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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상원 '반도체지원 법안', 삼성전자 등에 어떤 혜택 제공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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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상원 '반도체지원 법안', 삼성전자 등에 어떤 혜택 제공하나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 기업에 390억 달러-연구 개발 지원비로 110억 달러 수혜

반도체칩. 사진=CNBC이미지 확대보기
반도체칩. 사진=CNBC
미국 연방 상원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할 목적으로 미국의 반도체 업계에 520억 달러(약 68조 원)를 지원하는 내용의 ‘반도체 지원 플러스 법안’(CHIPS+)에 대한 심의에 19일(현지시간) 밤 착수했고, 내주 중에 전체 회의에서 표결하기로 했다. 미 상원이 64대 34라는 큰 표 차이로 반도체 산업 육성법안 토론을 시작하기로 함에 따라 이 법안의 통과 가능성이 커졌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미 상원은 합법적인 의사 진행 방해 수단이 필리버스터를 막기 위해 21일 ‘토론 종결 투표’(cloture vote)를 한다. 이미 이 법안 심의 착수에 찬성한 의원이 64명에 달해 이 법안은 필리버스터 없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미 상원은 반도체 지원 방안을 둘러싼 반도체 업계의 견해 차이 등을 고려해 타협안을 마련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은 지난주에 야후파이낸스와 인터뷰에서 “이 법안이 올여름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책상 위에 올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몬도 장관은 특히 “이 법안이 미국 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면 미국 기업이든 외국 기업이든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현재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신설할 예정이어서 삼성전자도 수혜 대상이다.
러몬도 장관은 “대만의 글로벌웨이퍼가 텍사스주에서 생산 시설을 확대하려고 한다”면서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글로벌 웨이퍼가 한국으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 상원이 표결할 ‘반도체 지원 플러스 법안’은 애초 예상대로 500억 달러를 반도체 업계에 직접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중 390억 달러는 미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 시설을 신설, 확장, 현대화하는 기업에 제공된다. 나머지 110억 달러는 반도체 연구, 개발 지원비로 사용된다. 상원 법안은 반도체 업체들이 정부 지원금 사용 방식을 놓고 양분됨에 따라 이런 절충안을 마련했다.

이 법안 표결을 앞두고 미국의 일부 반도체 기업들은 지원 혜택이 인텔에 집중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AMD, 퀄컴, 엔비디아(Nvidia) 등은

인텔처럼 반도체를 미국에서 직접 생산하는 기업과 반도체를 설계만 하고, 생산을 위탁 업체에 맡기는 기업을 차등 대우하게 돼 있다고 반발했었다.

미 상원은 이에 따라 반도체 연구 개발 지원비로 100억 달러를 별도로 책정해 AMD 등 반도체 설계 기업에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반도체 지원 플러스 법안은 또 반도체 교육, 방위 산업, 미래 혁신 등에 약 20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도 이 법안에 명문화돼 있다. 반도체 생산을 위한 투자에 대해서는 세액 공제를 해주기로 했고, 그 수혜 규모가 향후 몇 년에 걸쳐 2,0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야후파이낸스가 보도했다.

인텔 등 미 반도체 업계중국 투자 제한 조항이 들어가는 것에 반대했다. 그러나 이 법안에는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할 특정 국가들과 새로운 협업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 ‘특정 국가’는 중국을 지칭한다.

이 조항은 중국이 미국 정부가 지원하는 기업으로부터 반도체와 관련한 혜택을 누리면 안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등은 5G 통신망 구축에서 중국산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하려 한다고 야후파이낸스가 전했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지난 5년 사이에 급성장했고, 현재 글로벌 시장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990년까지 글로벌 반도체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했으나 현재 12%로 하락했다.

반도체지원법안은 지난해 6월 상원에서, 올해 2월 하원에서 각각 가결됐으나 두 법안의 내용이 달라 이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간 견해 차이로 의회에 계류돼 있었다.

이 법안의 최대 수혜자는 인텔이 될 것이라는 게 반도체 업계의 일치된 분석이다. 인텔은 미국 오하이오주(州)에 있는 1,000에이커 부지에 200억 달러를 투입해 2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을 설립한다. 인텔은 이 시설을 올해 말 착공오는 2025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인텔 측은 해당 용지가 총 8개의 공장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향후 10년 동안 투자 규모는 1,000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인텔은 이미 미국 애리조나주 챈들러에 파운드리 2개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인텔은 2025년부터 적용할 1.8나노 공정을 위해 경쟁사인 TSMC와 삼성전자보다 앞서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계약도 체결했다. 인텔은 이번 200억 달러 규모의 공장 설립으로 파운드리 생산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 정부의 국내외 기업의 자국 투자유치 정책에 따라 세금 감면반도체 투자 보조금 혜택 등 총 4조 8,000억 원 지원을 약속받고 170억 달러를 투자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새로운 칩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업체인 대만의 TSMC 역시 미국 정부의 지원을 약속받고 애리조나에 120억 달러 규모의 칩 공장 건설 중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