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물가상승률 낮아지더라도 기저효과로 인한 착시"
"SVB 사태 등으로 기준금리 셈법 더욱 복잡해져"
"SVB 사태 등으로 기준금리 셈법 더욱 복잡해져"

박 위원은 이날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 효과와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 주제로 금통위원 간담회를 열고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빨리 떨어진다면 한은의 금리 인하 논의도 앞당겨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박 위원은 지난달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을 당시 물가 등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리 동결을 지지한 5명의 위원 중 한 명이다. 한은 금통위는 의장인 한은 총재를 포함해 모두 7명으로 구성되며 한은 총재는 평소 개인 의견을 밝히지 않지만, 위원 간 의견이 반으로 갈렸을 때는 최종 결정권을 행사한다.
박 위원은 이번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 폭 낮아지더라도 지난해 3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물가 둔화로 보기 힘들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근원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어야 비로소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물가는 근원과 비근원이 합쳐져 있는데 비근원에서 예전처럼 많이 떨어져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래서 물가 목표를 볼 때에는 근원 물가가 향후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당분간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 스위스(CS) 유동성 위기 등 잇단 국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 증대에 관해서는 기준금리 결정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금통위에 1년 반 있었는데 항상 회의 때마다 의사결정을 하기 전 고차방정식을 풀고 나서 의사결정을 내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예를 들면 우리나라 물가 상황, 미 연준의 결정, 중국 상황 이런 것들이 하나, 하나의 방정식의 해가 되고,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겠다는 결정이 나오는데 최근 일주일 동안의 느낌은 그동안은 5차 방정식이었는데 7차·8차로 미지수 개수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SVB 상황만 봐도 이 정도면 이제 컨트롤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다시 CS 문제가 터지면서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의 금리 인하를 압박해 한은의 통화정책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통화정책 파급 경로가 심각히 훼손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박 위원은 "2021년 8월부터 한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시작한 다음 기준금리를 300bp(3%포인트) 올린 만큼 시장 금리가 비례해 올랐다"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파급 경로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생각 안 하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역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과 상호 보완적 관계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의 은행 금리 개입도 시장경제 원칙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다고 봤다.
박 위원은 "학자로서 말하자면 정부가 은행권의 금리 산정에 개입할 근거는 있다고 본다"며 "은행이 망하면 시스템 리스크가 커 선별해서 허가를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과점 체제 부작용으로 은행들이 시장지배력을 앞세울 수 있어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금리 산정이 적정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위원은 이번 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의 소통 능력과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소통은 거시적 불확실성을 낮추고 가계 및 기업의 경제 인식에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최근 들어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중앙은행의 대중 커뮤니케이션은 주로 언론을 매개로 이루어지므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오는 4월 11일 금통위 이후 4월 말 임기 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