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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공기업 "2050년 석탄발전 폐지·수소발전 확대", 자구책인가 자충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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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공기업 "2050년 석탄발전 폐지·수소발전 확대", 자구책인가 자충수인가

한전그룹사, '2050년 석탄발전 폐지' 선언 이어 '수소·암모니아 발전 실증 추진단' 발족
학계 "수소발전 전제조건은 저렴한 그린수소 대량공급...현존 기술로 사실상 어려워" 회의적
환경단체 "석탄발전 폐지시기 더 앞당겨야"...COP26 총회선 '폐지' 대신 '단계적 감축' 채택

한국전력 정승일 사장이 10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빛가람 국제 전력기술 엑스포(빅스포 2021)' 개막식에서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전력 이미지 확대보기
한국전력 정승일 사장이 10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빛가람 국제 전력기술 엑스포(빅스포 2021)' 개막식에서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전력
한국전력과 6개 발전공기업이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완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대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대대적으로 투자하는 동시에 수소·암모니아를 연료로 하는 새로운 발전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의 기술·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선언이라는 비판과 함께 석탄발전 폐지 시기를 2050년보다 더 앞당겨야 한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2050년 석탄발전 완전 폐지...재생에너지·수소발전 신기술로 메운다


한전과 한국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발전5사는 16일 전남 나주 한전 본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수소·암모니아 발전 실증 추진단'을 발족했다.

수소·암모니아 발전은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대신 수소와 암모니아를 연료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새로운 발전기술이다.

화석연료 대신 수소·암모니아를 연료로 해 온실가스 배출이 없고 기존 화력발전소와 송배전망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되는 신기술이다.

새로 발족된 추진단은 오는 2030년까지 암모니아 발전을, 2035년까지 수소 발전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로 기술개발과 실증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중부발전·남부발전 등은 두산중공업 등 민간기업과 함께 지난 달부터 수소 전소(全燒) 터빈 제작 실증사업에 착수했다.

또한 최근 남부발전·서부발전 등은 80메가와트(MW)급 중형 수소연료전지 발전소를 준공하는 등 앞다퉈 수소연료전지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앞서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발전5사는 지난 10일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2021 빛가람 국제전력기술 엑스포(BIXPO 2021)' 개막식에서 2050년까지 석탄발전을 완전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탄소중립위원회 등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계획에 따른 후속조치인 셈이다.

한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수소 등 탄소배출이 없는 발전원으로의 과감한 전환을 통해 발전분야 탄소배출 제로화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학계 "수소발전 전제조건은 저렴한 그린수소 대량공급...현존 기술론 어려워"

두산중공업의 가스터빈 생산공장 모습. 사진=경남도청 이미지 확대보기
두산중공업의 가스터빈 생산공장 모습. 사진=경남도청

탄소중립위원회의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 중 발전원 구성안(A안)을 보면, 석탄·LNG는 2021년 각 40.3%·26.6%에서 2050년 0%로 완전 폐지된다.

신재생에너지는 7.0%에서 70.8%로 대폭 확대되고, 2021년 비중이 거의 0%인 수소연료전지와 무탄소 가스터빈 발전(수소·암모니아 발전)은 각각 1.4%·21.5%로 확대된다.

석탄발전 폐지에 따른 공백을 재생에너지 외에도 수소 발전이 상당부분 메우는 셈이다.

그러나 일부 학계에 따르면, 수소 발전을 크게 늘리는 것은 기술적·경제적으로 현실성이 매우 낮다.

수소를 발전용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그린수소의 안정적 공급이 전제돼야 한다.

현재 연료전지 발전소에 공급되고 있는 수소는 대부분 천연가스를 개질한 '그레이 수소'로, 수소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뿐 아니라 수소연료전지 발전단가도 LNG발전단가보다 1.5배 가량 높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수소선도국가 비전 보고서에서 국토면적 등 여건상 국내에서 그린수소를 대량 생산하기 어려운 만큼 호주·중동 등에서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해 생산하는 '그린수소'를 대량 들여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해외에서 그린수소를 대량 들여오기 위한 방법으로 '수소액화'와 '암모니아'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아무리 압축해도 부피가 큰 기체상태의 수소를 장거리 대량 운송하기에는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소의 고유한 물리 특성 때문에 앞으로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액화수소'를 장거리 대량 운송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일부 학계의 주장이다.

