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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핀란드·스웨덴 나토 가입, 우크라이나와 달리 가능성 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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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핀란드·스웨덴 나토 가입, 우크라이나와 달리 가능성 큰 이유

우크라이나 절차적 민주주의 취약…러시아, 혹 떼려다 혹 붙일 가능성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사진=로이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결과 혹을 떼려다 오히려 혹을 붙이는 자충수를 두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 저지를 명분으로 내세워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지만 러시아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했을 결과가 벌어지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게 되면 서유럽 국가를 주축으로 한 나토의 동진으로 러시아 안보가 위협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까지 하며 내세운 논리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접경한 단순한 주변 국가가 아니라 유럽 대륙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면적이 넓은 나라일뿐 아니라 러시아와 서유럽의 중간 지대에 위치한 지정학적 특수성을 안고 있어서다.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도 높은 제재조치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언급했을 정도로 가까운 미래에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가능성은 없다는게 국제사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문제는 러시아가 유럽대륙의 한켠에서 일으킨 전쟁 때문에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대한 유럽내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것. 스칸다나비아반도의 경제강국으로 러시아에 인접해 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중립국으로 남아있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최근 보이고 있는 것이 비근한 예다.
우크라이나 스스로가 가입을 희망하는 것과는 별개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적어도 단기적으로 난망한 반면,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 가능성은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크라이나는 어렵지만 핀란드와 스웨덴은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뭘가.

◇핀란드 국민 10명중 6명 “나토 가입 지지”

핀란드 공영방송 YLE이 최근 나토 가입 추진에 관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 방송이 관련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17년 이후 나토 가입 지지도가 62%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사진=YLE이미지 확대보기
핀란드 공영방송 YLE이 최근 나토 가입 추진에 관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 방송이 관련 조사를 처음 시작한 2017년 이후 나토 가입 지지도가 62%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사진=YLE


7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들어 스웨덴과 핀란드의 국가안보 태세와 관련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모습이다.

스웨덴에서는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총리가 지난 30일 “스웨덴의 나토 가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국가 안보 정책에 대한 검토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나토 가입을 추진하는 방안을 공론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핀란드에서는 핀란드경제정책포럼(Eva)이라는 싱크탱크가 지난달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0%가 나토 가입에 찬성하고 19%가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고 핀란드 공영방송 YLE이 별개로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2%가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나토 가입 추진에 유리한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핀란드에서 나토 가입을 지지하는 여론은 지난해 가을 실시된 비슷한 여론조사에서 나온 찬성 여론보다 무려 34%포인트나 높아졌을 정도로 크게 바뀌었다.

나토는 두 나라의 나토 가입 추진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자난 5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두 나라가 나토 가입을 신청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두 나라가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그러나 가입을 신청할 경우 나토 소속 30개 동맹국은 환영하는 입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두 나라가 실제로 가입 신청을 할 경우 신청 시점부터 심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가입 승인을 받을 때까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사태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해 두 나라가 가입을 신청해올 경우 적극적으로 검토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로이터는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두 나라가 실제로 나토 가입을 신청할 경우 러시아가 군사적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푸틴이 감행한 우크라이나 침공의 역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 사진=로이터


유럽연합(EU) 회원국이지만 군사적으로는 중립을 유지했던 두나라가 집단방위를 위한 군사동맹체인 나토에 가입하는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하면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는 허를 찔린 듯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벌이고 있는 전쟁이 예상 밖으로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예상치 않게 나토에 가입할 경우 푸틴의 바람과는 정반대로 유럽대륙에서 나토의 몸집이 오히려 커지는 결과를 러시아가 자초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7일 영국 언론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두 나라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러시아의 안보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유럽과 맞닿은 서쪽에 대한 대비를 좀더 정교하게 해야 할 것 같다”면서 “두 나라의 가입이 현실화되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러시아 나름대로 강구해 균형을 맞출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이 구체화되면 방관하지 않겠다는 위협을 공개적으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 의회에서도 비슷한 경고가 나왔다. 블라디미르 자바로프 러시아 연방의회 외교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두 나라가 나토에 가입하는 쪽으로 움직인다면 전략의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며 러시아의 보복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방이었던 러시아와 핀란드의 관계를 적대관계로 만들지 말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민주주의 취약’한 것이 나토 가입 최대 걸림돌

국제투명성기구(TI)가 조사한 전세계 부패지수 현황. 우크라이나는 부패가 심한 편에 속하는 국가로 조사됐다. 사진=TI이미지 확대보기
국제투명성기구(TI)가 조사한 전세계 부패지수 현황. 우크라이나는 부패가 심한 편에 속하는 국가로 조사됐다. 사진=TI


전문가들은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큰 반면, 우크라이나의 가능성은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사실상 없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나토에 가입하는 것 자체가 신청국이 독자적으로 결정을 해 이뤄지는 것인데다 신청을 한다고 가입되는 방식이 아니라 나토가 정한 자격과 기준에 따른 심사 과정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나토가 가입 신청국을 상대로 검토하는 자격과 기준은 다양하지만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는 민주주의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부패지수가 문제다.

특히 우크라이나의 경우 다른 기준은 몰라도 아직 절차적 민주주의가 취약한 상태라는 것. 바꿔 말하면 사회부패가 아직 심한 편에 속하는 나라로 평가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부패지수를 매년 발표하는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지난 2020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전세계 180개국을 대상으로 부패지수를 파악한 결과 우크라이나는 180개국 가운데 117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IT의 부패지수 기준에 따르면 가장 부패하지 않는 경우가 100점 만점이라면 우크라이나의 부패지수는 33점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비해 스웨덴과 핀란드의 부패지수는 공히 85점으로 매우 우수한 경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나라는 조사대상 180대국 가운데 부패가 없이 깨끗한 사회 기준으로 3위를 차지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