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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금통위원 "피벗,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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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금통위원 "피벗,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

"3월 물가상승률 낮아지더라도 기저효과로 인한 착시"
"SVB 사태 등으로 기준금리 셈법 더욱 복잡해져"

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16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이미지 확대보기
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이 16일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박기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이 16일 최근 제기되는 통화정책 전환(피벗) 가능성에 대해 "개인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위원은 이날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 효과와 중앙은행 커뮤니케이션' 주제로 금통위원 간담회를 열고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빨리 떨어진다면 한은의 금리 인하 논의도 앞당겨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박 위원은 지난달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을 당시 물가 등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금리 동결을 지지한 5명의 위원 중 한 명이다. 한은 금통위는 의장인 한은 총재를 포함해 모두 7명으로 구성되며 한은 총재는 평소 개인 의견을 밝히지 않지만, 위원 간 의견이 반으로 갈렸을 때는 최종 결정권을 행사한다.

박 위원은 이번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상당 폭 낮아지더라도 지난해 3월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물가 둔화로 보기 힘들다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3월이 되면 물가가 많이 떨어질 거라고 예상하지만 그건 사실 기저효과다"면서 "현재 (물가 둔화) 전환점에 왔는지 등의 정보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근원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들어야 비로소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물가는 근원과 비근원이 합쳐져 있는데 비근원에서 예전처럼 많이 떨어져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그래서 물가 목표를 볼 때에는 근원 물가가 향후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당분간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 스위스(CS) 유동성 위기 등 잇단 국내외 금융시장 불확실성 증대에 관해서는 기준금리 결정 셈법이 더욱 복잡해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금통위에 1년 반 있었는데 항상 회의 때마다 의사결정을 하기 전 고차방정식을 풀고 나서 의사결정을 내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예를 들면 우리나라 물가 상황, 미 연준의 결정, 중국 상황 이런 것들이 하나, 하나의 방정식의 해가 되고,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겠다는 결정이 나오는데 최근 일주일 동안의 느낌은 그동안은 5차 방정식이었는데 7차·8차로 미지수 개수가 늘어나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SVB 상황만 봐도 이 정도면 이제 컨트롤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다시 CS 문제가 터지면서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의 금리 인하를 압박해 한은의 통화정책을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통화정책 파급 경로가 심각히 훼손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박 위원은 "2021년 8월부터 한은이 금리 인상 기조를 시작한 다음 기준금리를 300bp(3%포인트) 올린 만큼 시장 금리가 비례해 올랐다"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파급 경로가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생각 안 하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역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과 상호 보완적 관계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당국의 은행 금리 개입도 시장경제 원칙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다고 봤다.

박 위원은 "학자로서 말하자면 정부가 은행권의 금리 산정에 개입할 근거는 있다고 본다"며 "은행이 망하면 시스템 리스크가 커 선별해서 허가를 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과점 체제 부작용으로 은행들이 시장지배력을 앞세울 수 있어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금리 산정이 적정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위원은 이번 간담회에서 중앙은행의 소통 능력과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소통은 거시적 불확실성을 낮추고 가계 및 기업의 경제 인식에 변화를 가져옴으로써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며 "최근 들어 점차 활발해지고 있는 중앙은행의 대중 커뮤니케이션은 주로 언론을 매개로 이루어지므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오는 4월 11일 금통위 이후 4월 말 임기 종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