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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연준, 디지털 달러화 조기 발행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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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시선] 연준, 디지털 달러화 조기 발행하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의회 서면 증언 통해 조기 발행 지지 입장 공식화

레이얼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부의장이 25일(현지시간) 디지털화폐(CBDC) 조기 발행을 지지하는 견해를 밝혔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26일 열리는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서를 통해 디지털 달러화를 발행하면 금융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 연준은 디지털화폐 발행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 견해를 밝히지 않은 채 각계의 의견 수렴 작업을 계속해왔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서면 증언에서 “미국 국내 및 국제 사회에서 급속하게 진행되고, 변화하는 디지털 금융 시스템의 발전 과정에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 필요성이 아니라 앞으로 그런 수요를 어떻게 충족해야 하는지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우리가 행동을 취했을 때 발생할 위험과 함께 행동을 취하지 않았을 때 생길 위험에 대해서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루나-테라 사태의 영향으로 디지털화폐의 조기 발행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월가의 금융 기관들이 미국 정부에 CBDC 발행을 서두르지 말아 달라며 로비전에 나섰다. 연준이 디지털 달러화를 발행하면 미국의 금융 시스템에서 수천억 달러가 빠져나갈 것이라고 미국 은행협회(ABA)와 금융정책연구소(BPI)가 주장했다.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종이 화폐를 디지털화한 것이다. 이는 디지털로 거래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비슷하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고 관리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연준은 올해 1월 20일에 40쪽 분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준은 디지털 달러의 장점과 문제점 등을 상세히 열거하고, 이와 관련된 측의 반응을 점검하겠다고 밝혔었다.

미국 금융 기관들은 디지털화폐가 발행되면 미국 은행에서 예치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상업 은행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은행이 디지털화폐 거래의 중개 역할을 해도 이것이 상업용 대출이나 투자 등에 사용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미국 금융 기관들이 주장했다.

그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 정부와 연준은 루나-테라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화폐 조기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 청문회 증언에서 “미국에서 디지털화폐(CBDC)가 생기면 스테이블 코인도 가상화폐도 필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도 지난 9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CBDC가 스테이블 코인의 금융 리스크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디지털 달러 발행을 추진할지 구체적인 견해를 밝히지 않았다. 연준은 이 보고서에서 CBDC가 발행되면 미국의 금융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고, 민간 은행과 중앙은행 간의 책임과 역할이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준은 디지털 달러가 발행되면 달러화가 국제 결제 수단으로서 기축 통화 지위를 영구히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디지털 달러로 손쉽게 국제 결제를 할 수 있고, 신 기술 혁명 시대에 달러화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디지털 달러가 발행되면 기존 민간 은행에서 돈이 한꺼번에 빠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정부가 국민의 금융 거래 내용을 소상히 알 수 있어 사생활 보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연준이 지적했다. CBDC가 해커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점의 하나라고 연준이 밝혔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