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8일 오전 조용병 회장과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 쇼트 리스트(최종후보군) 3인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고 진 행장을 차기 신한금융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다. 진옥동 내정자는 내년 3월 신한금융 정기 주총 및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임기는 2026년 3월까지 3년이다.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결정 발표가 있은 후 조 회장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임기를 더 해서 조직을 안정시키느냐, 후배에게 물려주는 것이 맞느냐를 놓고 고민이 많았다"며 "전문경영인은 차기와 차차기 후보를 모두 고려해서 인사 해야 하는데 회추위에서 넘어온 최종 후보 명단을 보니 이 정도면 훌륭한 후배들이 올라왔다고 생각해 세대 교체를 선택하게 됐다"고 용퇴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많은 피해자를 낳은 사모펀드 사태 관련 책임의식도 조 회장이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배경이다.
예상치 못했던 진 행장 내정으로 그의 의중이 반영되는 은행, 보험, 캐피탈 등의 자회사 CEO 인사에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신한금융이 만들려고 고심했던 '부회장직' 신설도 물 건너가는 모양새다.
특히, 진 행장과 경쟁 구도를 이어 온 신한카드 임영진 사장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면서 향후 연임 가능성 마저도 불투명해 졌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임 사장의 경우 지난 2017년 3월 신한카드 사장에 내정된 뒤 올해 말로 세 번째 임기가 끝난다. 임 사장은 임기 중 카드업계 업황 악화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 412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취임 이후 신성장 수익 다각화와 디지털 활성화에도 앞장서며 업계 1위를 수성하는 데 여러 공적을 쌓았다는 평가다.
임영진 사장은 조 회장 연임 가정아래 신한금융이 신설을 검토하던 글로벌 총괄, 퇴직연금 총괄, 자산관리(WM) 총괄 등 3개의 그룹의 부회장 직 중 하나를 맡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부회장직은 조 회장의 연임을 전제조건으로 신설을 검토 했던 만큼 진 행장이 내정되면서 임 사장에게 부회장 자리를 맡기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임 사장의 신한카드 사장직 연임 역시 불투명하다. 임 사장은 신한카드 사장으로 취임 후 연임에 재차 성공했다. 6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지만, 역대 신한카드 CEO 중 임 사장만큼 오래 자리를 유지하거나 세 번 연임에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 새로운 선례를 만들 수도 있지만 임 사장이 진 행장보다 나이가 한 살 많은 만큼 입지 역시 애매해졌다.계열사 사장을 맡는 것 조차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손규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bal4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