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초점] 한국·일본, 우크라전 계기 원전 중시로 U턴

공유
0

[초점] 한국·일본, 우크라전 계기 원전 중시로 U턴

AP, 에너지 위기 가능성으로 아시아 국가들 기후 변화 대응에 중대 변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AP/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사진=AP/뉴시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글로벌 에너지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과 일본이 원전 중시 전략으로 회귀했다고 AP통신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통신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이 기후 변화 대응을 늦추고,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다고 전했다. 아시아의 양대 선진국인 한국과 일본은 원전을 통한 에너지원의 안정적인 확보에 나섰고, 중국과 인도는 석탄 사용을 늘리려 한다고 이 통신이 지적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이런 움직임으로 인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는 각국의 청정에너지 사용 확대 방침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P는 “한국의 신정부가 원자력 발전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석탄과 가스 사용 감축에 난색을 보였다”고 전했다.
일본은 지난 2011년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반원전 기류가 강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 통신은 “일본이 러시아의 석탄과 천연가스 수입을 규제한 이후 대안을 찾아 나섰다”고 전했다. 일본은 올여름에 전력난을 겪은 뒤 원전 사용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은 원전이 전체 발전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4분의 1 이하로 낮추겠다는 비전을 제시했으나 이는 지나치게 장밋빛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이 통신이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 정부는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경제활동'에 공식으로 포함했다. 소형모듈 원자로(SMR)와 사고 저항성 핵연료(ATF) 등 원전 기술 개발은 '진정한 친환경 경제활동'으로 규정했고, 원전 건설과 운영은 '진정한 친환경은 아니지만, 탄소중립을 위한 과도기적 경제활동'으로 분류했다. 환경부는 지난 20일 발표한 원전을 포함한국형 녹색 분류체계(K-택소노미) 개정안을 공개했다.

한국의 녹색 분류체계 개정안을 보면 'SMR, 방사성폐기물을 최소화하면서 전력을 생산·공급하는 차세대 원전, ATF, 방사성폐기물 관리, 우주·해양용 초소형 원전, 내진성능 향상 등 원전 안전성·설비 신뢰도 향상 등을 위한 핵심기술 연구·개발·실증과 관련된 제반 활동'은 '녹색 부문'에 포함됐다.

유럽연합(EU)이 최근 원전·천연가스를 ‘녹색 에너지’로 분류해 내년 1월 EU택소노미 시행을 앞두고 있어 한국 정부가 원전이 친환경 에너지라고 공식화한 것이다. ‘택소노미(taxonomy·분류체계)’는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기후 변화 적응 등 환경 개선에 기여하는 활동을 분류한 목록이다. 이 목록에 포함돼야 친환경 관련 투자를 받을 수 있다.

환경부는 “최근 EU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 기후 변화 및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주요 전력원으로 원전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50 탄소중립 달성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촉발된 각국의 에너지 안보에 대한 위기의식 등 국제 정세까지 반영해 K택소노미에 원전을 넣었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시절 단행된 ‘탈(脫)원전 정책’ 폐기에 마침표가 찍혔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원전의 적극적 활용을 기치로 내걸었다. 일본 기업2030년대 중반 실용화를 목표로 차세대 원전 개발에 나선다. 미쓰비시(三菱)중공업은 간사이(關西)전력 등 일본 4개 전력 기업과 함께 120만 킬로와트(㎾)급 혁신 경수로 'SRZ-1200' 설계를 추진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주재한 'GX(그린 트랜스포메이션) 실행 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수급 구조에 지각 변동이 일어났다는 이유를 들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을 탈탄소 에너지의 핵심이라고 규정했다.

일본원자력산업협회의 집계에 따르면 일본에는 현재 33기의 운전 가능 원자로가 있으 절반이 넘는 17기가 운전 기간 30년을 넘긴 노후 원전이다. 일본의 핵연료 물질 및 원자로의 규제에 관한 법률은 원전의 운전 기간을 원칙적으로 40년으로 하되 원자력규제위원회의 허가를 받으면 20년 연장해 최대 60년까지 운전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탈원전을 표방했으나 2012년 말 자민당이 재집권하면서 정책이 급변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는 재임 중 민주당 정권이 수립했던 원전 제로 정책을 백지화하고, 원전 재가동에 속도를 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