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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우크라 평화중재안' 거센 역풍에 '머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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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머스크, '우크라 평화중재안' 거센 역풍에 '머쓱'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우크라이나 사태 평화 중재안’ 관련 설문조사. 사진=트위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 3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우크라이나 사태 평화 중재안’ 관련 설문조사. 사진=트위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관련해 평화 중재안을 제시한 일 때문에 일파만파 파장을 일으키며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글로벌 기업계를 대표하는 ‘혁신의 아이콘’을 넘어, 트위터를 기반으로 한 세계 최강의 1인 미디어로서, 세계 최고 부호로서 정치‧경제‧사회 등 분야를 막론하고 다양한 현안을 오가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그가 어느 나라 정치 지도자도 생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오히려 궁지에 몰린 양상이다.

◇머스크의 ‘평화 중재안 설문조사’로 시작된 파장


4일(이하 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사태의 발단은 머스크 CEO가 전날 올린 트윗에서 공개 설문조사를 벌인 것 때문에 벌어졌다.

그는 이 설문조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네가지를 제시한 뒤 찬반 의사를 팔로워들에게 물었다.

머스크가 제시한 평화중재안 네가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내 점령지 4곳에서 최근 끝난 러시아 합병 찬반투표 결과를 백지화하는 대신 유엔의 감독 아래 재투표를 실시한 뒤 투표 결과 1차 투표 결과와 다르게 합병에 반대하는 결과가 나올 경우 러시아를 철군시키고 △지난 러시아 제국에 병합된 적이 있으나 우크라이나 영토에 속했다가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소련해체 이후 다시 합병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공식 인정하고 △크림반도에 대한 상수 공급을 보장하며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속하지 않는 중립국으로 남게 하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내 친러시아 지역에서 최근 끝난 합병 찬반투표에 대해 서방권에선는 강압에 의해 실시된 부정선거로 일축하고 있다.

이날 현재 투표 결과를 보면 총 220여만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머스크의 평화 중재안을 지지하는 의견은 39.4%, 반대하는 의견은 60.6%로 나타나 부정적인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머스크 팔로워들 사이에서는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그러나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 “귀하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둘중 어디를 지지하는가”


이해 당사자인 우크라이나 측에서는 격한 반발이 나왔다.

비록 머스크가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제공한 스타링크 위성인터넷 서비스로 큰 도움을 받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단호하게 머스크의 평화 중재안을 거부했다.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역으로 머스크를 대상으로 한 즉석 설문조사를 트윗에 올려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설문조사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일론 머스크와 러시아를 지지하는 일론 머스크 가운데 누구를 지지하는 내용이었다.

4일 현재 무려 170여만명의 트위터 사용자가 젤렌스키 대통령의 설문조사에 참여한 가운데 전자를 지지한다는 의견은 81.1%에 달한 반면, 후자를 지지한다는 의견은 18.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해임된 안드리이 멜니크 독일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도 격한 표현까지 동원하며 머스크를 맹비난했다. 그는 이날 올린 트윗에서 “지옥으로 꺼지라는게 머스크의 평화 중재안에 대한 내 응답”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적극적으로 비판해온 리투아니아의 기타나스 나우세다 대통령도 “만약 누군가 그대의 테슬라 전기차에서 바퀴를 훔쳐갔다고 해서 그 차가 그 도독의 소유물이 되는 것은 아니다”면서 “러시아의 경우도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머스크 “핵전쟁 가능성 배제 못해” 중재안 정당성 강조


CNBC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통신망이 크게 망가졌으나 머스크가 스타링크를 지원한 덕분에 머스크는 우크라이나에서 거의 영웅 수준의 대접을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머스크의 중재안에 대한 우크라이 여론이 얼마나 싸늘한지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유력 일간 키이우포스트는 머스크의 중재안에 대해 “스타링크를 지원해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가능하면 귀하가 잘 아는 분야에 대해서만 설문조사를 벌이는 것이 좋겠다”고 비판했다.

키이우포스트는 특히 머스크 CEO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점을 언급하면서 “귀하의 고향에서 인종차별이 벌어진 문제에 대해, 넬슨 만델라를 탄압한 일에 대해 우리가 설문조사를 하지는 않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즉각적으로 반발한 것은 그가 생각하는 출구전략과 커다란 차이가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최측근인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수석보좌관을 통해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에 다시 반환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에 대한 무장해제 및 비핵화를 실시하고 러시아측 전범을 국제 법정에 세우는 것이 진정한 평화 중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진나 8월 열린 크림반도 관련 국제회의에서 “이 사태의 모든 것은 크림반도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크림반도에서 마무리될 것”이라고 주장해 크림반도 반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크림반도든 최근 합병투표가 진행된 친러시아 지역 4곳이든 러시아가 강제로 합병시킨 영토를 회복해야 한다는게 우크라이나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는 것인데 머스크는 영토 수복을 포기하는 것을 전제로 중재안을 제시한 셈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즉석 설문조사에 당황한 듯 머스크 CEO는 즉시 댓글을 달아 “우크라이나를 여전히 매우 지지하는 입장”이라면서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대규모로 고조될수록 우크라이나 국민이 커다란 피해를 입을 것이고 전세계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초 올린 설문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오자 적극적으로 부연설명을 시도하고 나섰다.

머스크는 설문조사 트윗에 단 댓글에서 “내가 제시한 중재안의 내용은 결과적으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고 문제는 사태가 더 악화되지 전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느냐”라면서 “가능성이 크진 않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결국 핵전쟁으로 연결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핵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피하려면 자신의 중재안이 현실적이라는 주장인 셈이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