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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시장, 유동성 축소로 변동성 널뛰기에 '혼란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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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시장, 유동성 축소로 변동성 널뛰기에 '혼란 가중'

미국 뉴욕맨하튼 거리 뉴욕증권거래소 도로 안내판(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뉴욕맨하튼 거리 뉴욕증권거래소 도로 안내판(사진=로이터)
글로벌 은행들의 건전성 우려가 지난 한 주를 강타하자 전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유동성이 풍부한 자신인 미국 등 선진국 국채시장이 엄청난 불안감으로 둘러싸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이 1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발행금리 수준에서 빠르게 거래할 수 있는 조건, 즉 유동성이 미국 국채와 독일 채권 등 두 주요 시장에서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몇 주에서 몇 달 전부터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기업가와 트레이더들이 고정가에 옵션, 선물, 스왑 등이 이용되는 파생상품 시장을 포함하여 많은 다른 시장으로 거래 어려움이 확산되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부분적으로 경기 침체가 선행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혼란이 주식시장에 퍼지면서 15일(수) 다우지수 515포인트 하락을 부채질했다며, 15일 국채 및 기타 국채에 묶여 있는 파생상품 시장에서 인용된 스프레드가 지난주보다 훨씬 더 커졌다고 말했다.

채권 시장의 변동성을 가늠하는 지표인 ICE BofA 무브지수가 2020년 3월 시장 폭락 당시 기록한 수준을 넘어서며 최소 3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미 국채 매매는 자금의 일시 예치나 대출 담보 수단으로 사용되는 등 월가 거래의 기반을 만든다. 국채 시장이 무너지면 결과적으로 발생하는 혼란은 다른 자산으로 빠르게 확산되어 주식에서 통화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 타격을 줄 수 있으며, 결국 모기지 및 기타 대출의 금리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일례로 2001년 10월 은행과 투자 회사가 의존하는 단기 대출을 위해 일부 국채 거래 문제가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된 사례가 있었다.

투자자들은 대체로 미 실리콘밸리은행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의 주가 폭락 등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이 곧 닥칠 것이라는 공포심에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낮추고, 위험자산을 안전 자산으로 대체하는 등 큰 압박을 받고 있다는 데 모두 동의하고 있다.

오스터웨이스 캐피털 운용사의 고정수익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존 시한은 "사람들은 제2의 실리콘밸리은행이나 크레디트스위스와 같은 곳에 돈이 잠기길 원치 않는다"며, 시장실적을 앞설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이후 미 국채 시장 유동성에 대한 우려는 시장 규칙의 변화와 많은 영역에서의 대형 은행들의 역할 감소를 반영하여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많은 거래자와 투자자들은 15일 조치가 최근 몇 년간 봐왔던 것처럼 긴장되었다고 말했다.
변동성 장세의 한 원인으로 미국 은행의 난맥상과 유럽의 문제가 급격한 경기 둔화의 신호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여 지난 한 주 동안 세계 성장과 인플레이션 전망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시카고 소재 프랍 트레이딩 회사인 DRW 홀딩스 설립자이자 최고 경영자인 도널드 윌슨 주니어는 두 번의 잠재적인 은행 위기의 출현은 "고정 소득 곡선의 극적인 재조정과 엄청난 변동성의 급증을 야기했다"며 당연히 채권 입찰과 제안의 규모가 상당히 축소되고 유동성이 더 악화되었다고 말했다.

웨드부시 증권의 아서 배스 전무는 15일 금리 파생상품과 관련된 옵션 가격이 크게 변동했다며, 많은 거래자가 최근 며칠 동안 큰 움직임을 보이자 2년 만기 국채 시장의 변동성을 헤지하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은 탐욕과 공포심으로 돌아가는데, 지금은 탐욕보다 공포심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지속적인 유동성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채와 채권은 일반적으로 회사채나 많은 다른 자산군보다 거래하기가 더 쉽다고 말한다.

현재 시장 혼란을 주도하는 한 가지 요인 국채나 채권 시장을 넘나드는 대규모 자금 흐름이 되고 있다. 이러한 소위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는 일반적으로 시장의 스트레스가 있을 때 증가하지만, 미 연준과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대폭 금리 인상을 함에 따라 안전자산인 채권가격은 지난 한 해 대부분 하방 압력을 받아왔다.

그런데 지난주 문제의 두 은행을 미국 정부가 책임지게 되면서 2번째, 3번째 기록적인 은행 파산으로 기록되었고, 유럽에서는 크레디트스위스가 뒤를 이을 것이라는 우려에 채권가격은 강력하게 급등하였다.

크레디트스위스의 최대 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이 13일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알려지면서 투자 심리는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애널리스트들은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의 가장 위험한 채권이 달러당 약 45센트에 거래되었고 유럽 은행 채권의 유동성은 광범위하게 축소되었다고 전했다.

