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방위 산업 분야와 주요 기업의 컴퓨터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 칩은 대부분 대만산이다.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세계 최첨단 반도체 칩의 시장 점유율은 대만이 90% 이상이고, 그 뒤를 이어 한국이 8%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미·중 간 군사 충돌로 TSMC의 칩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 글로벌 기술 공급망 체계가 붕괴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TSMC의 류더인 회장은 1일 CNN과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경제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세계 질서가 붕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TSMC의 생산이 중단되면, 반도체 칩의 10%를 TSMC에 의존하는 중국도 경제적 혼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류 회장은 “반도체 제조 과정은 미국‧유럽‧일본 등과 실시간 연결에 의존하기 때문에 중국이 대만을 공격한다면 TSMC의 공장은 멈추어 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모두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에서 중국에 대한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퀄컴 66%, 엔비디아 26%, 인텔 26%, AMD 24% 등이다. 특히 애플은 아이폰 대부분을 중국에서 생산한다. 미·중 간 갈등이 애플의 아이폰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으려고, 52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지원법을 시행한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기업 지원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에 나선 것은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반도체 공급망이 무너지는 사태에 따른 대비책의 성격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러나 이 반도체 지원법이 시행돼 미국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 비율이 상승하는 데는 앞으로 최소한 몇 년간이 걸릴 것이라고 배런스가 지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는 또한 최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에 대한 중국 수출 통제 조치를 강화하려 한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고 로이터가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2개의 대형 반도체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SK 하이닉스는 미국 인텔 낸드플래시 메모리칩 생산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낸드 칩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23%가 넘는다. 중국의 점유율은 2019년 당시에는 14%에 그쳤다. 미국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에 2.3%에서 1.6%로 줄었다.
미국 의회는 지난달 28일 미국의 반도체 산업에 520억 달러(약 68조 원)를 직접 지원하고, 세제 혜택 등을 통해 모두 2,800억 달러 (약 368조 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반도체 지원 및 과학 법안 2022’를 가결했다. 미 의회를 통과한 이 법안에 따르면 약 390억 달러가 미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 시설을 신설, 확장, 현대화하는 기업에 제공된다. 나머지 110억 달러는 반도체 연구, 개발 지원비로 사용된다. 방위 산업 관련 반도체업체에는 20억 달러가 지원된다. 다만 이 지원금은 자사주 매입 또는 외국 투자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