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 소비자를 겨냥한 이른바 ‘실버 테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재도약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2022년 글로벌 소비시장을 주도할 10대 트렌드의 하나로 꼽았을 정도로 유망한 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IT기업 에릭슨 산하의 소비시장 조사업체 에릭슨컨슈머랩에서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실버 테크 산업이 올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령인구의 급격한 증가 추세 속에 실버 테크가 주목을 받는 것이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글로벌 위기의 여파로 자녀와 불가피하게 거리를 둬야 하면서 고독의 문제에 직면한 노령 인구가 디지털 기술의 도움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일상적으로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60세 이상 소비자, 매주 한번 이상 소셜미디어 사용
13일(현지시간) 유로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한층 디지털화되고 있는 노령층을 백업 플래너, 기후변화, 금융 마니아, 메타버스 운동, 중고품의 부상, 지방으로 향하는 도시인 등과 함께 올 한해 글로벌 소비시장을 이끌어갈 10대 트렌드로 분석했다.
유로모니터는 그 근거로 다양한 통계를 제시했다. 유로모니터가 제시한 통계 가운데 대표적인 것을 꼽으면 코로나 사태 이후 60세 이상 노령 소비자의 60%가 일주일에 최소한 한번 소셜미디어를 이용할 정도로 소셜미디어를 일반의 예상보다 많이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젊은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는 비디오 게임을 즐긴다는 노령층도 21%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무선 인터넷 시대의 총아로 떠오른 스마트폰의 경우도 노령층의 80%가 사용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사태로 촉발된 사회적 거리 두기와 이로 인한 사회적 고립이 심화된 결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유로모니터 보고서는 “인터넷 서핑이나 온라인 쇼핑 같은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녀들과 직접 만나기 어려워진 노령층에서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술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고 건강을 살피거나 진료 및 상담을 받기 위해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온라인으로 재무 관련 상담을 받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평생교육과 관련한 온라인 서비스를 받은 경우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ICT에 대한 관심, 다른 연령층과 큰 차이 없어
이와 별도로 에릭슨컨슈머랩도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지난해 10억명에 달했던 60세 이상 전세계 노령인구가 오는 2040년께 20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2040년 쯤이면 전세계 인구의 5분의 1가량이 60세 이상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노령층 인구는 8분의 1수준이다. 보고서는 현재 20개 국가에서 노령인구의 25%가 6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노령층 인구가 이처럼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에릭슨 보고서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노령층의 관심도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에릭슨이 미국, 영국, 한국, 중국, 독일, 이탈리아 등 12개 국가에서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 벌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65~74세 사이의 노령 소비자 10명 가운데 7명꼴로 가상현실(AR) 및 증강현실(VR)과 관련한 첨단 기기를 사용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보였다. 대체로 요리를 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하나 취미 생활의 일환으로 이들 기기에 대한 관심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9명꼴이라는 압도적인 비중으로 코로나 사태 와중에 일상생활을 하는데 있어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됐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나머지 연령의 사람들과 이런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이목을 끄는 대목이다.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