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리뷰] 정현진 안무의 '360-도, 360-Degree'

이 작품은 현재 시점에서의 개개인의 일상을 새롭게 해석하기 위해 주변을 360도 돌아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정면이 아닌 측면에서 뒤돌아보고, 자신을 반성함으로써 주변과의 조화를 모색한다. 안무가가 시도하는 360도라는 상징성을 통해 관객은 취사, 선택의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다각도로 이 작품에 접근할 수 있다. 안무가의 작업은 무명을 밝히는 일이다.
솔로에서 춤은 시작된다. 미묘한 사운드, 등을 보이고 전진하는 무용수의 복잡한 현실을 반영하듯 웅얼거림이 쏟아진다. 주시에서 호기심이 발동되고, 다른 무용수 두 사람이 등장한다. 무용수들의 가감이 계속 진행된다. 화려한 춤 수사를 원하는 다수의 기대를 우회하여 『360-도』는 남성 무용수 일인, 모두 다섯 무용수의 움직임이 복잡하게 뒤섞인 철학적 양상을 띤다.

움직임에 대한 고찰과 분석, 재해석하여 조합한 춤은 공기의 흐름을 감지하듯 기의 요동을 느끼게 한다. 움직임의 정석, 그 과정은 단순한 듯하지만 복잡하게 여러 각도로 변형된 안무 구성을 하고 있다. 시선과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조형은 신무용을 접한 듯한 감동을 준다. 이십 여분 가까운 노 사운드, 관객들은 신체에 집중하게 되고, 춤꾼들은 전사의 이미지를 보인다.
무용수들의 춤은 원근법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관점에서 춤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상, 혹은 가치에 대한 판단은 달라진다. 현대무용을 고전풍에 담아, 재미로 현대무용을 감상하겠다는 기대를 잠재운 이 춤은 춤의 본질과 현대무용을 대하는 기본자세를 보여준다. 음악, 의상, 조명은 정현진 안무의 특징인 현대무용의 ‘존재의 이유’를 가장 잘 대변하고 있다.

안무가 정현전은 무용수들에게 ‘들썩이게 하라, 단순화하라, 변화시켜라, 형상을 변화시켜라, 유기적 관계를 형성하라, 반복을 사용하라, 역발상을 하라’는 자신의 현대무용에 대한 계율을 주문한다. 작위적 동작들은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지거나, 동작이 점점 빨라지거나 이일우(잠비나이)의 음악이 제공하는 균질의 밸런스 감각을 유지한다.
무성시대를 넘어 하이키라이트는 사운드를 불러온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전이된 솔로는 신비감을 침화시키고, 원시적 구음을 다시 사용한다. 블랙은 제의적 경건함을 견지한다. 현대춤의 시원을 찾아가는 과정은 정서적이며 교훈적이다. 정현진 안무의 움직임은 배경이 다른 셈이다. 유닛으로 기능하는 무용수들은 전통과 현대의 접목을 시도하며 군집의 분할로 균형을 맞춘다. 의미 있는 이인무는 무감(舞感)의 폭과 깊이를 달리한다.

춤이 깊어지면 5인의 무용수들은 범상치 않은 몸 회전으로 춤 테크니션의 모든 몸짓을 보여준다. 그 춤 속에 ‘세월은 가지만 난 아직 내 길을 가고 있다.’는 동작들이 보인다. 조명분할 속, 넓은 동작으로 요구되는 열정과 힘이 보인다. 상형문자로 암시된 다섯 글자 속에 세월, 승리, 전율, 계급, 소통은 자리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