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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국제 유가 '극과 극' 전망...씨티 연말 배럴당 65달러, 골드만삭스 125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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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국제 유가 '극과 극' 전망...씨티 연말 배럴당 65달러, 골드만삭스 125달러

브렌트유, WTI 최근 2개월 사이에 24~28% 하락, 향후 전망치는 엇갈려

미국 뉴욕 상업거래소 원유 거래 현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 상업거래소 원유 거래 현장. 사진=로이터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 원유(WTI)를 비롯한 국제 원유 가격이 지난 2개월 사이에 24~28%가량 하락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 러시아의 원유 증산, 수요 감소 등으로 인해 원유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

북미 기준유인 WTI는 지난 6월 초에 비해 28%가량 하락해 현재 배럴 당 90달러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국제적인 기준유인 브렌트유는 6월 당시 최고치에 비해 24%가량 하락했고, 현재 배럴당 95달러 선에서 거래된다. 브렌트유는 지난 3월에 한때 배럴 당 140달러를 돌파했다. 그 당시에 비하면 현재 30% 이상 가격이 내려갔다.
향후 국제 유가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현 단계에서 유가가 더 내려갈지, 아니면 다시 상승할지 불확실하다.

국제 유가가 내려가는 핵심 이유 중의 하나로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경제 성장 둔화가 꼽힌다. 미국 경제가 올 1, 2분기에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함으로써 경기 침체기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 미 상무부는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기준 -0.9%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1.6%였다.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기업 투자 외에 주거용 고정 투자, 연방정부 지출, 주(州)·지방정부 지출, 비주거 고정 투자 감소가 역성장의 원인으로 꼽혔다.

일반적으로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면 ‘기술적 침체기’로 분류된다. 그렇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는 미국이 침체기에 진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정치적으로 중립을 유지하는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도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경기 침체 진단을 내리는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아직 공식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 상당 기간 결정을 미룰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가 유럽 국가들에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에너지 무기화 전략을 동원함에 따라 유럽 경제가 신음하고 있다. 유로존 경제 약화와 글로벌 공급난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럽 국가들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올 하반기에 경기 침체에 진입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유럽의 경기 침체는 미국의 경기 침체를 유발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경제 활동이 둔화하면 원유 등 에너지 소비가 줄어든다.
달러 강세도 국제 유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원유는 대체로 달러화로 거래된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유가가 오르게 마련이어서 원유를 사려는 측이 위축돼 구매를 줄이고, 이것이 유가 하락을 촉발한다.

러시아가 최근에 원유 수출을 늘리고 있는 것도 가격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전문가들이 지적했다.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산 원유는 다른 국제 기준유에 비해 할인된 가격으로 중국과 인도 등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국제 기준유와 러시아산 원유 가격 차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에는 유럽 시장에 하루 1,000만 배럴가량의 원유를 판매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거나 그 물량을 줄임에 따라 러시아는 인도, 터키, 중국 등에 대한 원유 판매를 늘리고 있다.

미국 등 주요 국가의 원유 수요도 줄어들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7월 8일 끝난 주에 주간 휘발유 소비가 1996년 이후 최저치로 내려갔다.

전문 기관들의 향후 유가 전망이 엇갈린다. 씨티그룹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오면 올 연말까지 국제 유가가 배럴당 65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그룹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오지 않더라도 국제 유가는 연말까지 배럴 당 85달러가량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골드만 삭스는 앞으로 국제 유가가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 삭스는 원유 수요가 일반의 예상보다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 은행은 브렌트유가 올해 3분기에 배럴 당 110달러로 뛰고, 4분기에 125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란과 서방 국가들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에 성공하면 유가가 내려갈 수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진행된 이란과 서방의 핵합의 복원 회담이 끝났고, 핵합의 복원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핵합의가 복원되면 이란에 대한 원유 수출 제재가 해제되면서 원유 공급이 늘어난다.

코메르츠방크는 이란이 원유 수출을 재개하면 6개월 내 하루 100~150만 배럴 가량의 원유를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글로벌 원유 공급량의 1.5%에 달하는 양이다. 유가 전문 사이트 오일닷컴은 "만약 핵합의가 복원된다면 유가는 배럴당 8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