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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달러=유로 등가 시대' 초읽기... 유로 20년 만에 최저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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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달러=유로 등가 시대' 초읽기... 유로 20년 만에 최저치로

유로존 경제 침체 전망으로 유로화 급락…8월이면 달러화와 가치 같아질 듯

유로화와 달러화 가치가 같아지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보인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유로화와 달러화 가치가 같아지는 시대가 곧 올 것으로 보인다. 사진=로이터
천연가스와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유로존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2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국제 외환 시장에서 유로화는 5일(현지시간) 1.025 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유로화 가치는 2020년 1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 금융계에서는 달러화와 유로화 등가 시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로존 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가격 급등, 노동 시장 불안 등의 복합 위기를 맞았다.
달러화는 스위스 프랑과 일본 엔화에도 강세를 보였다. 달러 대비 엔화는 136달러에 거래됐고, 엔화는 1998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평가하는 ICE 달러 지수는 약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화 가치는 1년 사이에 11%가 뛰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달러화 강세의 주요 요인 중 하나이다. 또 미국 경제가 유로존을 비롯한 다른 나라 또는 지역에 비해 호조를 보인다. 글로벌 경기 침체기가 왔을 때 미국이 강한 노동 시장과 상대적으로 높은 저축 비율로 인해 다른 나라에 비해 잘 견딜 것이라는 전망도 달러화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투자자들이 불확실성 시대를 맞아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나섬에 따라 미국으로 투자금이 몰리고, 가장 안전한 화폐로 인식된 달러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조단 로체스터 노무라 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뉴욕 타임스에 오는 8월이면 달러화와 유로화 가치가 같아지는 등가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 9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로 동결하면서 7월에는 0.25%포인트 올리고, 9월에도 재차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ECB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ECB는 2016년 3월 기준금리를 0%로 낮춘 이후 6년여째 유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인 유로존의 지난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1%로 1997년 통계 집계 이래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에 이른 달러화 강세로 인해 미국 수출 기업들의 채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미국 수출 기업들의 환율 변화에 따른 손실액이 400억 달러 (약 51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당시의 80억 달러에서 5배가 증가한 것이다.

달러화는 기축 통화로서 확고한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1년 말 전 세계 외보유액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은 58.81%에 달했다. 이는 2009년 65%에 비해 다소 감소한 것이다.

아직 달러화에 도전할만한 화폐가 없다. 달러화를 위협할 수 있는 유로화 비중은 같은 기간 28%에서 20%로 오히려 8% 포인트가 떨어졌다. 국제금융통신망인 스위프트(SWIFT) 내에서도 올 2월 기준 달러 거래 비중이 38.85%로 가장 높다. 그 뒤를 이어 유로(37.79%), 파운드(6.76%), 엔(2.71%) 순이다. 중국 위안화의 세계 외환보유액 비중은 2.79%, SWIFT 내 거래 비중은 2.23%에 그쳤다.

유로는 1999년에 만들어졌다. 그로부터 4년 뒤인 지난 2002년에 한때 달러가 유로보다 가치가 더 올라간 적이 있다. 이때 유럽중앙은행이 개입해 유로화 가치를 떠받친 이후 약 20여 년 동안 유로가 달러보다 줄곧 가치가 높았다. 이제 달러화와 유로화 가치가 같아지거나 역전이 이뤄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