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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대기업 보수성향 뚜렷…임원 비율, 공화당원이 68%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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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미국 대기업 보수성향 뚜렷…임원 비율, 공화당원이 68% 차지

인종·환경문제 등 사회 이슈 놓고 진보진영과 다른 목소리

성 정체성 교육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론 드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와 밥 체이펙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이미지 확대보기
성 정체성 교육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는 론 드샌티스 미국 플로리다 주지사와 밥 체이펙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
미국에서 공화당을 지지하는 대기업 임원의 비율이 최근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초당적으로 운영되는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S&P1500 지수 기업 1000여 개의 3700명에 달하는 이사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공화당원 임원이 2020년 기준으로 6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2008년 조사 당시의 공화당원 임원 비율 63%보다 5%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 2016년 조사 당시에 공화당원 임원 비율은 75%에 달했었다.

엘리자베스 켐프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WP에 “공화당원이 미국 기업의 이사진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지만, 비슷한 정치 이념이나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결집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기업 임원들이 보수 성향을 보이면서 ‘워크(woke)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있다고 WP가 지적했다.

워크 자본주의는 미국 보수 진영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진보적인 메시지를 내는 기업들의 경영 방식을 비판하면서 만든 신조어이다. 워크(woke)는 ‘깨어 있는’이라는 뜻으로 미국 보수 진영이 진보적 인사들의 ‘선민의식을 조롱하려고 사용하는 표현이다.

미국의 일부 대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은 진보 진영의 비판을 의식해 인종, 성 소수자, 환경 문제 등 사회적인 이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보수 진영은 그런 대기업과 CEO의 행태를 조롱하면서 ‘안티 워크(anti-woke)’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디즈니월드를 운영하는 월트디즈니성 소수자 문제로 공화당 소속의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대립하고 있는 게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디즈니월드가 위치한 플로리다주는 지난 3월 드샌티스 주지사 주도로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생에게 동성애 등 성 정체성에 대한 교육을 금지하는 ‘부모의 교육권법’을 제정했다. 진보 진영은 이 법이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한다고 비판했으나 디즈니는 애초 이 법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디즈니월드 직원들이 파업과 항의 시위로 맞서자 밥 체이펙 CEO가 공개적으로 이 법에 대한 반대 견해를 밝히고, 플로리다주에모든 정치자금 기부를 중단하기로 했다.

플로리다 주 의회 하원 디즈니가 있는 플로리다주 리디크리크 특별지구를 1967년 특별지구로 지정된 이후 55년 만에 권한을 박탈하기로 했다. 상·하원을 모두 통과한 이 법안은 샌티스 주지사의 서명을 거쳐 2023년 6월 효력을 발휘한다. 리디크리크 특별지구는 1960년대 중반 월트디즈니가 플로리다에 토지를 매입하면서 주 의회를 설득해 특별지구를 만들고 주 정부의 승인 없이 개발하거나 세금을 부과하는 등 준정부기관처럼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곳으로 디즈니의 자치권을 인정한 지역이다. 디즈니가 리디크리크 내 토지 3분의 2를 소유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24일 여성의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뒤집국의 주요 기업들이 직원 또는 그 배우자의 낙태 시술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골드만삭스, 엘프, 나이키, 넷플릭스, 청바지 업체 리바이 스트라우스, JP모건 체이스, 도이체방크, 애플, 월트디즈니, 아마존, 차량호출 업체 우버리프트,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플랫폼, 마스터카드, 스타벅스,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 등낙태 원정 시술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50개 주 가운데 26개 주가 낙태를 금지할 것으로 보인다. 낙태를 금지한 주 정부와 의회, 낙태 반대 단체들이 기업들의 '원정 시술' 지원 행위에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낙태 금지 주들이 원정 시술 지원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형법을 제정하면 기업들은 형사 고발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미국 기업들이 사회적 이슈에 휘말려 들면서 ‘미지의 영역’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의 사회적 이슈 개입 문제를 놓고 세대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신세대 소비자는 기업과의 ‘가치 공유’를 중시하면서 기업이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낼 것을 요구한다. 구세대는 기업이 사회적 현안을 놓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NBER 조사팀은 대기업 이사진에 공화당원이 대거 포진하면서 진보 성향의 이사들이 사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조사팀은 “기업 이사진이 정치적으로 한 팀으로 구성되면 주주들이 그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