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채를 은행끼리 주고 받으면 은행권 내에서만 자금이 이동하면서 채권 시장 안정에는 도움 된다. 하지만 은행채를 사는 은행의 경우, 현금을 주고 현금보다 유동성이 떨어지는 국채를 보유하게 되는데,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자칫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해 현행법 위배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법률 검토도 필요하다.
지난달 레고랜드 사태로 안전성이 높은 은행채, 한전채 등이 시중 자금을 모두 흡수하자 금융당국은 은행들에게 은행채 발행 자제령을 내렸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달 들어 발행된 전체 은행채 14조5400억원 중 시중은행이 발행한 채권은 전북은행의 1000억원이 유일했다. 나머지는 모두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발행한 특수은행채였다. 사실상 은행채 발행이 전무했던 셈이다.
그러나 은행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히자 예금 확보를 위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예·적금 금리만 오르면 별다른 문제가 없다. 하지만 예·적금 금리는 대출 금리를 끌어올려 애꿎은 서민·중소업자들만 잡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은행들이 계속 은행채 발행에 나서기도 힘들다. 수신을 통한 자금 확보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을 풀고자 금융당국은 은행끼리 은행채를 거래하면 유동성 확보에 도움 되고 채권시장의 혼란도 막을 것으로 본다.
은행채가 채권시장에 풀리지 않고 은행권 내에서 자금이 이동하므로 채권시장 경색을 완화시키는데 도움 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거래가 활발할지 의문이다. B은행의 경우 현금을 내주고 국채를 갖게 되는데, 이게 과연 유동성 관리 측면에서 아무런 이득이 없다. 현재 은행들 대부분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인데 현금을 내줄 은행이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은행 간 은행채 거래는 사모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할 수 있어 법률 검토도 필요하다. 때문에 금융당국이 추가 규제완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유동성 문제가 덜한 은행들이 자신들의 현금을 다른 은행에 넘겨야 하는 구조인데, 몰리는 기업 대출 수요에 은행 간 거래는 한계가 있다"며 "당국이 추가 규제를 완화해주면 거래가 활발해질 수 있고, 유동성 비율에서 국채의 가산비율을 더 높이는 방안 등이 있다"고 말했다.
정성화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sh12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