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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 ‘은행위기’ 암초 직면…경기침체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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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 ‘은행위기’ 암초 직면…경기침체 조짐

올해 경기침체 확률 35∼65% 달해 · 당국이 진화해도 신규대출 줄며 성장둔화 예상

글로벌 물류대란과 노동력 부족, 우크라이나 전쟁,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등 거듭된 악재 속에서도 '노랜딩(No landing)'을 외치며 버텨 온 미국 경제가 ‘은행위기’라는 암초를 맞았다.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유가 급락으로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에 몰리는 등 은행 위기가 본격 화 됐다. 나아가 이같은 은행 위기는 금융 붕괴로 이어질 조짐을 보인다”며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를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달 10일 미 서부 스타트업의 돈줄 역할을 하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예금 인출 사태로 주가가 폭락한 지 하루 만에 초고속으로 파산하면서 금융계 전반에 위기가 덮쳤다고도 보도했다. 특히, 이번 위기가 소비자 지출이 늘고 주택시장도 안정되는 등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시점에 갑자기 터졌다. 실제, 이달 초 미국 금융기관과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경기침체 돌입 확률도 낮게 봤다. 하지만 SVB 은행이 붕괴되고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위기설마저 확산되면서 분위기가 뒤바뀐 것이다.

제이 브라이슨 웰스파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미국 경제는 은행위기를 계기로 경기침체에 돌입할 확률이 55%에서 65%로 커졌다”고 말했다. 월가에서 가장 낙관적 시각을 견지하는 골드만삭스조차도 16일 “은행위기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에 미국 경기침체 확률이 기존보다 10% 오른 35%로 올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금융당국의 개입으로 위기가 진화되어도 미국 경기는 타격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 혹여 SVB와 같은 운명에 처할 것을 두려워한 중소형 은행들 마저도 신규 대출을 꺼리게 되면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자금줄을 막는 결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위기에서 비켜나 있는 대형은행들도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에게는 문턱이 여전히 높다. 민간부문 고용과 투자, 지출이 줄면서 경기침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소형 은행을 다른 자금 조달원으로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 며 "결국 이는 성장을 저해한다"고 규정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도 16일 상원 재무위에서 "우려되는 더 보편적 문제는 압박 받은 은행들이 대출을 주저하는 것이다" 며 "이건 경제에 심각한 하방위험의 원인이 된다"고 경고했다.

물론, 당장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하기에는 미국 경제 체력이 견조하다는 진단도 있다. 가계저축과 소득이 늘고 기업들도 최근 수년간 실적이 좋아 부채가 많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미국에 닥친 2007∼2009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주요 대형은행들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향상된 것이 이를 극복하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애덤 포센 회장은 "그저 희망사항만이 아니다. 난 여전히 실물경제에서 이번 일이 미치는 피해가 아주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낙관론을 주장했다.

김희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uyi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