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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100만원 '소액생계비대출' 신청 북새통…기대·우려 교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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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100만원 '소액생계비대출' 신청 북새통…기대·우려 교차

벼랑 끝 취약계층 100만원 빌리려 긴 줄
일회성 현금살포 그칠 것이란 지적도

지난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민금융지원센터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대 100만원까지 소액의 생계자금을 신청 당일 지원받을 수 있는 '소액생계비대출' 상품을 이날 출시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 27일 오후 서울 중구 서민금융지원센터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대 100만원까지 소액의 생계자금을 신청 당일 지원받을 수 있는 '소액생계비대출' 상품을 이날 출시했다. 사진=뉴시스
금융당국이 취약계층을 불법 사금융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소액생계비대출'을 출시한 가운데 제도의 성공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 상품은 제도권 금융사에서 대출을 받을 수 없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저소득·저신용 차주들에게 소액을 빌려줘 재기를 돕는다는 취지로 마련됐지만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급전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당일 최대 100만원까지 대출을 해주는 소액생계비대출 신청이 전국 46개 서민금융지원센터에서 시작됐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앞서 진행한 사전 예약에서 총 2만5144명이 몰리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보였고, 신청 첫날에도 대출상담 창구는 북새통을 이뤘다. 그만큼 100만원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는 취약계층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소액생계비대출의 신청 자격은 만 19세 이상, 신용평점 하위 20% 이하이면서 연소득 3500만원 이하인 차주에게 주어지며 최초 대출한도는 50만원이다. 대출받은 후 이자를 6개월 이상 성실히 납부하면 추가 대출(50만원)을 해준다. 단, 병원비 등 자금용처가 증빙될 경우 첫 대출에서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100만원을 빌릴 수 있는 줄 알고 상담 창구를 방문한 일부 차주들은 적은 한도에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신청 첫날 서민금융지원센터를 방문한 이모 씨는 "뉴스를 보고 100만원까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대출을 내준다고 해서 방문했는데 대출을 50만원밖에 받지 못했다"면서 "당장 만원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6개월이 지나야 50만원을 추가 대출해 준다고 하니 정부가 불쌍한 사람들을 우롱한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상품인 점을 감안할 때 금리가 너무 높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소액생계비대출의 금리는 15.9%에서 시작된다. 차주가 6개월간 성실히 상환하면 12.9%, 1년 상환 시 9.9%까지 금리가 낮아진다. 여기에 금융교육을 이수하면 최저 연 9.4%를 적용받는다.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SNS를 통해 "기존 금융권에서 100만원도 빌릴 수 없는 서민들이 몰려 서민금융원 홈페이지가 마비됐다"며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서 소액생계비대출의 재원이 국가 예산이 아닌 금융권의 기부금으로 운영돼 15.9%라는 높은 금리를 채택했다는 점에 분노한다"고 비판했다.

금리와 한도는 제도 시행 과정에서 수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일단 소액생계비대출이 연체 여부를 따지지 않는 대출 방식 때문에 대출 상환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실제 서민금융지원센터를 방문한 신청자들 대부분이 높은 금리 수준보다 적은 한도에 실망감을 크게 드러냈다. 상환 걱정보다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에 관심이 큰 셈이다.

이 같은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는 금융당국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액생계비대출은) 불법 사금융에 넘어갈 위험에 놓인 분들을 위한 실험적 제도"라며 "대상이 얼마나 되는지, 신청자가 얼마나 될지 예상하기 어렵고 일부 도덕적 해이도 있을 수 있지만 정말 어려운 분들에게 일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실패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상환율이 턱없이 낮게 나온다면 결국 일회성 현금 살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출 희망자들이 몰려드는데 재원이 충분치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일단 높은 인기 탓에 소액생계비대출 재원은 예상보다 빨리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재원은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은행권의 기부금 등 1000억원으로 운용된다.

금융위는 기부금에만 계속 의존할 수는 없기에 재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는 지난해에도 관련 예산 반영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바 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