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는 계속되어도 그 속도는 당초 예상보다 급격히 꺾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아울러 원화 약세와 이에 따른 수입 물가 불안 때문에 미국과의 금리차를 신경써야 했던 한국은행도 내년부터 통화정책 운용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지난 10월25일 장중 1440.20원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파월 의장이 피벗 가능성을 시사한 이후 1300원 선 밑에서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연설에서 "금리 인상 속도를 완화할 시기는 이르면 12월 회의가 될 수 있다"며 "연착륙으로 가는 길에 있다고 믿고 싶다"고 발언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피벗 시그널'로 받아들였다.
연준은 오는 13~14일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있다. 5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보다는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택하면서 금리 인상폭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 연설은 단순히 금리 인상 사이클 피벗을 넘어 미 연준의 통화정책 무게 중심을 물가 안정에서 경기 안정으로 전환할 것을 시사한 것"이라며 "피벗 기대감은 단순히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아닌, 연준의 정책 초점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이는 미국 등 주요국 국채 금리 급락과 엔화 가치 급등을 통해 가시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12월 FOMC에서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후 내년 0.25%포인트로 인상폭을 좁혀도 인상 횟수가 늘어난다면 위축 심리가 커질 수 있다는 데 있다. 그 때문에 12월 FOMC 회의 직후 파월 의장의 발언에 관심이 쏠린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용인할 수 있는 한·미 기준금리 격차를 1%포인트 내외로 제시한 바 있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가 3.25%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 한 차례 0.25%포인트 금리 인상을 끝으로 금리 인상은 멈출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총재는 지난달 30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경제 충격이 대외발(發)이므로 앞으로의 통화정책 경로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연준의 속도 조절 시사로 통화정책을 좀 더 유연하게 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