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타임 직장 근로자가 회사에 다니면서 창업하는 사례가 팬데믹 이전에는 극히 드물었다. 이제 일부 직장인들이 재택·원격 근무 체제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창업에 나서고 있다. 직장인들이 팬데믹 이전에는 창업하려면 회사를 그만둬야 하기에 그만큼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는 직장에 다니면서 생계에 위협을 받지 않고, 창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일부 회사는 직원의 창업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심각한 인력난으로 직원들에게 원격 근무를 허용하면서 ‘사이드 스타트업’을 굳이 규제하지는 않는 기업이 많다고 미국 언론 매체 ‘복스’(Vox)가 이날 보도했다.
재택 근무자들이 본격적인 창업은 아니지만, 부업을 하는 사례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우버 운전, 아마존 배달 등이 대표적인 부업 수단이다. 미국 직장인들이 근무 이외의 시간을 이용해 시간제로 자유롭게 일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추가로 돈을 벌고 있다.
재택근무를 하면 대면 근무를 할 때보다 시간이 많이 남게 마련이다. 출퇴근 시간, 점심시간, 동료 직원들과 잡담, 회식 등이 없어 그만큼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창업이 반드시 돈벌이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 직장인들이 근무 시간 이외에 남는 시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이를 비즈니스와 연결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가치관과 노동관에 변화가 온 것도 창업이 늘어난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힌다. 누구나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게 되자 직장을 그만두는 ‘대퇴직’(the Great Resignation)이 유행했다. 미국에서 팬데믹 당시에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둔 퇴직자가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고, 팬데믹이 수그러든 뒤에도 대퇴직 행렬이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이제 고물가 시대를 맞아 대퇴직 대열에 합류했던 사람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수백만 명이 퇴직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내 자발적 퇴직자는 지난 3월 사상 최고 수준인 454만 명을 찍은 뒤, 4월 440만 명대를 기록하며 고공 행진했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 동안 약 2000만 명이 자발적으로 퇴사했다. 미국에서 올해 자발적 퇴직자가 약 10년 전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