수소는 끓는점(-253℃)과 임계온도(-240℃)가 절대영도(-273℃)에 가까울 정도로 매우 낮다. 액화천연가스(LNG) 주성분인 메탄은 끓는점이 -160℃·임계온도가 -82℃이고, 물(H2O)은 끓는점이 영상 100℃·임계온도가 영상 374℃이다.

'끓는점'은 주어진 압력 하에서 액체가 기화하는 온도이고, '임계온도'는 우주에 존재하는 최고의 압력을 가해도 액화되지 않고 무조건 기체상태로만 존재하는 온도를 말한다.

물질은 절대영도에 가까워질수록 1℃ 낮추는데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액화천연가스에 비해 액화수소는 액화·운송·저장에 드는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을 것이고 이 때문에 현재까지 우주선 로켓연료로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액화천연가스(액체메탄)는 LNG저장시설 정전 등 비상 상황으로 끊는점·임계온도를 넘어 저장용기가 터질 우려가 발생하면 배출밸브를 통해 긴급히 공기 중에 배출해도 발화·폭발 위험이 낮다.

그러나 액체수소는 비상 상황으로 공기 중에 배출하면 옷의 정전기 정도의 스파크(불씨)만 있어도 발화·폭발한다는 것이 일부 학계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일본 등에서는 상온에서 액체상태인 암모니아를 수소 운반수단으로 삼는 연구도 벌이고 있다. 수소(H2)와 질소(N)을 결합해 암모니아(NH3)를 만들고 이를 원거리 대량 운송해 수소(H2)를 분리해 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이 암모니아에서 요소를 생산하는데는 고온·고압의 압축기 등 많은 전기가 필요하며, 마찬가지로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분리해 내거나 수소와 질소를 결합해 암모니아를 만드는 데에도 막대한 전기가 필요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그린수소' 공급을 해외에 의존하는 것도 에너지안보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화학·커뮤니케이션)는 "임계온도나 발화조건 등 수소의 위험성과 경제성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채 수소경제가 추진되고 있다"고 우려하며 "원전 비중을 낮춘 채 재생에너지와 수소발전을 늘려 석탄·LNG 발전을 대체하겠다는 계획은 공허한 선언"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현재 호주에서 추진되고 있는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는 주로 일본 기업들이 사들인 호주 땅에 세워진 태양광 발전을 통해 생산하는 수소"라며 "이에 의존하는 것이 에너지 안보상 바람직한 전략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단체 "석탄발전 폐지시기 더 앞당겨야"...COP26 총회선 '폐지' 대신 '감축' 채택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영국 글래스고 스코티쉬 이벤트캠퍼스(SEC)에서 각국 참가자들이 회의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미지 확대보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린 영국 글래스고 스코티쉬 이벤트캠퍼스(SEC)에서 각국 참가자들이 회의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반면 환경단체는 2050년 석탄발전 폐지 시기를 더 앞당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후솔루션 관계자는 "기후에너지 국제 싱크탱크인 엠버(Ember)에 따르면 2015~2020년 석탄발전으로 인한 1인당 연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한국이 3.81t으로 세계 2위"라며 "세계 평균보다 4배 가까이 많다"고 지적했다.

탈석탄 환경단체 네트워크인 '석탄을 넘어서'의 관계자는 "탈석탄 시점을 2050년에서 2030년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폐막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는 석탄화력발전을 '폐지'한다는 당초 계획 대신 '단계적으로 감축'한다는 내용을 담은 '글래스고 기후합의'가 최종 채택됐다.

이는 개발도상국의 어려움을 내세운 인도와 중국 등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중국, 인도, 미국, 호주 등은 석탄발전 폐지를 공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2050년 석탄발전을 완전 폐지한다는 한국의 선언이 너무 성급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중국, 인도, 미국 등 온실가스 배출 대국에 비해 우리나라가 먼저 석탄발전 폐지 일정을 선언한 것은 향후 국제정세 변화에 따른 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발전공기업들이 2050년 석탄발전 완전 폐지를 선언한 직후 정승일 한전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원전 비중과 관련해 국민적 공감대가 있다면 추후 다시 논의할 수도 있다고 밝혔듯이, 앞으로 에너지전환 문제는 기술개발 속도와 국민의견에 따라 얼마든지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철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kch0054@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