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안은 또 연준이 디지털 화폐에 관한 연구를 서두르고, 디지털 화폐 발행 준비 절차를 마련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워터스 의원은 디지털 화폐 발행 경쟁을 ‘새로운 디지털 자산 우주 경쟁’이라고 부르며 미국이 이 분야에서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에 밀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와 연준은 디지털 화폐 발행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WSJ이 전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현재 인플레이션과 경제 성장 둔화에 대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디지털 화폐(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종이 화폐를 디지털화한 것이다. 이는 디지털로 거래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비슷하나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디지털 달러는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새로운 지급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신용 카드나 직불 카드 또는 벤모, 애플 페이처럼 개인이 스마트폰으로 디지털 달러를 가지고 다니면서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결제할 수 있다. WSJ은 “디지털 달러는 더 신속하고, 값싸며 안전한 결제 수단이 될 수 있고, 이것이 사용되면 종이 화폐가 사라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수수료 부담 없이 국제적인 결제 수단으로 디지털 달러를 사용할 수 있다. 정부가 일반 국민에게 실업 수당을 주거나 재난 지원금을 줄 때도 디지털 화폐를 사용하면 신속하게 송금 절차를 마칠 수 있다.
현재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에서 16개국이 디지털 화폐를 도입했거나 시범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WSJ이 전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디지털 유로 발행을 목표로 시범적인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참가하는 외국인 선수와 관람객 등을 대상으로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e-CNY)를 정식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2020년에 처음 도입해 주요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지난해 11월 초를 기준으로 1억 4,000만 명이 디지털 위안화 거래 계정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중국인들이 현재 디지털 위안화보다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 산하 금융연구소(OFR)는 지난달 12일 디지털 화폐가 금융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CBDC가 도입되면 자산을 CBDC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급격히 나타나 공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도 “CBDC가 스테이블 코인의 금융 리스크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루나-테라 사태의 영향으로 디지털 화폐의 조기 발행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준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디지털 달러 발행을 추진할지 구체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연준은 이 보고서에서 CBDC가 발행되면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고, 민간 은행과 중앙은행 간의 책임과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디지털 달러가 발행되면 달러화가 국제 결제 수단으로서 기축 통화 지위를 영구히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디지털 달러로 손쉽게 국제 결제를 할 수 있고, 신 기술 혁명 시대에 달러화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