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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GE·日 도시바 기업 분할…‘재벌기업 시대’ 종말 고하는 서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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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GE·日 도시바 기업 분할…‘재벌기업 시대’ 종말 고하는 서곡인가

일본 수도 도쿄에 있는 도시바 본사. 사진=로이터통신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수도 도쿄에 있는 도시바 본사. 사진=로이터통신

한때 미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이름을 날렸던 제너럴일렉트렉(GE)과 도시바가 기업 분할 방침을 최근 발표하면서 전세계 경제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두 대기업 모두 기존의 사업 조직을 3개 회사로 분할한다는 방침이다.

GE는 항공 부문, 헬스케어 부문, 에너지 부문으로 분사된다. 오는 2024년까지 분할 작업을 마친다는게 GE가 밝힌 계획이다. 도시바 역시 인프라 부문, 디바이스 부문, 반도체 부문으로 분할하는 작업을 이르면 오는 2023년부터 시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두 재벌 기업의 이같은 행보는 두 기업의 변신으로 그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두 재벌 기업 모두 큰 몸통을 유지하면서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해왔던 방식에서 탈피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기업 분할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11일(이하 현지시간)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커다란 몸뚱이를 유지하는 재벌식 경영 방식으로는 주주의 이익을 담보하는 것도 어려워질 뿐 아니라 향후 지속 성장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GE와 도시바의 변신 노력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귀결될 경우 문어발식 경영 방식을 고수해온 전세계 재벌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재벌 디스카운트

도시바 주가 추이. 사진=블룸버그이미지 확대보기
도시바 주가 추이. 사진=블룸버그


닛케이에 따르면 도시바는 기업 분할 계획이 주주 이익을 담보하기 위한 행보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저평가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안으로 기업 분할을 선택하게 됐다는 뜻이다.

도시바 고위 관계자는 최근 닛케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 분할 방침은 주주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 무엇이냐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검토한 끝에 나온 방안”이라고 밝혔다.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두고 경영하는 재벌 체제 하에서 주가가 저평가될 수 밖에 없는 이른바 ‘재벌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재벌 체제 자체를 해체하는 것 밖에는 없다는 것.

닛케이에 따르면 도시바 대주주 가운데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같은 행보와 무관치 않다. 행동주의 펀드들과 사사건건 부딪쳐온 도시바 경영진이 차제에 기업을 쪼개는 방식을 통해 지배구조를 다각화함으로써 행동주의 대주주들과 마찰이 빚어질 가능성을 줄이는 동시에 분할에 따라 예상되는 기업 가치 상승 효과로 이들의 이익도 끌어올리겠다는 것.

◇GE도 비슷한 배경

GE 주가 추이(주황색). 사진=마켓워치이미지 확대보기
GE 주가 추이(주황색). 사진=마켓워치


GE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어발처럼 다양한 계열사를 두는 비대한 공룡 기업 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한 급변하는 기업 환경에 맞추는 것이 어렵다는 판단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GE의 이같은 판단은 3개 회사로 분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에 앞서 항공기 임대사업 부문(GE캐피털에이비에이션서비스)과 대부사업 부문(GE캐피털)을 매각하면서부터 이미 실행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래리 컬프 GE 최고경영자(CEO)는 “GE를 3개 회사로 분할하게 되면 각 회사가 각각의 전문영역에 집중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그렇게 되면 주주 이익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자본 배분을 적절히 하는 것이 가능해지며 GE의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면서 기업 가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적인 유연성까지 확보되게 되는 이점이 있다”고 기업 분할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닛케이는 도시바와 GE에 앞서 기업 분할에 나선 대기업의 사례를 볼 때 도시바와 GE가 얼마나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지는 지켜볼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던 IT 공룡 휴렛팩커드(HP)가 지난 2015년 PC와 프린터 사업을 맡는 HPI와 서버와 스토리지 사업을 맡는 HPE로 분할했고 화학업계의 공룡 다우듀폰이 지난 2019년 화학사업 부문, 재료과학 부문, 농업사업 부문으로 갈라졌지만 분할 이전보다 시가총액은 오히려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있는 GE 본사. 사진=GE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있는 GE 본사. 사진=GE



이혜영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