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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도 "전력망 안정화로 글로벌 경제대국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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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인도 "전력망 안정화로 글로벌 경제대국 도약"

제조업 육성·투자유치 위해 전력문제 해결 필수
2027년까지 연평균 10%대 설비용량 확충 계획

인도는 발전용량을 대폭 늘렸으나 아직도 전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는 발전용량을 대폭 늘렸으나 아직도 전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인도는 2050년 세계 3강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려고 하며 이를 위해 제조업과 디지털 산업을 육성하고자 한다. 많은 인구에게 식량을 원활하게 공급하려고 농업 생산성도 높이고 있다. 특히 제조 장비와 비즈니스 환경, 농업 기계들이 24시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전력의 안정적 공급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인도는 전기 공급 순위에서 2014년 137위에서 2020년 22위로 불과 6년 만에 115단계 상승했다. 인도는 2000년 이후에 전력 생산량을 두 배 이상 늘렸다. 이는 국내외 자본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전력 문제 해결에 나선 덕택이다.
하지만 인도는 국가 발전 전략 차원에서 강력하게 추진한 전력망 확충에도 불구하고 2022년 폭염기에 일시적으로 전국 곳곳에서 전기가 부족해 하루 몇 시간씩 정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력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그간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도 정부는 돌발 상황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자국민과 해외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전력을 100%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정전 사태가 곳곳에서 발생하자 신뢰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인도는 해외 투자자 유치를 위해 범정부 차원에서 노력 중이고 2022년 1000억 달러 규모의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몰려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전력이 문제가 되면 FDI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인도가 글로벌 경제에서 미래 성장의 견인차가 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 한국 기업들의 투자 후보지로 부상하는 가운데 투자에 앞서 인도의 전력 개선 실태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생긴 것이다.

◇ 인도의 전력: 과거와 현재, 문제점


인도는 현재 세계 3위의 전력 생산 대국이다. 석탄 화력 발전 의존도가 높다. 전국 135개 화력발전소에서 필요 전기의 57.9%를 생산하고 있다. 비화석 연료(풍력, 수력, 태양광, 원자력)에서 42.1%를 생산한다.

1910년 전기법, 1948년 전기공급법 제정을 거쳐 2003년 통합된 전기법을 통해 국가 전기 공급 제도를 정비했다. 국가, 지방, 민간이 공급한다. 전기 공급에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 보호와 안정적 전력 생산과 공급을 도모하고 있다. 국가나 지방정부의 재정 여력이 부족해 민간 투자를 통해 전기 공급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발전 용량은 중앙정부가 24.3%, 지방정부가 25.7%, 민간이 50%를 담당한다.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전력 소비량(총발전량+수입량)보다 발전량이 많다.

지속적인 전력 공급 개선으로 전력 수요가 정점인 시기에 부족한 전력이 2009년 10%대에서 2016년부터 1%대 미만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직 100% 원활한 전기 생산과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일상적인 흐름에는 국가 전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지만 전기 수요가 폭증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 각 가정으로 전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인도는 올해 여름철에 폭염이 발생했을 당시 전력난으로 산업용(전체의 44.1%), 농업용(18%), 상업용(8%), 가정용(26%) 전기의 일부를 제한 공급했다. 도시의 부자 지역에는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도 자체 디젤발전기를 통해 전력을 조달하는 대책이 가동되어 문제가 없었지만 농촌, 특히 전기가 부족한 북부지역의 경우 하루에 몇 번, 몇 시간씩 정전이 발생했다.

전력 생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 화력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인도는 국내에서 필요 석탄의 4분의 3을 생산하고 4분의 1은 외국에서 수입한다. 세계 5위의 석탄 매장 국가이지만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다.

통상 여름 폭염에 전력 수요가 많아질 것에 대비해 재고를 10일 치 정도 확보하는데, 올해는 공급망 차질과 해외 석탄 가격이 급등해 제때 확보해야 할 석탄을 비축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올해 전력 수요가 정점일 때 곳곳에서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석탄 수급 관계 부서나 중앙과 지방의 정파적 견해차도 문제였다. 중앙과 지방, 전력부와 석탄부, 철도부가 매년 발생하는 석탄 부족 문제에 완벽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일상적 부족은 조정할 수 있었지만 돌발적 석탄 부족은 서로 많이 확보하려는 경쟁으로 비화할 여지가 있었다.

인도 전 지역의 전력은 수요 대비 1.5% 감소했지만 최정점 시기에 전국의 70% 정도 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했다. 30%는 매일 2시간 이상 정전에 직면했다.

폭염 때문에 사람이 열사병으로 죽고 식량이 신선도를 잃었다.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6년 만에 최악의 사태였다.

세계 3위의 전력 생산 대국에서 여전히 정전이 발생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의외로 정전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가 적지 않다.

우선, 충분한 발전과 송전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소비자에게 최종 전달하는 공급 장치가 아직 부족하다. 1000만 가구 이상이 자체 디젤발전기를 가동하고 있다.

