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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저출산, ‘재택근무발 미니 베이비붐’에 대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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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美 저출산, ‘재택근무발 미니 베이비붐’에 대반전



전세계적인 저출산 추이. 사진=아워월드인데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전세계적인 저출산 추이. 사진=아워월드인데이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인류의 존망이 걸렸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강조했지만 선진국 중심의 저출산 문제가 전세계가 직면한 최대 위기라는데 이견을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다.

해당 국가들이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으나 해법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하나같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2년 넘게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로 방역 차원에서 널리 확산된 재택근무제가 의도와는 다르게 결과적으로 저출산 추세를 꺾는데 기여했음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나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코로나 이전 대비 6.2% 증가


19일(이하 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같은 사실은 미국 경제학자들의 모임으로 미국의 경제상황을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비영리 민간 연구기관인 전미경제연구소(NBER)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확인됐다.

마사 베일리 UCLA 경제학 교수, 자넷 커리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 보건경제학자인 한네스 슈반트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함께 펴낸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재택근무제와 봉쇄령 등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강제적으로 시행된 조치들의 영향으로 미국의 지난해 기준 출산율이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전과 비교해 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 이전 대비 4만6000명의 신생아가 순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는 것. 미국의 출산율은 지난 2007년 2.1명에서 2020년 1.6명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지난해 들어 반등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미국의 출산율이 지난 2007년 이후 이처럼 반등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면서 “이는 경기 침체기에는 출산율이 감소한다는 경제학계의 오랜 상식과 배치되는 결과”라고 분석했다.

슈반트 교수는 “미증유의 코로나 사태로 미국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경제학자들의 예상과 다르게 출산율이 오히려 올랐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밝혔다.

◇일찍 가정 꾸리는 사례 크게 증가한듯


특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의 출산율 반등은 처음 출산하는 여성과 25세 이하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확인됐고 그 다음으로 30~34세 여성과 대학 졸업 학력을 가진 25~44세 여성에서도 출산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코로나 사태의 여파로 서둘러 가정을 꾸리는 경우가 크게 증가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사이에서 출산율이 반등한 배경에 대해 보고서는 “재택근무제의 확산으로 일자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해졌고 실직했더라도 역대급 실업 수당이 지원되면서 출산 계획을 앞당기거나 출산 결심을 하게 된 사례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CDC 연구 결과도 비슷한 맥락


미국의 출산율 추이. 사진=CDC/악시오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의 출산율 추이. 사진=CDC/악시오스


NBER 소속 학자들이 ‘코로나발 미니 베이비붐’로 표현한 이같은 현상은 앞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앞지난 5월 발표한 연구 결과와도 궤를 같이 한다.

CDC 보고서의 결론도 미국의 지난해 출산율이 7년 만에 처음으로 소폭이나마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것. 지난해 미국에서 태어난 아기는 360만명으로 지난 2020년에 비해 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CDC에 따르면 출산율은 15~24세 여성들 사이에서는 감소했지만 25~49세 사이 여성들 사이에서 증가한 결과 전체적으로 오름세로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