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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가 코로나19 숙주? …WHO "중국, 알면서도 은폐" 의혹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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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구리가 코로나19 숙주? …WHO "중국, 알면서도 은폐" 의혹 제기

'발병진원' 우한 수산시장 유전자 샘플 재분석 결과 드러나 · 글로벌 학계, 중국당국에 아는 것 공유 촉구

코로나19의 초기 확산에 중국 시장에서 거래된 너구리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노트펫이미지 확대보기
코로나19의 초기 확산에 중국 시장에서 거래된 너구리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노트펫
“코로나19의 초기 확산에 중국 시장에서 거래된 너구리가 연루됐을 가능성이 크다”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CNN 방송은 미국 과학 연구소 '스크립스 리서치' (Scripps Research), 호주 시드니대학교, 미 애리조나대학교 등에 소속된 국제 연구진이 중국 우한의 화난(華南) 수산시장 내 동물 우리, 수레, 바닥 등 곳곳에서 2020년 1월∼3월 채취 된 유전자 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화난 수산시장은 이름만 수산시장일 뿐 어물을 비롯해 박쥐, 천산갑, 뱀, 오리, 지네, 너구리, 토끼 등 각종 야생동물을 식용으로 파는 시장이다. 코로나19가 2019년 12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정체불명 폐렴으로 처음 보고될 당시 이 시장이 발병지로 지목됐다.

국제 연구진이 분석한 유전자 샘플은 당초 3년 전 수집돼 중국 과학계에서도 분석했다. 중국은 올해 1월에야 국제 인플루엔자 정보공유기구(GISAID)에 관련 데이터를 공개했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삭제했다.

하지만 데이터가 완전히 삭제되기 전 프랑스의 한 생물학자가 이를 우연히 발견해 이를 국제 과학자 그룹과 공유하면서 데이터는 재분석을 거쳤다. 재분석 결과 화난 시장에서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동물이 아닌 인간발(發)이라고 결론 낸 중국 측 주장과 정반대의 결과를 얻었다.

특히,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하자 코로나19에 양성 반응을 보인 유전자 샘플에는 화난 수산시장에서 판매된 너구리 유전자가 상당량 섞인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들 너구리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숙주였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박쥐나 천산갑이 유력한 숙주 동물로 꼽혔지만 의외로 너구리가 코로나19의 중간 숙주 역할을 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아직 학술지 등에 공식 게재되지 않았다. 하지만 연구진은 세계보건기구(WHO) 내 '새로운 병원체의 기원 조사를 위한 과학 자문그룹'(SAGO)에 이 사실을 전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중국이 코로나19와 너구리 등 야생동물 간 연관성 관련 더욱 일찍 공표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 데이터는 3년 전 공유될 수 있었고 공유됐어야만 했다"며 "우리는 중국이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필요한 조사를 수행해 그 결과를 공유할 것을 계속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누락된 증거를 국제 사회와 즉시 공유할 때가 됐다”고도 덧붙였다.
그동안 국제 사회에선 이전부터 중국이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은폐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WHO는 앞서 "답을 찾을 때까지 계속 밀고 나가야 한다"며 “중국 정부 고위층에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미국 시카고대학교 전염병학자 사라 코비는 이번 연구 결과 관련 "단순히 인간에 의한 감염이라면 유전자 샘플에 이렇게 많은 동물 DNA, 특히 너구리 DNA가 섞여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재분석에 참여하지 않았다.

다른 국제 과학자 측도 이번 분석이 코로나19와 야생동물간 강력한 연관성을 보여줬다고 평했다. 루이지애나 주립대 슈리브포트 보건과학센터의 바이러스 학자 제러미 카밀은 "감염된 너구리가 그 시장에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며 "중국 정부가 실제 뭘 알고 있는지 더 큰 의문이다"고 말했다.

CNN은 “이번 재분석 결과가 코로나19의 기원을 완벽하게 밝혀주는 것은 아니다. 지금 까지의 정보만으로 너구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됐던 게 확실한지, 너구리가 처음으로 인간에게 코로나19를 전파한 게 맞는지 등을 단언할 수 없다”며 “설령 너구리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게 맞아도 너구리가 아닌 다른 동물이 사람에게 이를 옮겼거나 바이러스에 먼저 감염된 사람이 너구리에게 이를 전파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김희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euyi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