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부총리는 28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연맹(경총) 회의실에서 열린 경총 회장단 조찬 간담회에서 "최근 일부 정보기술(IT) 기업과 대기업 중심으로 높은 임금인상 경향이 나타나면서 여타 산업·기업으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특히 상위 기업 중심으로 성과 보상 또는 인재 확보라는 명분으로 경쟁적으로 높은 임금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의 생산성을 초과하는 지나친 임금인상은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확대하고 기업 현장 곳곳에서 일자리 불일치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기업은 이런 고임금·고비용 구조 아래에서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고 전했다.
이날 추 부총리는 높은 임금인상을 보인 IT기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재계에서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겨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카카오와 네이버는 올해 각각 15%, 10%의 임금인상을 단행했다. 이들은 지난해 각종 대외 이슈로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임금을 인상한 것으로 보인다.
추 부총리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직접 타깃이 된 IT업계 근로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직장인 대상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는 IT업계 종사자들뿐 아니라 전자기업 종사자까지 추 부총리의 발언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한 블라인드 이용자는 "기업이윤을 늘려 단기적으로 보전하고 나라 빚을 줄이는 구조로 가겠다는 의도"라며 "결국 대다수 국민들은 물가를 감당하지 못해 더 가난해지고 일부 기업과 재벌들은 더 부자가 된다. 현금 흐름이 줄어들고 생산력, 소비력이 저하되면서 성장률도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IT업계 근로자들도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특히 추 부총리의 타겟이 된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스타트업 종사자까지 추 부총리의 발언을 비난했다.
이 관계자는 또 "IT업계는 일반 제조업과 사정이 다르다. 솔루션을 개발해 서비스하는 만큼 원자재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사실상 IT업계는 인력이 곧 원자재인 셈"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하다. 당장 자동차 기업인 현대자동차만 하더라도 AI 관련 개발자 채용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IT 업계 임금인상을 지적한 것은 업계 사정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네이버와 카카오뿐 아니라 SI기업들은 대부분 올해 초 임금인상을 단행했다. LG CNS는 올해 4월 고정 연봉을 평균 10% 인상한 바 있으며 SK(주) C&C도 3월 임금인상을 단행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SK C&C의 연봉인상 비중은 예년보다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S는 지난달 기본급을 평균 5% 인상했다. 여기에 성과급 인상률을 더하면 평균 임금인상률은 8%에 이른다. CJ올리브네트웍스 역시 올해 2월 처음으로 특별 연봉인상을 단행했으며 롯데정보통신도 지난해 연봉 인상률보다 2배 정도 높은 10% 내외 수준으로 연봉을 올렸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디지털 혁신에 속도를 내면서 SI기업들의 개발자 영입 경쟁도 더 치열해지고 있다"며 "임금과 복지가 인재 확보의 경쟁력인 상황에서 여기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전했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