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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업계, 유럽 약값 체제서 철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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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업계, 유럽 약값 체제서 철수 고민

각국 정부들, 매출 일부 환수 등 제약사들에 재정적 압박

미국 매사추세츠주 애브비 제약회사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매사추세츠주 애브비 제약회사 로고. 사진=로이터
코로나 팬데믹 기간 대형 제약사와 정치권 사이 일종의 약값 전쟁이 잠시 휴전 상태였으나, 지난주 그 휴전 협정은 막을 내렸다.

2022년 영국 국민건강보험(이하 NHS)이 영국 매출의 약 26.5%에 해당하는 33억 파운드를 환수 비용으로 부과하자 미국의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애브비는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약값 체제에서 철수키로 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이 24일(이하 현지 시간) 전했다.
또한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 제약사들은 프랑스 정부와의 협정에서 탈퇴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약 산업은 코로나 백신과 약품을 제조·판매하는 데 있어 환자의 생명보다 이익을 우선시한다고 종종 정치인들의 비난을 사곤 했다.

그러나 토머스 퀴니(Thomas Cueni) 국제제약협회 사무총장은 각국 정부가 여타 다른 부문의 재정적 압박 때문에 코로나 팬데믹 기간 신속한 혁신을 인정하는 데에서 제약업체들의 "압박"을 옮겨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정치인들과 훨씬 더 어려워진 판매 환경 사이의 불일치를 보며 업계는 좌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측이 열심히 협상해야 할 이유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환자들의 부담을 해결해 주기 위해 의료시스템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압박을 준 반면 인플레이션은 거의 모든 곳에서 비용을 증가시켰다. 제약업계는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처음으로 가격 제한에 직면하게 되었다.

2019년 합의돼 올해 만료를 앞둔 영국의 가장 최근 가격책정 협의에 따라 국민건강보험(NHS) 약값이 연 2% 이상 오르면 제약업계가 그 차액을 부담한다. 비슷한 협의를 한 다른 나라들은 추가 비용을 분담하는 경향이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코로나19와 다른 질환의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약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다. 하지만 그것이 비용 상승의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암, 희소 질병 등에 대한 높은 신약 가격도 한몫을 한다. 예를 들어, NHS는 척추 근육 위축증을 치료하는 노바티스의 졸겐스마와 미국 생명공학 버텍스의 낭포성 섬유증 치료약인 오르캄비와 같이 비용이 많이 들지만 변형을 일으키는 특정 치료법을 처방하기로 합의했다.

실제로 영국 정부는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도 2022년과 2023년에 NHS 약값 청구서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부분적으로는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영국 제약산업협회의 최고경영자인 리처드 토벳은 원래 정부의 예측은 "현실적이지 않았다"며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우연히 정확하게 증명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에 비해 의료비 지출이 적고, 의료 예산의 일부를 의약품 구입에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는 유사한 방법으로 약물 구입에 대한 지출을 통제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환수제도를 활용하고 가격 상승을 제한하며, 다른 치료법과 비교해 그 약물이 품질이 좋은 지 수년간 평가한다.

독일은 최근 2023년 의약품 판매 가격에 대해 예상하는 의무 할인을 12%로 늘렸고, 프랑스는 의약품 예산을 약 13% 줄일 계획이다.

동시에 싱크탱크 랜드(Rand)에 따르면 32개 비교 국가 그룹의 평균 약값의 약 2.5배 수준인 미국에서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가격구조 개편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미 연방정부는 처음으로 세금으로 지원하는 퇴직자 대상 의료지원제도인 메디케어가 구입하는 가장 비싼 치료제 중 일부 제품의 가격 협상 권한을 갖게 된다.

그것은 또한 6400만 명의 메디케어 수혜자들이 본인부담금 이외 비용에 연간 2000달러의 상한선을 정했고, 물가상승 이상으로 약값을 올리는 제약회사들에 불이익을 주었다.

제약회사들은 그들의 최대 시장에서 압박을 받고 있으며, 만약 더 나은 가격 거래에 도달할 수 없다면 좋은 일자리 및 성장과 투자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정치인들을 압박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는 유럽이 약값 지출 삭감에 집중하는 것은 연구개발, 임상시험 및 제조시설 투자 유치에 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독일의 바이엘(Bayer)사 역시 유럽이 "매우 혁신적이지 않다"고 비난하며 제약사업의 초점을 미국으로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약값 책정 시스템에 대한 전문가인 보스턴 서퍽 대학의 법학 교수인 마크 로드윈은 영국 보건부는 이 점을 "심각한 우려"로 보지 않는다며, 부분적으로 기업들이 영국과 미국에서 연구를 하는 것이 재정적으로 타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제약협회 퀴니 사무총장도 업계의 경고를 "순수한 말잔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개발(R&D) 투자 결정이 한 나라의 과학 기반에 의해 주도되는 반면, 약값 책정 정책은 전체 투자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산업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미국과 유럽의 R&D 투자 격차가 확대된 반면 중국은 중요한 대안 연구 기지가 되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R&D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딜로이트는 2021년까지 의약품 개발 평균 비용이 23억 달러로 증가한 반면 의약품당 연평균 피크 매출은 5억 달러로 떨어져 지난 10년간 코로나 대유행기에 잠시 중단됐을 뿐인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그러나 데이터 조사업체 이밸류에이트 밴티지(Evaluate Vantage)에 따르면 총 의약품 매출은 2022년에서 2028년 사이에 연평균 6%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글로벌 회계법인 EY에 따르면 현재 세계 최대 제약사들은 현금과 부채를 포함한 거래를 할 수 있는 1조4000억 달러의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제약회사들이 유럽에서 특정 약물의 판매를 중단한다면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유럽 보건당국이 의약품이 좋은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이의 제기가 있었을 때 제약회사들은 주로 철수했다. 지난해 보스턴에 본사를 둔 블루버드바이오는 독일 정부가 180만 달러의 가격 책정에 실패한 후 혈액 장애 베타혈증에 대한 일회성 유전자 치료법인 진테글로를 유럽 시장에서 철수시켰다. 그 회사는 최근 미국에서 같은 약을 280만 달러에 출시했다.

앤드루 오벤샤인 블루버드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의 의약품 구매자들은 여전히 모든 환자가 만성질환에 대해 반복적인 처방을 요구하는 것처럼 약값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결국 치료제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고 역사적인 약값 협상만을 위한 협상이 되었다"며 매우 실망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유럽 보건당국이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면, 그들은 더 이상 일일 알약 생산에 매진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 제약업계와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제약회사들은 큰 시장에서 각각의 환자들로부터 약간의 돈을 벌곤 했지만, 점점 더 그들은 희소 질환자들의 작은 부분집합을 치료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청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그들의 의료시스템에 더 많은 재정 투입을 하지 않고 있다.

런던 경제 대학의 보건정책 책임자인 앨리스테어 맥과이어는 유럽 국가들이 이러한 높은 약값 때문에 정책 강화에 나섰다고 말했다. "특히 종양 치료제의 가격 상승률은 상당히 주목할 만하다. 아주 짧은 시간에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영국 보건부는 지난 자발적 협의에 따라 많은 이용계약서를 전달했으며, 다음 계획의 운영 아이디어에 대해선 열린 입장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치료가 효과가 있을 경우에만 비용을 청구하거나, 필요한 만큼의 약에 대해 일정한 수수료를 지불하는 등의 새로운 모델을 내놓았다.

영국 제약산업협회의 토벳은 혁신은 누구에게나 어렵다는 것을 인정했다. "공공 부문이나 예산을 책정하는 정부는 갑자기 우리가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환자들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