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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소매·외식업계의 두얼굴...역대급 순익에 직원 임금은 '쥐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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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소매·외식업계의 두얼굴...역대급 순익에 직원 임금은 '쥐꼬리'

평균 시급이 15달러 미만인 거으로 확인된 확인된 미국의 대형 소매 및 접객업체들. 사진=EPI이미지 확대보기
평균 시급이 15달러 미만인 거으로 확인된 확인된 미국의 대형 소매 및 접객업체들. 사진=EPI

미국의 소매업계와 외식업계가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가격 인상으로 큰 수익 개선을 누리면서 직원들에겐 쥐꼬리 임금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근로자들은 물가 급등의 여파로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고통을 겪고 있으나 관련업체들은 가격 인상 등을 통해 오히려 더 많은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것.

◇소매·접객업계 근로자 56% “시급 15달러 미만”


19일(이하 현지시간) CBS뉴스에 따르면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인 경제정책연구소(EPI)는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형 소매업체 및 외식업체 66곳에서 일하는 시급 근로자 2만여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임금 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6%가 15달러(약 1만8000원)에 못미치는 시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2달러(약 1만5000원)를 밑도는 시급을 받고 일하고 있다는 근로자도 응답자의 25%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종별로는 접객업소에서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저임금이 가장 심각해 여기에 해당하는 응답자의 73%가 15달러 미만의 시간당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맥도날드, 서브웨이, 피자헛 등 굴지의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일하는 근로자 가운데 23~25%는 시간당 10달러 미만의 임금을 받고 일하는 것으로 확인돼 처우가 가장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는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경우 89%가 시간당 15달러 미만의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세계 최대 커피 체인인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경우 63%가,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경우 51%가 15달러가 안되는 시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벤 지퍼러 EPI 이코노미스트는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저임금 구조가 고착화된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소규모 영세 업체들뿐 아니라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한 기업들에서도 저임금이 만연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시급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업종은 택배업계로 이 업종에서 종사한다는 응답자의 8%만 15달러 아래로 시급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과반이 15달러 이상으로 시급을 받고 있다고 밝힌 사업체는 아마존, 코스트코, UPS 등이었다.

◇지난해 美 10대 소매기업 순익 246억달러 급증


어카운터블US이 최근 펴낸 보고서. 사진=어카운터블US이미지 확대보기
어카운터블US이 최근 펴낸 보고서. 사진=어카운터블US


이들 기업은 인플레이션 와중에도 제품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수익을 최대한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나 비판이 일고 있다고 CBS는 전했다.

인플레이션을 가격 인상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실적을 크게 개선했음에도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데는 인색했다는 뜻이다.

납세자 보호 시민단체 어카운터블US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 월마트, 홈데포, 코스트코, 타겟, CVS헬스 등 시가총액 기준으로 가장 규모가 큰 미국의 대형 소매기업 10곳을 대상으로 지난해 경영실적을 조사한 결과 역대급으로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10개 업체의 지난해 평균 순익이 전년보다 246억달러(약 30조4000억원)나 증가한 990억달러(약 122조2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가운데 인플레이션 파고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까지 겹친 상황에서도 기민하게 판매 가격을 인상에 나산 결과 과거 어느 때보다 실적이 좋아진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지난 2월 회원제 서비스인 프라임 연회비를 인상한 아마존의 경우 지난해 순익이 330억달러(약 40조7000억원)를 기록, 2020년 대비 120억달러(약 14조8000억원)의 순익이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고 월마트의 지난해 순익도 136억달러(약 16조8000억원)로 전년대비 1억6300만달러(약 1700억원) 증가했다.

보고서는 “미국을 대표하는 이들 주요 소매기업들이 지난해 거둔 경영실적은 지난 1950년대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라면서 “세전 기준으로 2020년 대비 무려 25%의 순익 증가율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7.9% 올라 4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사실을 고려하면 이들의 지난해 순익 증가율이 물가 상승세보다 얼마나 가팔랐는지를 알 수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제품 가격 인상에 앞다퉈 나서면서 업체들은 수익을 극대화하고 물가 부담을 소비자들에 전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