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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우리말 쓰기는 세계적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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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우리말 쓰기는 세계적 현상이다

황인석 경기대 교수
황인석 경기대 교수
한류가 이제는 한글로까지 본격확산하고 있다. 드라마, 영화, 음악, 음식에 이어 한글 배우기 열풍이 전 세계에서 불고 있다. 문화 콘텐츠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말과 글로까지 한국적인 것을 따라하고배우기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한국 영화나 드라마, 노래 등 문화를 접하고 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배우기 위해서 한글을 배운다. 다음으로 현실적인 문제에서 동남아, 특히 베트남에서는 한국어를 얼마나 잘하느냐는 자신의 소득과 관계가 있다. 한국 기업에 취업하거나 한국에 외국인 근로자로 취업하면 연봉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에 세종학당을 찾아 한글을 배운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한국어 학습 노력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20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외국 기업한국지사 등에 파견돼 근무하는 외국인들은 한국어를 배우려는 노력을 잘 하지 않았다. 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서일 수도 있지만 굳이 한국어로 한국인과 소통을 하지 않아도 기업 경영이나 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대부분 국내 거주 외국인들도 한국말을 배우려는 의지를 보인다.

우리 국민을 비탄에 빠트리고 전세계인을 애도의 물결에 휩싸이게한 이태원 참사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트위터에 한글로 위로 말을 전했다. 프랑스는자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서 현지에서 영어나 다른 외국어로 소통하기 힘든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나라 밖이나 외국인들의 한국어 학습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는데 정작 우리의 현실은 좀 다르다. 전문용어 사용은 심각하다. 일반인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 용어들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전문 지식을 보호하려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공공 부문이다.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말과 글은 모든 국민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모든 국민을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960년대 소비자 단체들의 주도로 쉬운 영어(plain English) 운동이 시작됐다. 외국인인 우리가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모국어로 사용하는 자국민들에게는 라틴어, 전문용어, 복잡한 문장 때문에 일반 국민이 정부의 문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크고 그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쉬운 영어 쓰기는 영국, 호주 등 다른 영어권 국가는 물론 스웨덴, 스페인, 프랑스 등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로 번졌다. 좀 더 쉬운 자국 언어로 정책 이해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쉬운 우리말 쓰기’는 세계적인 현상이 되어 가고 있다. 말의 품격은 외국어나 어려운 용어를 많이 섞어 쓴다고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정부나 공공 부문에서 발행하는 문서나 발표 내용은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에 더욱 알기 쉬워야 한다. 국민이 정책을 잘 이해해야 정책목표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인석 경기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