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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의 서른일곱 번째 춤 '네평위의 춤'…춤길에서 비답 제시한 한국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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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의 서른일곱 번째 춤 '네평위의 춤'…춤길에서 비답 제시한 한국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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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의 '나비 날아오르다'.
2021년 11월 27일 저녁 일곱 시 청주 예술나눔소공연장에 공연된 강민호(춤연구소 ‘춤추러 가는길’ 대표)의 춤 「네평위의 춤」은 충북문화재단 2021 예술창작활성화 특별지원기금 선정작 공연이었다. 코로나19의 우울한 무게를 털어내는 강민호의 제의는 상실의 시간을 보상하는 열정의 역무(力舞)였다. 강민호는 중학교 때 춤을 시작하여 들판의 야생화처럼 묵묵히 수련하며 지켜온 무용가로서 올해 ‘충북예술상’ 수상으로 삼십칠 년 춤 나이테의 위치를 각인시켰다.

강민호의 춤은 대극장 공연의 분위기를 연출하며 서무(序舞) <나비 날아오르다> <푸리> <다시래기> <신명 심명> <비상> <맨드라미 야상곡>에 이르는 장관을 실행했다. 춤 속에서 삶을 풀고 꿈꾸며 달려면서 춤 벗들과 친교 하면서 소통하며 마음을 나누면서 인연을 맺은 선·후배, 제자, 동료들과 함께 다양한 장르와의 융합과 춤으로 나눈 무대는 짜임새의 탁월성과 진지함으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확보하였고, 강민호 춤의 진정성을 존중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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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의 '나비 날아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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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의 '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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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의 '푸리'.

대금 소리가 꽃처럼 피어나는 춤판 위에 “춤 다시 그 길위에 서다”라는 서사를 다는 행위는 치장을 걷어내고 본질을 비추는 거울이다. 수상한 현실과 부산한 잡음 사이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내어, 변하지 않는 자신만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을 목도한다. 젊은 민호에서 중년의 민호를 지켜보는 가운데, 그의 춤은 또렷한 성숙의 그래프를 보여 주고 있다. 춤 외적인 덕목으로 어머니를 중심의 가족과 춤 벗을 사랑하고, 공연을 잔치로 만든다.

「네평위의 춤」이 구성한 소제(小題)의 이면에는 <나비 날아오르다>(나비춤), <푸리>(살풀이춤), <다시래기>(구음 검무), <신명 심명>(달구벌 굿거리춤), <비상>(청주입춤)에 이르는 전통춤의 고유 편명이 자리 잡고 있다. 이질적인 제목의 <맨드라미 야상곡>은 강민호의 안무의 창작무용으로서 춤꾼 강민호가 어머니에게 올리는 헌무였다. 강민호는 비슷하면서도 낯선, 낯설면서도 비슷한 분위기를 연출해내는 능력의 소유자로서 남성춤 기교의 상위에 서 있다.

강민호의 '다시래기'.이미지 확대보기
강민호의 '다시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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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의 '다시래기'.

강민호의 '신명 심명'.이미지 확대보기
강민호의 '신명 심명'.

서무(序舞) <나비 날아오르다> ; 불교의식무의 상위 춤인 <나비춤>(일명 ‘작법(作法)’)은 불법(佛法)을 상징하며 기원과 소망의 의미를 담고 있다. 모호한 시절에 강민호는 악가무(대금, 정가, 춤)의 협업, 의식에 적합한 화려한 정상급 의상, 강민호의 전율스러운 연기력을 극대화하는 여인(양미희, 이재나), 분위기 창출의 조명, 나비 등을 만들어 내는 영상 등으로 관객에게 마음의 평화와 화평을 기원한다. 미학의 상위의 서무는 장엄한 의식의 예를 갖추면서 시작된다.
<푸리>; 민속무용의 대표 춤인 ‘살풀이춤’은 남성 무용수 이서윤에 이르러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듯하다. 타고난 기교를 바탕으로 등·퇴장, 동선의 변화 등으로 차별화되며, 이서윤식 살풀이춤은 시대 변화에 맞추어 간곡한 설득과 화평으로 현대적 액풀이의 전형을 보인다, 이날의 <푸리>는 묵은 아픔을 털어내고 사자(死者)에 대한 위로와 살아남은 자에 대한 평안을 축원한다. 종이우산, 탕건이 의미를 가미하고 풀잎 친밀감의 이창순, 허여진이 분위기에 동참한다. 대죽 영상과 3인무의 완벽한 조화가 시각을 극대화한다. 춤이 정점에 오르는 시점의 조명은 하이 키라이트이다. 극상의 춤은 강민호 춤과 동맥(同脈)임을 알리며 종료된다.

