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인플레이션 급등의 책임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탓으로 돌리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가 3월 CPI가 좋지 않으리라고 예상하고 있었다”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물가 폭등의 주범”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등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했고, 이같은 서방의 제재가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게 사키 대변인의 설명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폭등하고 있지만, 주요 경제 지표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미국의 3월 실업률은 3.6%로 나타났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직전에 50년 만에 최저치였던 3.5%에 0.1%포인트 차이로 근접한 것이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3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올 3월에 비농업 일자리가 43만 1,000개 증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고용 회복의 척도로 주목하는 경제활동참가율 역시 62.4%로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20년 2월 수준에 1%포인트 차로 접근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경제의 밝은 면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유권자는 어두운 면을 본다. 이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이 유권자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CBS 방송이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미국의 성인 2,062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 업무 수행 지지율은 43%를 기록했다. 이는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이 방송이 실시한 조사에서 최저치 기록이다.
특히 응답자의 31%만이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정책을 지지했다. 최근 ABC방송과 입소스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29%만이 바이든 대통령의 인플레이션 정책을 지지했다. 응답자들이 유가 상승의 원인으로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71%)과 석유회사(68%)를 꼽았으나 민주당과 바이든 대통령 잘못이라는 응답 비율도 50%를 넘었다.
미국 공화당은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에 고물가 사태의 책임을 돌리며 파상 공세를 편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현재의 고물가 사태를 ‘바이든 인플레이션 위기’라고 부른다. 케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인플레이션 폭주로 미국의 가정과 경제가 붕괴하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 정부에서 물가가 40여 년 만에 최고로 올라 봉급과 저축을 다 빨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기연 글로벌이코노믹 워싱턴 특파원 ku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