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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현대차·기아, ‘진동하는 전기차' 기술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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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현대차·기아, ‘진동하는 전기차' 기술 개발했다

미 특허상표청에 특허 출원 신청...‘내연차 같은 전기차’ 개발 경쟁 선점 행보
현대모비스가 세계 최초로 전기차 그릴 커버를 이용해 만든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 사진=현대모비스이미지 확대보기
현대모비스가 세계 최초로 전기차 그릴 커버를 이용해 만든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 사진=현대모비스

전기차가 종래의 내연기관 자동차와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은 화석연료를 쓰는 엔진이 없기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전기차가 대표적인 친환경차로 불리는 이유다.

친환경차라는 장점 외에 전기차가 지닌 또한가지 장점은 하나는 ‘정숙성’이다. 엔진이 달려있지 않고 전기 모터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차량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거의 없다는 것.

그러나 전기차의 정숙성이 반드시 장점으로만 통하는 것은 아니다. 주행 시 소음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내연차에 익숙한 운전자 입장에서는 시각적으로 차량이 움직이는 것을 감지할뿐 소리로는 전기차가 움직이고 있는지를 체감하기 어렵다. 반대로 주행감을 느낄 수 없다보니 운전 몰입감이나 가속감이 없고 심지어 지루함마저 느끼기 십상이다.

전기차 주변에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전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소리 없는 차 때문에 안전사고의 위험이 상존한다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내연차 같은 엔진 소리를 인위적으로 내는 기술, 즉 가상 엔진 사운드 시스템(AVAS)을 개발해 전기차에 적용해왔다. 전기차 내부 또는 외부에 장착된 스피커를 통해 내연차 엔진 소리와 유사한 소리를 내는 방식이다.

지난 2020년 전기차 그릴 커버를 이용한 AVAS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현대차·기아가 한단계 진화한 방식을 개발해 관련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가상의 엔진음을 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전기차 차체가 실제로 흔들리는 느낌을 연출하는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현대차, 美 특허상표청에 ‘가상 진동 시스템’ 특허 신청


1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잘롭닉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전기차에 탄 사람이 진동을 느낄 수 있게 새로운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을 최근 미국 특허상표청(USPTO)에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술은 가속하거나 토크가 증가할 때 내연차 엔진이 진동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운전자와 승객 모두에게 주는 가상의 진동을 발생시키는 것이 핵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토에볼루션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특허 출원 신청서에서 “엔진에서 나오는 진동을 느낄 수 없다면 전기차 운전자로서는 주행감이 없어 지루함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이 기술을 개발한 배경을 설명했다.

신청서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전기차의 주행속도, 가속력, 제동력의 변화에 따라 엔진 진동이 발생시켜 운전자와 승객 모두가 내연차를 타고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진동은 구동모터를 통해 발생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이 기술을 전기차에 적용하면 심지어 기어 변속에 따른 진동감과 공회전시 발생하는 진동감까지 구현할 수 있다는게 현대차·기아의 설명이다.

◇‘내연차 같은 전기차’ 개발 경쟁 선점


오토에볼루션은 “신청서의 내용으로 볼 때 현대차·기아는 이 시스템을 향후 출시될 전기차에 옵션으로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자동으로 작동되는 방식이 아니라 수동으로 작동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오토에볼루션은 이어 “BMW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인 BMW i8에 가상 사운드 시스템을 탑재하고 나섰을 때까지만 해도 ‘내연차 같은 전기차’를 개발하는 문제가 커다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이젠 내연차 같은 전기차를 내놓은 업체가 시장을 앞서가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오토에볼루션은 특히 자동차 업계와 언론계에서 그동안 한국 자동차 업계를 과소평가해온 것이 사실이라면서 내연차가 사라지고 전기차만 남는 시대에는 내연차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소비자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기아의 이같은 행보는 시장 선도적일뿐 아니라 주목할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