은행 부채 전문 펀드인 액시엄 얼터너티브 인베스트먼트의 제롬 레그라스 매니저는 "이는 동물적 감각 반응"이라며, 근본적인 관점에서 보면 정말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15일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3.44%로 떨어졌고, 같은 기간 독일 국채는 2.12%로 떨어졌다. 많은 글로벌 주가지수는 1% 이상 하락했다.

일부 거래자들은 시장의 움직임이 일을 시작한 이래 가장 거칠었던 하루라며, 국채 가격은 폴 볼커가 연준 의장이었던 수십 년 동안 기록되지 않은 변동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파인브릿지 인베스트먼트의 멀티에셋포트폴리오 매니저 하니 레다는 "미 국채 트레이더들이 미 국채 시장 유동성에 대해 한마디 말없이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13일 2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블랙 먼데이 시장 폭락을 전후로 1987년 이후 가장 큰 하루 하락폭을 기록했다. 한편 채권 시장의 고전적인 불황 지표인 수익률 곡선 역전은 이번 주 기록적인 상승세로 돌아섰다.

펜 뮤추얼 자산운용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지웨이 런은 "채권시장이 이렇게 변동성이 컸던 때를 기억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며칠 동안 파생상품 계약의 일종인 스왑의 스프레드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4배 이상이었다고 말했다.

유동성이 시장을 휩쓸고 있는 변동성의 유일한 요인이 아니라고 많은 투자자와 분석가들은 말한다. 양적 투자 전략도 가격 변동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라고 한다.

사상 최대의 채권 가격 하락 해를 보내면서 시장 흐름을 이용하는 알고리즘 머니 매니저들이 공매도를 걷어내거나 가격 하락의 수혜를 보기 위해 기존에 빌리거나 매도한 증권을 사들이고 있다.

소시에테 제너랄(Société Génerale SA)에 따르면 최근 몇 주 동안 원자재 등 상품 거래에 도움을 주는 컴퓨터 기반 펀드(CTA)가 미 국채 시장에 큰 약세 포지션을 하였다. 그 후 채권이 반등하고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일부 거래자들이 낭패를 보며 가격 변동을 가중시켰다.

런던 소재 자산운용사인 러퍼(Ruffer) 매트 스미스 투자 담당 이사는 "채권 공매도를 쳤던 많은 펀드가 아마도 손절매 구간에 도달했고 구매자가 되어야 했다"고 말했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연준 금리 인상과 채권 수익률에 대한 기대가 빠르게 역전되면서 퀀트 펀드는 최소 2000년 이후 최악의 이틀 연속 장세를 보이며 7.7% 하락했다.

퀀트는 연준이 대략 1년 전 금리 인상을 시작하자 큰 포지션을 구축해 오고 있다. 그런 펀드들은 또한 변동성이 적은 시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잠잠한 시장에서의 노출을 강화하고 불안감이 높아졌을 때 다시 보완하는 것이다.

유동성 문제는 수년간 트레이더, 규제 당국, 투자자들을 괴롭혀 왔다. 투자자들은 금융위기 이후의 강화된 규제로 은행들이 스스로 거래할 수 없게 되고 더 많은 자본을 보유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거래의 용이성에 대한 만성적인 우려가 심화되어 위험성이 높은 자산의 재고가 사실상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이는 결국 은행이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감소시켰다.

최근에는 시장의 호황과 불황이 반복적으로 거래 능력을 시험했다. 3년 전의 코로나 폭락은 2020년 후반기와 2021년의 경기 부양책으로 빠른 시장 회복으로 상쇄되었고, 이후 연준이 수십 년 만에 가장 가파른 금리 인상 사이클에 나서면서 2022년의 인플레이션 공포가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전개되는 상황이 막대한 자금 흐름 방향을 바꾸면서 많은 거래자를 오도하고 포지션에 상당한 변화를 강요하면서 채권 시장을 흔들어 왔다.

그러나 최근 주요 미국 은행 2곳의 폐쇄는 이미 도전적인 추세를 심화시켰다고 트레이더들은 말한다. 퀀트 브로커(Quantitative Brokers) 데이터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 국채 선물 시장의 유동성은 실리콘밸리은행이 붕괴되기 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다. 퀀트 브로커는 최고의 시장가격으로 매매 가능한 10년 만기 미 국채 선물 계약의 수를 조사했는데, 이는 포지션을 빠르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다.

은행 예금을 전액을 보호하겠다는 미 연방정부의 조치는 한가지 불확실성을 제거했지만 또 다른 형태의 불확실성을 영구히 지속시키게 되었다고 러퍼의 스미스 이사는 지적했다.

그는 전국 은행 예금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조치가 미 정부와 연준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얼마나 전념하고 있는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에 혼선을 주게 되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변동성은 절대 억제할 수 없고 다른 곳으로 옮길 수만 있다는 격언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국제경제 수석저널리스트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