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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소문' 무성한 금융지주 회장 3인에 쏠린 '연임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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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소문' 무성한 금융지주 회장 3인에 쏠린 '연임 이슈'

손병환, 연임에 촉각...관치금융 바로미터 될 듯
조용병, 3연임 유력...'포스트 조용병' 찾기 본격화
손태승, 연임 여전히 안갯속...DLF 대법원 판결 분수령

지난달 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지난달 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융지주회장 간담회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김주현 금융위원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뉴시스
대대적 인사 시즌인 연말연시에 접어들면서 임기 종료를 앞둔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거취에 전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임기 첫 해인 만큼 정권의 논공행상 차원에서 낙하산이 내려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손병환 연임 여부, 관치금융 '바로미터'


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 중 신한·우리·NH농협금융지주 등에서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회장의 임기가 끝난다.

우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정치권의 '인사 외풍' 강도를 엿볼 수 있는 NH농협금융 회장 인선이 이달 중순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손병환 농협금융 회장의 임기는 오는 12월 31일까지로 연말연시 임기 종료를 앞둔 금융지주 회장 중 가장 먼저 임기가 종료된다.

당초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김용환·김광수 전 회장 등 과거 농협금융 회장들은 2년 임기 후 1년 정도 임기를 더 부여받았다. 때문에 손 회장 역시 전례를 따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탄탄한 실적도 연임을 뒷바침 한다. 손 회장은 지난해 1월 취임 후 2년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농협금융의 연간 당기순이익은 2조2919억원으로 1년 전 보다 무려 32% 늘었다. 올해도 3분기까지 전년동기 대비 8.1% 증가한 1조9717억원의 순이익을 내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 치웠다.

하지만 손 회장의 연임에 어두움이 드리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5대 금융지주 중 농협금융이 가장 외풍에 취약하다는 점을 들어 막판 전직 관료 출신 등이 낙하산으로 내려올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는데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어서다.

최근 차기 농협금융 회장으로 외부인사인 이석준 전 국무조정 실장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농협중앙회 쪽에서 외부인사에 대한 긍적적인 사인을 내면서 본격적인 하마평이 흘러나왔다는 전언이다.

이 전 실장은 행정고시 26회출신으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 미래부 1차관에 이어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정통 경제관료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첫 영입 인사로 합류했으며, 경제부총리와 산업은행 회장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농협금융은 신경분리에 따라 표면적으로는 독립적인 금융지주사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농협중앙회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2024년 1월 임기가 끝나는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정치권에서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금지한 법 규정 개정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정권에 가까운 관료 출신의 인사를 선호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농협금융 회장이 현 정권과 가까운 관료 출신으로 교체되면 관치금융 논란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또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 회장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는 다른 금융지주에도 외풍이 불어닥칠 가능성도 커졌다.

◆조용병 3연임 유력…'포스트 조용병' 찾기도 본격화


내년 3월 회장 임기가 끝나는 신한금융의 경우 큰 이변이 없는 한 조용병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하다.

지난달 28일 신한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조용병 현 회장을 비롯해 진옥동 신한은행장,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등 3명을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압축했다. 회추위는 오는 8일 사외이사 12명 전원이 참석하는 확대 회추위를 열어 회장 후보 1명을 추천할 방침이다.

금융권 안팎에선 조 회장의 3연임이 유력하다고 본다. 지난 6월 '채용비리' 관련 대법원 최종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사법리스크에서도 완전히 벗어났고 올해 연간 순이익도 KB금융으로부터 리딩금융 자리를 다시 탈환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2017년 3월 취임한 조용병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한다면 2026년 3월까지 신한금융을 이끌게 돼 더 이상의 재연임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70세 이상 회장의 재임이 금지돼 있어 1957년 생으로 현재 만 65세인 조 회장은 이번 연임으로 부여받은 임기가 마지막 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포스트 조용병' 양성도 관심사다. 특히 신한금융 내에 1~2개 정도의 부회장 자리가 신설될 것이란 예상이 힘을 얻는다. 부회장 후보로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 허영택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등이 거론된다.

부회장과 신한은행 등 자회사 CEO는 회장 인사가 마무리되면 조 회장의 의중이 본격 반영된 3기 체제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 CEO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가 결정하는데 자경위원장은 신한금융 회장이 맡고 있어 조용병 회장의 친정체제 구축에 힘이 붙을 전망이다.

◆연임 앞두고 암초 만난 손태승…15일 DLF 대법원 판결에 촉각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도 내년 3월 임기가 끝난다. 하지만 손 회장의 거취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당초 금융권에선 손병환·조용병 회장과 마찬가지로 손태승 회장의 연임 가능성도 높다고 전망했다. 우리금융의 완전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끈데다가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써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금융의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21.1% 늘어난 2조6617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넘어섰다.

하지만 10월 초 금융당국이 결정을 미뤄오던 징계 카드를 꺼내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월 9일 정례회의를 열고 라임 사태 관련, 손 회장에게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문책경고를 확정했다.

앞서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지난해 4월 라임펀드 사태 관련,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를 내린 바 있다. 그러나 금융위가 우리은행의 또 다른 제재 사안인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법원 판결이 나온 이후 징계 수위를 정하겠다고 방침을 세우면서 심사는 지연됐다.

때문에 1년 6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금융위가 금감원 제재심 원안대로 문책경고를 확정하면서 미뤄왔던 징계를 결정한 것을 두고 특정 인사를 우리금융에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왔다.

현재 손 회장은 징계가 결정된 이후 침묵을 유지한 채 장고의 시간에 들어갔다. 이런 가운데 DLF 사태 관련 금융 당국의 중징계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15일 예정돼 있다.

손 회장은 2020년 DLF 사태 관련, 금감원으로부터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을 금지하는 문책경고 처분을 받자 징계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소송까지 제기했다. 1·2심 재판부는 "현행법상 불완전판매와 연관된 내부 통제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를 징계할 근거가 없다"며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손 회장이 대법원 판결에서도 승소한다면 라임 사태 관련 중징계 결정도 법원으로 향할 수 있다. DLF 사태와 사안은 다르지만 당국의 금융사 CEO에 대한 무리한 징계라는 점을 고려시 라임 사태 관련 중징계도 법원에서 비슷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