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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조기숙 안무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중국신화 발레화 한 애절한 러브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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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 조기숙 안무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중국신화 발레화 한 애절한 러브스토리

조기숙 안무•염현승 연출의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
조기숙 안무•염현승 연출의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
'조기숙 New발레단'이 최근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조기숙(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총예술감독) 안무, 정재서(이화여대 중어중문과 교수) 대본의 여신시리즈 세번째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를 공연했다. 중국의 고전에서 찾은 러브스토리는 그리이스·로마와는 차원이 다른 동양적 신비가 빼곡히 들어있었다.

신화임을 알리는 수묵담채의 느낌, 샤막 안의 풍경은 군집의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비파음은 그림자 효과를 극대화 시키고 가득한 꽃들, 샤막이 벗겨지면 더욱 요란해지는 사운드, 변형된 샤먼의 춤 속에 부채가 분주히 움직인다. 현란한 조합(독무, 이인무, 삼인무, 군무)과 진법, 블로킹, 구성 속에 분위기는 달아오르고, 조명도 감정선을 열심히 따라간다.
염제(炎帝) 신농의 아름다운 딸 요희(磘姬)가 어려서 죽자 천제(天帝)가 그 죽음을 가엾게 여겨 그녀의 사랑을 이루어주는 요초라는 꽃으로 재탄생되게 하였고, 이후 무산의 비와 구름을 관장하는 신으로 봉했다고 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무산신녀(巫山神女)이다. 노란 요초들이 쉼없이 사랑을 구가하는 무산, 신녀들이 미풍으로 다가와 사랑하자 유혹한다.

조기숙 안무•염현승 연출의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
조기숙 안무•염현승 연출의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
조기숙 안무•염현승 연출의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
조기숙 안무•염현승 연출의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
이 작품은 '뜨겁게 사랑하고 미련없이 떠난' 여신 무산신녀를 기리는 발레다. 초회왕을 유혹하고 하룻밤 사랑을 맺은 후 안개처럼 사라진 그녀가 남긴 말, "아침에는 산봉우리에 구름이 되어 걸려 있다가 저녁이면 산기슭에 비가 되어 내리는데 그게 바로 저랍니다." 일탈의 자유를 꿈꾸는 자들의 성지같은 무산(巫山)의 판타지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없다.
음악에서의 현의 사용,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때론 도발적 라이트가 관객석으로 쏟아지고, 발 같은 줄이 내려와 있기도 한다. 가끔 풀브라이트가 희열을 읊고, 노란 스커트가 요초를 떠올리게 한다. 핸드벨, 방울소리, 빗소리 같은 사운드, 탑 조명으로 찾아가는 요초들의 군집성, 상상의 샤막의 안의 공간과 밖의 풍경, 무대로 내리는 비는 신비감을 창출하는 장치이다.
조기숙은 여성시대에 남성을 초월하는 치유와 배려의 '여신'을 앞세운다. 사랑이 비처럼 내리고, 슬프고 아름다운 연애담이 회왕과 무산신녀에 걸쳐있다. 무산의 신녀는 춤추며, 비와 바람을 부리고, 소유가 아닌 비움의 무(舞, 武, 無)를 부리며 조화의 삶을 권장한다.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바람과 비에 구름을 더하는 이야기는 단군사(檀君史)와도 닿아있다.

생동감 있는 주체적 여성의 삶을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는 프롤로그-'무산의 정경', 1장. 1. '요희-사랑을 꿈꾸다' 2. '요초-사랑을 전하다' 3. '무산신녀-여신이 되다', 2장. 1. '초회왕-무산에 들어서다' 2. '유혹과 사랑-선택하다' 3. '운우지정-뜨겁게 사랑하다', 3장. 1. '구름이 되어 떠나다' 2. '비가 되어 내리다', 에필로그-'다시 무산으로'로 구성되어 있다.

조기숙 안무•염현승 연출의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
조기숙 안무•염현승 연출의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
조기숙 안무•염현승 연출의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
조기숙 안무•염현승 연출의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
여신시리즈는 4부작은 제1부 '그녀가 온다-여신 서왕모, 2013', 제2부 '그녀가 논다-여신 항아, 2014', 제3부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 2016', 제4부 '그녀가 난다-여신 여와, 내년 예정'으로써 이번 작품은 그 세 번째이다. 거대한 전율과 스케일을 보여주었던 제1부, '신들의 놀이'의 진수를 보여주었던 제2부, 제3부는 사랑과 별리의 슬픔을 대범하게 그려낸다.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는 우리 발레만이 가질 수 있는 독창성을 부각시키면서 상상력을 자극한다. 여신을 표현하는 효율적 춤 도구는 발레임을 감지한 안무가는 발레작품으로 노련하게 현실적 삶에서의 '여성'이 삶과 사랑을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신비로운 존재로 인식되며, 부드럽고 뜨거운 여신처럼 받들어지는 현재와 미래의 세상을 희구한다.

수려한 경관의 무산을 배경으로 한 신화에는 '여신과 사랑을 하면 평범한 남자도 신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라고 사랑을 강조하는 말이 허풍처럼 쓰여 있다. 조기숙의 생각, '사랑은 언제든지 선택하고 즐길 수 있고 이별은 늘 초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겁내지 말고 자신을 믿고,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이쯤 되면 이 발레는 혁명을 부추기는 셈이다. 이런 파격이 오늘의 조기숙을 만들었고, 즐기면서 생각하는 '조기숙NEW발레단'의 방향성이다. 내년 4부작 결정판의 '그레이트 판타지'를 기다린다.

조기숙 안무•염현승 연출의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
조기숙 안무•염현승 연출의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
조기숙 안무•염현승 연출의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
조기숙 안무•염현승 연출의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
출연: 조정희(전 유니버셜 발레단 주역) 최진수(전 서울발레티어터 솔리스트) 홍세희(이화여대 강사) 정이와(전 서울발레티어터 솔리스트) 김정은(이화여대 무용학 석사) 최유나(이화여대 공연예술대학원 석사과정) 천소정(이화여대 무용학과 석사과정) 김유경(〃) 김수진(〃) 김령(〃) 정예지(이화여대 무용과 2학년) 용기(유니버셜 발레단 단원) 황인선(와이즈발레단 단원) 최선용(전 국립발레단 단원)

조기숙 안무•염현승 연출의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
조기숙 안무•염현승 연출의 '그녀가 운다-여신 무산신녀'

○ 조기숙 안무 및 예술감독 약력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교수
영국 Surrey 대학 무용학 박사
한국 aSSIST 경영학 박사
이화여자대학교 공연문화연구센터 소장
무용역사기록학회 공동회장
PRAME 이화창조아카데미 사업단 단장
한국무용기록학회 회장 역임
(사)아시아 위민스브리지 두런두런 이사
제주여성거버넌스포럼 위원
국립여성사 박물관 홍보위원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