 펀드가 1000억~1500억 파운드를 충당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UBS의 전략가인 로한 칸나(Rohan Khanna)는 "이렇게 큰 움직임을 금융 시스템을 통해 밀어붙일 때, 무언가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은 말이 된다"고 말했다.

시장 기능 장애가 연쇄 반응을 불러일으킬 때, 그것은 투자자들에게만 무서운 것이 아니다. 영국은행은 차입 비용이 급등하면서 채권시장 실패가 "실물경제에 대한 과도하고 갑작스러운 자금조달 여건으로 타이트하게 이어졌을 수 있다"고 분명히 했다. 많은 기업과 주택담보대출 보유자들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영국은행은 매입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적은 38억 파운드의 채권을 매입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 노력은 강한 신호를 보냈다. 최근 다시 상승 중이지만, 장기 채권의 수익률이 급격히 하락하여 연기금이 회복할 시간을 주고 있다.

케네스는 그 프로그램이 예정대로 다음 주에 끝난다고 해도 많은 연기금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이 작업이 완료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HSBC의 영국 금리전략 책임자인 다니엘라 러셀은 최근 고객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특히 영국은행이 이달 말 팬데믹 때 사들인 채권을 팔기 시작할 기존 계획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벼랑 끝'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녀는 "영국중앙은행 개입의 선례가 다음 주 14일 이후에도 백스톱을 계속 제공하기를 바랄 수 있지만, 이것은 장기 영국 국채의 강력한 매도세를 다시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중앙은행들이 수십 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투자자들은 그들의 포트폴리오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그들은 더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거래를 어렵게 만들고 가격 움직임을 성가시게 악화시킬 수 있다.

그로 인해 깜짝 이벤트가 대규모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이며 다음 충격의 망령이 곧 나타날 수 있다. 어쩌면 대략적인 경제 데이터로, 아니면 글로벌 은행에서의 사고나 영국에서 또 다른 정치적 실수로 나타날 수도 있다.

골드 씨는 연금 산업 전반이 지금 더 잘 준비되었다고 말했지만, 그는 또 다른 불안정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하다"고 인정했다.

그는 더 큰 충격 흡수용 자금이 현재 축적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이번보다 수익률이 더 빨리 상승하는 것을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기에 절대적으로 역사적인 비율의 무언가가 필요할 것이지만, 우리는 결코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며 미래 불확실성을 강조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