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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내주는 은행 있을까?…은행간 은행채 인수 실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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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내주는 은행 있을까?…은행간 은행채 인수 실효성 논란

금융당국, 은행간 은행채 인수 검토
은행채 사는 은행, 유동성 관리에 불리
유동성 확보 경쟁 속 거래 활발할지도 의문

30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30일 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은행 간 은행채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벌써부터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은행채를 은행끼리 주고 받으면 은행권 내에서만 자금이 이동하면서 채권 시장 안정에는 도움 된다. 하지만 은행채를 사는 은행의 경우, 현금을 주고 현금보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국채를 보유하게 되는데,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자칫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해 현행법 위배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법률 검토도 필요하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은행들과 은행 간 은행채 융통하는 방안 관련 논의 중이다. 이 같은 방안이 논의되는 데는 은행들의 자금 조달의 한 축이 막히면서 예금조달만으로 몰리는 기업대출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달 레고랜드 사태로 안전성이 높은 은행채, 한전채 등이 시중 자금을 모두 흡수하자 금융당국은 은행들에게 은행채 발행 자제령을 내렸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달 들어 발행된 전체 은행채 14조5400억원 중 시중은행이 발행한 채권은 전북은행의 1000억원이 유일했다. 나머지는 모두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발행한 특수은행채였다. 사실상 은행채 발행이 전무했던 셈이다.

그러나 은행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히자 예금 확보를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예·적금 금리만 오르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예·적금 금리는 대출 금리를 끌어올려 애꿎은 서민·중소업자들만 잡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은행들이 계속 은행채 발행에 나서기도 힘들다. 수신을 통한 자금 확보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을 풀고자 금융당국은 은행끼리 은행채를 거래하면 유동성 확보에 도움 되고 채권시장의 혼란도 막을 것으로 본다.
예컨대 A은행이 발행한 은행채를 B은행이 사주면 B은행에 있는 현금이 A은행으로 옮겨가고 B은행은 A은행으로부터 받은 은행채를 한은 적격담보증권의 담보로 넣는 대신 국채를 보유하게 돼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안정시키는 방식이다.

은행채가 채권시장에 풀리지 않고 은행권 내에서 자금이 이동하므로 채권시장 경색을 완화시키는데 도움 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거래가 활발할지 의문이다. B은행의 경우 현금을 내주고 국채를 갖게 되는데, 이게 과연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아무런 이득이 없다. 현재 은행들 대부분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인데 현금을 내줄 은행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은행 간 은행채 거래는 사모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할 수 있어 법률 검토도 필요하다. 때문에 금융당국이 추가 규제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유동성 문제가 덜한 은행들이 자신들의 현금을 다른 은행에 넘겨야 하는 구조인데, 몰리는 기업 대출 수요에 은행 간 거래는 한계가 있다"며 "당국이 추가 규제를 완화해주면 거래가 활발해질 수 있고, 유동성 비율에서 국채의 가산비율을 더 높이는 방안 등이 있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