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뉴욕증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더 크게 둔화한 데 따른 안도감이 랠리를 몰고왔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그리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 모두 오르고 있다. 뉴욕증시 투자자들은 CPI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상 속도 등을 주시하고 있다.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전장보다 0.14%포인트 하락한 3.11%에서 거래됐다. 10년물 국채금리는 0.06%포인트 떨어진 2.72%선이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는 1% 하락한 104.920까지 떨어지며 7월 초 이후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뉴욕증시에서는 S&P500지수내 에너지 관련주를 제외한 10개 업종이 모두 올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 주식 69억 달러어치를 매도했다는 소식이 나왔음에도 물가 호재로 테슬라 주가도 오르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큰 폭으로 둔화해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 노동부는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보다 8.5% 올랐다고 10일(현지시간) 밝혔다. 장 예상보다도 좋은 결과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월 대비 8.7% 상승이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하던 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선 것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달 에너지 물가가 전월보다 4.6% 하락했따. 그중 휘발유 물가가 7.7%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료품과 주거 비용은 오름세를 유지했다. 식료품 물가는 전월보다 1.1% 올라 7개월 연속 0.9% 이상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주거 비용도 전월보다 0.5%, 전년 동월보다 5.7% 각각 올라 전체 근원 CPI 상승분의 40%를 차지했다.
이날 발표로 연준의 금리인상 부담이 줄어들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2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을 밟은 연준은 강한 노동시장 등을 근거로 가을에도 비슷한 수준의 금리인상을 시사했으나, 7월 물가상승률 둔화에 힘입어 이러한 경로를 수정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관측도 나온다.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7월 CPI가 발표된 직후 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꺾였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우크라이나 등 지정학적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유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뉴욕 국제유가는 휘발유 재고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소식에 상승했다.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9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43달러(1.58%) 오른 배럴당 91.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가격은 지난 4거래일 중의 3거래일간 상승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 5일로 끝난 한 주간 원유 재고는 전주 대비 545만7천 배럴 늘어난 4억3천201만 배럴로 집계됐다. 원유재고는 2주 연속 증가했다. 이 증가량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예상치인 20만 배럴 증가보다 더 많았다. 국제 유가는 EIA 원유재고 발표 후에 하락세를 유지했으나, 오후 들어 상승 반전했다. 휘발유 재고가 497만8천 배럴 줄어든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휘발유 재고는 50만 배럴 감소하고, 정제유 재고도 50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정제유 재고는 216만6천 배럴 늘어났다.
러시아 국영 송유관회사 트란스네프트는 우크라이나를 경유해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로 향하는 드루즈바 송유관을 통한 석유 공급을 재개했다. 우크라이나 측 석유 전송업체인 우크르트란스타프나가 전송료를 받은 것을 확인하면서 공급이 재개된 것이다. 지난 8월4일 공급이 끊어진 지 6일만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