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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부활 반복하는 종합검사···금융권 ‘잔혹사’는 이번에야 말로 끝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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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부활 반복하는 종합검사···금융권 ‘잔혹사’는 이번에야 말로 끝날까

사후 적발 위주의 종합검사, 4년 만에 폐지···친시장 기조에 정기 및 수시검사로 개편
금융사의 공포 ’종합검사‘, 폐지·부활 반복에 원칙 내세운 정 원장···금융권 ’환영‘
폐지 논란에 비판도, 감사 기능 약화 우려···“금융소비자 보호 기조 역행”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금감원장·저축은행CEO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금감원장·저축은행CEO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사의 ‘공포’로 불리던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가 폐지된다. 이를 두고 금감원은 정기검사와 수시검사를 병행해 사후처방과 사전예방 기능이 조화를 이루는 검사환경으로 전환시키겠다고 밝혔다. 종합검사 시 경영 전반에 대한 부담도 문제시 된 만큼 금융권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종합검사 폐지로 인한 감독 기능 약화 우려다. 사전 예방적 기능이 완화되며 금융회사의 도덕적 해이는 물론 부실이나 금융사고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종합검사는 금감원 수장이 바뀔 때마다 수시로 폐지와 부활을 반복해 온 만큼, 이번 정은보 금감원장의 결정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7일 금융감독원은 ‘금융시장의 공감과 신뢰 제고를 위한 검사·제재 혁신방안’을 통해 현행 검사범위로 구분된 종합·부문검사 체계를 정기・수시검사 체계로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종합검사제도를 폐지하는 것. 특히 금융권역이나 회사별 특성에 따라 검사의 주기와 범위 등을 차별화한 효율적인 검사체계로 개편된다.

이 중 정기검사는 일정 주기로 실시하되, 시장영향력 등이 큰 금융회사는 검사주기를 상대적으로 짧게 운영할 예정이다. 일례로 시중은행은 2년 내외,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등은 4년 내외의 주기로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수시검사는 현행과 동일하게 금융사고, 소비자보호, 리스크 등 특정 사안에 대해 기동성 있게 실시할 계획이다.

◆금융사의 공포 ‘종합검사’···폐지·부활 반복의 역사

종합검사란 1999년 금융감독원이 출범하기 이전부터 존재한 검사방식이다. 통상 3년 주기로 50명 안팎의 대규모 검사역을 한달 가량 한 금융사에 상주시키며 경영 실태 전반을 낱낱이 파헤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런 검사방식은 수감기관과 금융사에 막대한 업무 부하를 발생시켰으며, 과도한 경영개입으로 인한 ‘관치’라는 비판을 일으켰다. 결국 종합검사는 폐지되기도 했지만, 2013년 저축은행 부실사고 같은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하거나 금감원장이 바뀔 때마다 부활과 폐지를 반복하게 된다.

가장 최근 기준 종합검사가 폐지된 것은 지난 2015년이다. 당시 진웅섭 금감원장은 밴(VAN)사, 대부업체 등 금감원 검사범위 확대와 각 금융사의 경영자율성 확대를 취지로, 연 평균 38.5회에 달했던 종합검사의 빈도를 점차 축소시켰다. 최종적으로 2017년부터는 종합검사를 전면중단하며 폐지시켰다.
그러나 지난 2018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며 종합검사는 부활하게 된다. 윤 원장은 ‘소비자 보호’를 내세우며 기존 관행적 종합검사 대신 핵심리스크에 집중하는 유인부합적 종합검사를 내세웠다. 이는 건전성이나 소비자보호 등 감독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금융사를 선별해 종합검사를 진행하는 것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지난해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이 지난해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복성 검사 변질 우려에 ‘원칙’ 내세운 정 원장···금융권 ‘환영’

문제는 이런 형태의 종합검사가 보복성 검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시 즉시연금 과소지급 문제로 금감원과 갈등을 빚은 생보사들은 언제든 종합검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암 입원보험금 지급 거절 문제로 갈등 정도가 가장 격화됐던 삼성생명은 결정 전부터 종합검사 1순위 대상일 것이라 예상됐으며, 이달 26일 기관경고와 1억5500만원의 과징금 부과 등의 제재가 확정된 상태다.

이에 정 원장은 지난해 말 비대면 기자간담회에서 “기본적으로 검사·제재는 법과 원칙, 사전·사후적 감독, 사전예방적 감독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며 “사전적 감독과 사후적 감독 두 가지가 종합적으로 균형을 이룰수록 금감원의 역할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종합검사 폐지 결정에 대해 금융권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종합검사가 시작되면 모든 업무 전반이 마비된다. 당장 검사인력이 상주하며 자료 등을 요구하는데 정상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신상품 출시나 대출 심사 등의 업무가 지연돼 고객 불편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소회했다.

◆폐지 논란에 비판도, 감사 기능 약화 우려…“금융소비자 보호 기조 역행”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뉴시스]

문제는 이런 종합검사 폐지 흐름이 금융사 감독이라는 금융감독원 고유의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정기검사로 전환되며 금융사 내부 비리 같은 적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정의연대는 지난해 말 논평을 통해 “2015년 금융위원회가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 등 규제 완화 조치들을 시행하면서 종합검사가 폐지된 적이 있다”며 “이는 대규모 사모펀드 피해를 양산했다. 금감원 또한 부실 감독으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음에도 과거의 잘못을 또다시 되풀이하는 것은 금융사의 불법행위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그나마 예방 기능을 하고 있는 종합검사를 사전 예방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폐지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금감원은 무책임한 행태를 중단하고 감독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다해 감독기구로서 존재 이유를 증명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민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o634@g-enews.com