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광범위한 경제 제재를 지속해서 가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중국 기업들이 대체로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NYT가 지적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를 추진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취한 경제 제재를 모델로 삼을 것이라고 NYT가 전했다. 미국은 동맹국이나 우방국들과 함께 러시아가 군사력 증강 또는 전략 산업 육성 등을 하지 못하도록 반도체, 항공기 부품, 원유와 가스 등 에너지 산업 관련 장비 등을 러시아에 수출하지 못하게 했다. 미국 정부는 첨단 기술 금수가 러시아에 심대한 타격을 주었다고 평가한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미국은 이제 중국이 군사력 증강이나 과학 발전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첨단 기술의 중국 이전을 철저히 차단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기술 제품의 중국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면서 한국 등 동맹국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말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을 당시에 동맹국과 함께 핵심 기술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또 지난달 26일 공개한 대중국 전략에서 수출 통제를 핵심 대책으로 제시했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도 기자들에게 “제재가 단행되면 미국이 동맹국들과 수출 통제 및 무역 제한 문제를 조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어서 러시아와 달리 중국에 대한 무역 통제에는 많은 위험이 뒤따른다고 뉴욕 타임스가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무역을 통제하면 글로벌 무역 시스템이 붕괴하거나 중국이 미국에 대한 핵심 광물 수출 금지 등의 보복 조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이 신문이 지적했다.
미국이 첨단 기술 수출을 통제하면 장기적으로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대체할 수 다른 공급원을 찾아 나섬으로써 미국의 글로벌 시장 지배력이 약화할 수 있다. 또한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무역 통제로 인해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지도력이 훼손될 수 있다.
그러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은 중국에 대한 첨단 기술 수출 통제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러몬도 장관은 지난달 29일 상무부 연례 콘퍼런스 연설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반도체 등 핵심 품목의 러시아에 대한 수출을 금지함에 따라 세계 각국이 러시아에 수출한 반도체의 규모가 90%가량 줄었다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중국 최대 반도체 기업 SMIC가 러시아에 반도체를 공급하면 이 회사가 문을 닫도록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러몬도 장관은 “세계와 중국에서 생산되는 거의 모든 반도체 제품에 미국의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사용되고 있어 우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문을 닫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 2월 중국 법인 33곳을 '미검증 목록'에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미검증 목록은 미국 정부가 해당 기업의 정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거래에 위험이 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