정부가 세수(稅收) 부족으로 신규 투자를 급격히 늘리기 어려운 가운데 민간 기업들도 재정 상태가 건전하지 않아 획기적 개선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개선이 지연되는 이유다. 최대의 발전업체인 NPTC도 수익률을 기반으로 전력 생산 및 공급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수익률에 따라 투자 규모가 달라진다. 군소 업체들의 투자 여력은 더 적다.

불평등한 전기 분배도 문제다. 저소득층, 농촌 지역 등 전기료를 제때 납부하지 못하는 계층이 밀집된 지역에는 24시간 공급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고 있다.

또한, 산업용과 농업용, 상업용에는 보조금을 제공하면서 가정용에는 보조 혜택이 적다. 14억 인구 가운데 전기 공급 사각지대인 최하위층이나 저소득층에 대한 보조금 확대가 필요하다.

낡은 송전·배전 시설도 문제다. 개선이 지연되어 생산·공급되는 전기 가운데 대략 20~30% 정도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잉여발전 용량을 가지고 있지만 연료 공급 차질, 배전 인프라 부족, 보조금 지급의 차별, 전력 생산과 공급의 지역 편차로 문제를 겪고 있다.

◇ 인도의 지방정부 전력 생산과 공급 실태


제조업은 공장 자동화가 늘어나고 있고 디지털 산업도 24시간 균등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수이다. 미래 경제 강국으로 가려면 필요량을 웃도는 예비전력 확보는 필수다. 언제, 어디서든 전력을 실시간으로 공급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지방정부의 재정 격차로 가난한 지역인 북부나 동부 지역의 경우 전력 공급 시스템이 아직 불완전하다. 지역 편차가 커서 전기 수급에 불평등한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인도 국내 기업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도 투자에 앞서 지역별 전력 수급의 안정성을 따지고 있다. 전력난은 생산성 제약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제한한다.

올해 폭염에 전력난이 발생했을 때 인도에 진출한 기아자동차도 공장 가동 중단 및 감산을 경험했다.

인도는 총 28개 지방정부로 구성된 연방제 국가다. 지방정부 전력 용량은 서부 27.89%, 남부 25.29%, 북부 25.29%, 동부 10.84%, 북동부가 1.24%를 생산한다.

올해 여름철 전기 부족을 보인 지역은 북부의 델리·우타르프라데시·우타라칸드·펀자브, 북동부의 바하르·자르칸드, 북서부의 라자스탄, 남동부의 안드라프라데시 등 8곳이었다.

이곳들은 매일 2~3시간, 필요 전력의 10~15% 정도가 부족했다. 특히 라자스탄의 경우 하루에 5~7시간 정도 정전을 강행했다.

인도는 135개의 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필요 전기의 57.9%를 생산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인도는 135개의 화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필요 전기의 57.9%를 생산하고 있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은 서부의 구자라트(10.79%)·마하라슈트라(10.47%), 남부의 타밀나두(8.99%), 북부의 라자스탄(7.98%)이다. 구자라트와 마하라슈트라, 수타르프라데시, 타밀나두, 라자스탄, 카르나타카 등은 전력 생산량이 소비량을 추월해 비교적 전력 공급이 안정적이다. 이들 지역은 산업이 발달하고 세수도 풍부해 전력 투자가 많다.

반면, 동부나 북동부 지역의 경우 산업 발달이 느리고 주민 수입도 적으며, 세수도 부족해 대체로 전력 생산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

전력이 부족한 대표적 지방은 펀자브, 하리아나, 델리, 케랄라, 푸드체리이다.

인도는 통상 날씨에 따라 전력 수요가 달라지는데 특히 4~8월에 전력 수요가 최고치에 도달한다. 여름이 전력 부족 시즌이다.

◇ 인도의 전력 공급체계 개선 노력


인도는 2027년까지 연평균 10%대의 설비 용량을 확충할 계획이다.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신규 투자가 감소한 것이 2022년 여름 전력 부족의 한 원인이라고 보고 지연된 투자도 늘리고 있다.

인도는 제조 산업과 도시화 등으로 2026년까지 매년 7.2%의 전력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유사시 등에 대비해 필요량보다 많은 연평균 10%대 수준으로 전력 공급을 늘리려고 투자를 확대 중이다.

2020년 이후 2022년까지 인도는 전력 부문에 해외 투자를 적극 유치해 총 163억9000만 달러를 확보했다.

석탄 화력 의존도 개선에도 나섰다. 인도 정부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탄소배출 감축도 고려한 조치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을 전체 에너지 생산에서 5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인도에 투자할 경우 글로벌 기업들은 철저한 시장조사를 한다. 전력도 주요 고려사항이다. 인도에서 24시간 안정적으로, 돌발 상황에도 언제나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지역으로 투자가 몰리고 있다. 수요가 공급을 부른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