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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 후폭풍…'메가FTA' 줄줄이 무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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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노믹스 후폭풍…'메가FTA' 줄줄이 무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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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DB
[글로벌이코노믹 이동화 기자] 미국과 일본이 주도해 온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을 포기하면서 구동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은 “TPP는 사실상 죽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를 계기로 좌초 위기에 놓였던 TPP가 실제로 무산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제 경제의 골격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TPP는 2015년 11월 미국과 일본의 주도로 캐나다·멕시코·호주·싱가포르 등 총 12개국 간에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메가 FTA)으로 참여국의 경제 규모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7%, 교역 규모의 25%에 달한다.

만약 미국이 발을 뺄 경우 TPP 자체가 무산될 수 있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트럼프를 설득하기 위해 당·내각을 총동원한 외교전에 돌입했다. 아베 총리는 17일로 예정된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TPP의 중요성을 강조해 발효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지만 상황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국의 경우 TPP 폐기로 농업분야 호재를 기대할 수 있지만 트럼프가 ‘한·미 FTA 재협상’ 방침을 내세우고 있어 결국은 대미 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 TPP·NAFTA 폐기·재협상 사실상 확정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후 대선 유세전 발언과 공약 내용을 부인하는 등 말 바꾸기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TPP와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은 취소 수순을 밟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재협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미 FTA도 트럼프의 공약대로 재협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 역시 ‘미국 대선 이후 주요국 반응 조사’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가 TPP 파기와 NAFTA 재협상,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등을 선결 과제로 처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에서 TPP와 관련, “결국 중국과 일본, 일부 미국 대기업에만 도움이 될 최악의 협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해 왔다. NAFTA에 대해서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협정”이라며 재협상하지 않으면 탈퇴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어떤 협상을 이끌어낼지에 대해서는 발언하지 않아 재협상에서는 난항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루이스 마시에우 외교장관은 트럼프 정권과 NAFTA의 현대화를 모색할 의사가 있음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미국 공공정책 싱크탱크 프로그레시브 폴리시 인스티튜트 연구원은 “캐나다, 멕시코와의 무역에서 관세를 다시 매기는 것이 트럼프의 목적이라면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며 “NAFTA 협정을 파기하는 쪽으로 가더라도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므로 쉽게 추진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중남미 시장 제재 시 우리 산업도 타격 우려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와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이 트럼프의 정책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 역시 트럼프의 정책 변화에 주목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멕시코 등 중남미 시장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루트가 많이 형성돼 있는 만큼 미국이 중남미 시장에서 등을 돌릴 경우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멕시코에 생산 공장을 둔 기아자동차의 경우 생산량의 70% 정도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역시 소형 차량 일부 라인을 기아차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미 FTA가 미국 일자리 감소의 원인으로 꼽히면서 한·미 FTA 재협상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어 미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코트라 워싱턴무역관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올라가는 만큼 세계 교역이 위축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추이를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메가 FTA 줄줄이 무산 위기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폐기 위기에 처한 TPP에 이어 NAFTA도 재협상 위기에 놓이면서 유럽연합(EU) 회원국과 미국 간에서 진행되던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은 물론 EU-ASEAN·EU-메르코수르 등 각 지역별로 추진됐던 대표적인 메가 FTA들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이런 이유로 중국이 추진 중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만약 RCEP 추진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중국이 주도하는 또 하나의 메가 FTA인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도 제대로 추진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가 대선 유세에서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해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하면서 경색 기미를 보이고 있는 양국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중국은 부진하던 RCEP 협상에 총공세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19~20일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RCEP의 조속한 타결을 의제로 제시할 방침이다.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은 “TPP 붕괴로 인한 공백에 RCEP가 대안이 될 수 있다”며 “TPP 무산으로 RCEP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베 총리가 트럼프를 설득해 ‘미국의 TPP 잔류’라는 카드를 얻어내지 못할 경우 일본 역시 RCEP에 눈을 돌릴 가능성도 높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으로 TPP·RCEP 중복 참가국 입장이 달라져 RCEP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며 “TPP에 들어가지 못한 한국은 그 대안인 RCEP가 경제적 돌파구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화 기자 dh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