<다시래기>; 검무는 한국무용사 순위의 수위를 차지한다. 지역과 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는 검무 가운데 ‘구음 검무’(口音劍舞)는 장인숙이 특화한 춤이다. 구음을 바탕으로 검을 이용한 다양한 동작들이 매혹적이고 복식과 춤동작, 동영상이 창작무용의 기교를 구사하는 흥겨운 춤이다. 3인무로 구성된 <다시래기>는 다음 생을 위해 즐겁게 보낸다는 의미지만, 앞으로의 생을 구음 검무를 통해 마음을 다지고 어르는 마음을 담아 눌러주고 다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다. 검의 탈착과 꽃을 활용을 동작 변화로 선한 기를 뿌린다. 엄정아, 김서현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와 미니멀리즘의 활용, 시각을 극대화하는 작업이 두드러진다.
강민호의 '신명 심명'.이미지 확대보기
강민호의 '신명 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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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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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의 '비상'.


<신명 심명>; 달구벌 굿거리춤의 강민호 독무이다. 영상은 가을의 정경을 보여 주면서 강민호의 춤 나이를 스쳐 간다. 강민호는 대구지방에서 유래된 춤으로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기에 적절한 굿거리 형식과 수건춤 소고놀이 등 다양하고 흥겨운 춤의 특징을 보여 준다. 역동과 섬세함을 배합하여 흥·멋·태의 춤이 신명으로 다시 타오르기를 기원한다. 무대에 오르면 접신하기도 하고 왕도 되는 강민호의 춤은 소고춤과 수건춤을 오가며 관객의 커다란 호응을 얻는다.

<비상> ; 강민호 안무의 ‘청주입춤’은 녹음 음악을 타고 한겨울 눈이 내리는 한옥 마당을 상상케 한다. 성민주(청주시 무용협회장), 박향남(KBS 청주어린이합창단 안무자), 박혜정(전 청주시립무용단 안무자)의 3인무는 입춤의 흥겨움과 고운 자태를 제대로 보여 준다. 한국춤의 기본이 되는 아름다운 춤사위와 디딤으로 우리 춤의 품격을 자연스럽게 보여 준다. ‘청주입춤’은 충청도 사람들의 성품과 기질, 마음을 담아 강민호가 안무하여 청주입춤으로 명명된 춤이다.

<맨드라미 야상곡>; 강민호 안무의 창작무용인 이 작품은 치마를 거꾸로 한 듯한 맨드라미를 모티브로 한다. 도시화 되 전, 어느 동네 담벼락이나 장독대 근처에 닭 볏 모양의 붉은 꽃이 화려한 자태로 피어나 있었다. 강민호는 이 꽃의 질긴 생명력과 강인한 야성생을 발견하고 어머니 삶을 떠올렸다. 어머니의 삶은 자식에 대한 무한 사랑 희생이었다. 그 숭고한 아름다움에 경의를 표하는 헌무는 37년 만에 이루어졌고, 이 땅의 모든 어머니에게 바치는 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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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의 '맨드라미 야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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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의 '맨드라미 야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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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의 '맨드라미 야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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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의 '맨드라미 야상곡'.


이혜린(러시아 상 페테르부르크 국립음악원 출신)의 첼로가 저음으로 시대적 서정을 읽어가면, 대중가요 ‘동백아가씨’가 들어서고, 어머니 역의 배우 정수현이 세월이 지나가는 독백을 한다. 강민호는 “지금처럼 올바른 길을 가기를 바란다.” 어머니의 격려를 듣는다. 약식 하얀 고깔에 붉은 치마의 강민호는 어머니(맨드라미)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붉은 꽃을 무대에 가득 뿌린다. 흑백의 부모 사진이 투사되고, 소리(함수연)는 지나간 시절이 꿈처럼 흘러갔음을 노래한다. 강민호를 비롯한 가족(양미희, 이재나)이 어머니 중심으로 모이면서 춤은 종료된다.

강민호 총연출의 「네평위의 춤」은 춤을 통해 작은 위로와 희망을 나누어 주었다. 긴 세월 동안 무용가로 바르게 잘 키워주신 어머니에게 바치는 헌무도 감동이었다. 함께한 춤 벗들과 참여 예술가들의 동지적 자세도 놀라웠다. 긍정적 안무가이자 춤꾼인 강민호는 작품의 완성도는 물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춤으로 예술의 꽃을 피우려는 놀라운 순발력을 보여 주었다.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